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독 임선애

임선애
영화감독

2022년 11월 말, 영화 촬영을 끝내고 곧바로 영화제 심사를 위해 하루에 2~3편씩 영화를 보러 극장을 다녔습니다. 그간 쌓인 피곤이 가시지 않은 상태라 매일 극장으로 출근하다시피 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지만, 거리를 두지 않고 자리를 가득 메운 객석에 앉아 있노라면, 안도감과 충만감이 밀려왔습니다. 그리곤 제가 만든 영화가 아님에도 감사한 마음이 들었고요. 2023년엔 더 이상 텅 빈 객석을 보고 싶지 않습니다.

 

마리끌레르 1월호 2023년 소망 리스트

장하준
헤어 & 메이크업 아티스트

사랑 표현이 더 많아지는 한 해가 되길 바라요. 고마운 사람에게 고맙다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한다고 명확하게 표현하며 혐오보다는 사랑을 꺼내는 순간이 늘어나면 좋겠어요.

 

<GQ> 피처 에디터 전희란

전희란
<GQ> 피처 에디터

라이벌을 헐뜯어 우리 가수를 띄우겠다는 기괴한 발상, 동시 개봉하는 영화에 가하는 별점 테러가 우리 영화의 가치를 높여줄 거라는 헛된 믿음, 업계 1위 치킨의 머리채를 잡아 기어코 그 자리에서 끌어내리겠다는 업계 n위들의 몸부림 마케팅. 역바이럴이라 불리는 질투와 시기, 부정을 전파하는 행위가 사라지기 바라요. 새해엔 다 같이 잘 살자고요, 제발.

 

 동물행동학자 이원영

이원영
동물행동학자

더 이상 동물을 사고파는 장면을 보고 싶지 않아요. 집 근처에 동물병원이 있는데 강아지 분양도 같이 합니다. 생명을 구하는 병원에서 생명체를 판매한다는 사실을 이해하기도 어렵거니와 유리 벽에 갇힌 강아지들이 웅크린 채 떨고 있는 모습이 너무 안타까워요. 살아 있는 생명체는 돈으로 거래하는 상품이 아니라 존중받아야 할 생명이라는 인식이 공감을 얻어서, 2023년에는 반려동물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이 만들어지면 좋겠습니다(프랑스에선 2024년부터 반려동물 판매 금지법을 시행한다고 해요).

 

공간 아티스트 김동희

김동희
공간 아티스트

새해에는 외부 요인에 의한 변화 말고, 내 속도로 주도하는 변화를 마주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코로나19를 겪으며 많은 이들이 상황에, 변수에 나를 맞추려 애쓰는 삶을 산 것 같아요. 이제는 천천히 돌아보고 잘 준비해서 자신만의 방향으로 속도를 조절하며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플로리스트 꼬네띠

꼬네띠
플로리스트

비행기 안에서 구름을 볼 날이 많기를 바라요. 그간 많은 이들이 멀리 떠나며 느끼는 설렘을 잊고 산 것 같아요. 새해에는 비행기 창 너머로 손에 닿을 듯 가까이 스쳐가는 구름을 마주하는 순간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뮤지션 해파리

해파리
뮤지션

무분별한 일회용품 사용이 줄어드는, 아니 사라지는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이를 위해 아주 작은 일이라도 일단 실천하려고 해요. 개인의 실천이 모이면 기업과 정부도 결국 변할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물론 정부와 기업이 먼저 나서서 실천해주기를 바라지만, 올해는 개인으로서도 무력해지지 않고 행동하는 한 해를 보내려고 해요.

 

프리랜서 에디터 양보연

양보연
프리랜서 에디터

세상 모든 분쟁은 외로움에서 출발하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타인과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내 생각이 무시당하면 어쩌나 하는 열등감, 더 잘하지 않으면 도태될 것 같은 불안감, 관심과 사랑을 받지 못할 때 느끼는 쓸쓸함…. 가까이에서 보면 다툼이고, 멀리 보면 전쟁이 될 수 있겠죠. 이런 모든 분쟁을 줄이려는 마음으로 욕심보다는 나눔이, 뭇매보다는 칭찬이 유행처럼 번지기를. 2023년은 상대의 외로움을 보듬는 마음으로 예쁜 단어와 단정한 행동으로 대립보다 평화가 앞서기를 바랍니다. 모두가 덜 외로운 한 해를 꿈꾸며.

 

 뮤지션 우원재

우원재
뮤지션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미워하는 마음을 보고 싶지 않아요. 서로를 향한 관심이 적더라도 괜찮아요. 어떤 존재를 미워하거나 누군가에게 미움받지만 않으면 좋겠어요.

 

배우 박가영

박가영
배우

모두의 얼굴을, 미소를 온전하게 마주하고 싶어요. 코로나19가 길어지면서 따뜻한 미소, 응원의 말을 전하는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했잖아요. 이제는 온전한 형태의 얼굴을 보고 싶습니다.

 

음악 칼럼니스트 블럭

블럭
음악 칼럼니스트

다양성이 눈에 드러나는, 그래서 귀가 더 즐거워지는 음악 플랫폼을 많이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플랫폼과 음악가가 서로 아끼고 사랑하며, 때로는 응원하며 보듬고, 때로는 협업하며 함께 행복해지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여러 음악가의 의미 있는 단독 공연부터 선택의 폭이 넓은 다채로운 페스티벌까지, 저마다 다른 음악을 즐기며 서로가 서로의 음악 생활을 풍요롭게 만드는 환경이 만들어지길 바라요. 음악의 다양성을 응원합니다.

 

검사 겸 작가 정명원

정명원
검사 겸 작가

새해에는 화해했다는 소식, 합의가 이루어졌다는 소식, 해묵은 고소, 고발을 취하한다는 소식이 더 많이 전해지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늦지 않게 사과하고, 사과를 받아들이는 사람의 얼굴이 환해지는 모습을 보고 싶어요. 분쟁이 끝까지 치달은 끝에야 받아 드는 메마른 판결문으로 눈물을 닦기 전에 서로에게 보드라운 손수건을 건넨다면, 그래서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분쟁 너머의 무언가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검찰청 민원실에 절절한 진정서 대신 후련한 고소 취하장이 날아들기를, 멱살을 부여잡던 손을 풀고 다정히 손등을 토닥이는 악수가 많아지기를 바라봅니다.

 

스타일리스트 성은비

성은비
스타일리스트

나를 위해 정성껏 차린 식사를 즐기는 날을 더 많이 만들고 싶어요. 빠르고 간편하다는 이유로, 미각을 깨운다는 이유로 배달 앱을 켜서 자극적인 음식을 시킬 때가 많았어요. 이런 음식이 우리 몸과 마음을, 또 환경을 얼마나 해롭게 만드는지 깨달았어요. 새해에는 손수 마련한 맛있고 건강에 이로운 음식으로 스스로를 좀 더 잘 돌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