아시아 영화
ASIAN CINEMA

BIFF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박선영 · 박성호 프로그래머

올해 아시아 영화에서 두드러지는 흐름이나 변화가 있다면 무엇인가? 박성호 팬데믹이 2년째 이어지면서 이 상황에 적응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올해는 독립영화 편 수가 늘었고, 그중 밀도 높은 작품이 많았다. 이전에는 인간을 향한 냉소나 비판을 담은 작품이 어느 정도 있었는데, 올해는 위로를 주고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영화가 늘어난 느낌이다. 박선영 따뜻한 위로를 주는 작품도 있지만 성찰을 독하는 작품도 꽤 있다. 혐오 범죄나 인종 · 종교 문제 등이 팽배한 힘겨운 시대를 살면서도 독립영화 감독들의 날카로운 시각은 녹슬지 않았다는 걸 느꼈다. 팬데믹을 소재로 하거나 이로 인한 고립감을 다룬 영화도 많고. 무엇보다 김지석 프로그래머를 기리기 위해 제정한 지석상이 올해 4년째다. 지난 3년과 달리 올해는 아시아의 중견 감독들, 그리고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널리 알려진 감독들의 월드 프리미어 신작을 지석상 후보작으로 소개하려고 한다.

언급한 당대의 사회문제를 담은 이야기 주목하는 작품이 있다면 무엇인가? 박선영 부산국제영화제와 함께 성장해온 영화인 중에 모스토파 사르와르 파루키라는 감독이 있다. 2012년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이었던 <텔레비전>을 연출한 방글라데시 감독으로 남아시아 정세를 다룬 작품을 주로 선보이는데, 이번 영화제에서도 그의 작품을 접할 수 있다. 인종적 · 종교적 갈등으로 어디에도 뿌리내리지 못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떠도는 남자>. 칠십 대 노장인 인도 여성 감독 아파르나 센의 <레이피스트>도 주목하면 좋겠다. 대학 교수인 여성이 강간당한 뒤 자신의 생존과 존엄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박성호 필리핀 브리얀테 멘도자 감독의 <젠산 펀치>도 참 좋다. 의족을 한 권투 선수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폭력적인 장면을 담는 데 공을 들이는 대신 이야기 안에서 개인의 성장, 관계의 성장을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냈다. 장애를 극복하려 애쓰는 것이 아니라 장애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의 이야기다. 이 작품 역시 지석상 후보다. ‘아시아영화의 창섹션 상영작인 인도네시아의 카밀라 안디니 감독의 <유니>라는 작품도 있다. 여자 고등학생이 주인공으로 영화 자체는 사랑스럽지만 구조적인 성차별에 대해 두고두고 생각할 만한 메시지를 던진다.

떠도는 남자

젠산 펀치

작품을 선정하면서 스스로 자주 되새기는 질문이 있나? 박선영내가 공정한가?’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한다. 이 영화가 이 감독의 작품이 아니어도 내가 선택할까, 이 영화에 다른 라벨이 붙어 있으면 내가 이 작품을 다르게 봤을까 하는 생각이 선정하는 내내 따라다닌다. 지역 안배는 잘하고 있나 하는 질문도 하고.

아시아 영화가 중심이 되는 영화제이다 보니 가운데 지역 안배에 대한 고민도 같다. 박선영 중국과 인도에서는 1년에 1천 편이 넘는 영화가 만들어지고, 그중 3분의 1은 부산국제영화제에 출품한다. 그러니 이 두 나라 영화만 봐도 1년이 다 가는 것 같다. 반면 중앙아시아에서 만들어지는 영화는 1년에 1백 편이 안 된다. 우리가 늘 높은 완성도만을 이유로 영화를 선정하는 건 아니다. 어떤 작품은 해당 지역에서 그런 영화가 만들어졌다는 사실만으로도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올해는 특별전으로 아시아 여성 감독 특별전원더우먼스 무비중국영화, 새로운 목소리 준비했다. 박선영 아시아 여성 감독 특별전은 2년 전부터 준비했었다. 김지석 수석 프로그래머가 <아시아영화 100> 책자를 만드시고 이를 5년에 한 번씩 업데이트하겠다는 약속을 하셨더라. 이를 뒤늦게 알게 돼 말씀대로 갱신을 하면서 여성 감독이 만든 최고의 아시아 영화를 묻는 설문조사를 동시에 진행했다. 일단 이 책자를 만드는 데만 1년 가까이 걸렸는데예쁘다. 양장판에 올 컬러, 심지어 한정판이다.(웃음) 10편의 영화들 역시 보석 같다. 사미라 마흐말바프 감독의 <칠판>, 허안화 감독의 <심플 라이프>, 변영주 감독의 <낮은 목소리아시아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 정재은 감독의 <고양이를 부탁해> 등 올해 놓치면 또 언제 극장에서 볼 수 있을지 기약할 수 없는 작품들이다.

칠판

영화를 접하는 채널이 다양해지는 지금, 영화제는 존속되어야 할까? 박성호 영화가 없어도 삶은 계속되듯이 영화제가 없어도 영화는 만들어질 수 있다. 그럼에도 영화제는, 특히 부산국제영화제는 아시아 영화의 최신 흐름을 가장 잘 반영한 작품들을 충실히 발굴하고 소개해왔다는데 그 의미가 크다. 박선영 영화제에서 만나는 작품 중에는 사회의 편견과 폭력을 고발하는 날카로운 영화가 많은데, 그 영화를 통해 우리가 어떤 것을 이야기하고 행동해야 하는가에 대해 함께 토론하는 일은 굉장히 따뜻한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영화제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다. 박성호 아쉽고 아까울 게 없을 정도로 꼭 불러야 하는 작품들로만 고르고 또 골랐다. 뭘 좋아할지 몰라서 뷔페처럼 다 차려놓았으니, 부디 영화제에서 만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