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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역사가 만난 파리지엔

에어프랑스 기내 통역원으로 한 달에 세 번 파리에 머무른다. 2박 3일이라는 시간을 쇼핑이나 관광으로 탕진해버릴 수도 있지만 어느 순간 시간이 아까워지더라. 여행자들로 북적이는 에펠탑 앞이나 몽마르트르 언덕이 아닌 파리를 더 깊게 알고 싶었다. 지금의 파리를 파리답게 만드는 이들을 만나 대화하고 싶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파리지엔 인터뷰’. 파리에서는 매년 ‘바게트 대회’를 연다. 1등에게 대통령이 사는 엘리제 궁에 1년간 빵을 납품할 기회를 줄 정도로 권위 있는 대회다. 이 대회의 우승자를 시작으로 소르본 대학교의 철학과 교수, 에펠탑 앞에서 열쇠고리를 파는 이민자, 거리의 화가, 물랭루주의 댄서 등 총 20여 명의 사람들을 만났다. 그중 모두 알 만한 이는 한국의 개고기 식문화를 비난했던 동물 보호 활동가이자 프랑스 여배우인 브리지트 바르도! 프랑스의 마릴린 먼로라 불리는 사람이다. 목표는 50명! 메일 주소와 연락처를 수소문해 인터뷰를 제안하는데 소속 매체 없이 인터뷰를 요청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2박 3일밖에 머무르지 못하니 인터뷰이가 내 스케줄에 맞춰야 하는 민망한 상황도 벌어진다. 이들에게 복주머니에 홍삼 초콜릿을 넣어 선물하는데 다들 너무 좋아한다.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드는 데 이만한 게 없다. 섭외보다 고된 게 ‘티 안 나는’ 준비 과정이더라. 사전 조사하고 책이나 자료를 찾아 읽다 보면 왜 시작했나 후회할 때도 많다. 세상의 모든 인터뷰어들, 존경한다! 통역 실력 향상에도 확실히 도움이 된다. 파리에 살 때도 몰랐던 파리의 면면을 다시 보게 되는 기회이기도 하고. 가장 만나고 싶은 사람은 로맹 뒤리스. 프랑수아 오종 감독 영화에 많이 출연하는 남자 배우다. 같이 근무하는 프랑스 승무원들에게 그를 어디서 만날 수 있느냐고 물었는데 로맹 뒤리스를 만나려고 이걸 시작한 거 아니냐며 타박한다.(웃음) _에어프랑스 기내통역원 이승예

연극 무대로 퇴근하는 의사

8년 전, 의과대학 연극 동아리에서 연기를 배웠다. 학교 다닐 때부터 작품 <오아시스 세탁소 습격 사건>의 주연을 몇 번 했는데 얼굴이나 목소리가 좀 겉늙은 편이라 주로 40~50대 역할을 해왔다.(웃음) 지금은 매년 분기별로 소공연을 올리고 있다. 규모가 작고 영세하다 보니 배우도 했다가 무대 세트 제작자도 하고, 그냥 일꾼도 한다. 무료 공연이기 때문에 연극 한 편을 올리기 위한 비용, 식대와 소품비, 대관료를 극단 사람들과 나눠 지불하는 상황. 돈도 돈이지만 개막 2개월 전부터는 하루도 빠짐없이 연습에 참여해야 하니 때로 벅차기도 하다. 신기한 게 불과 몇 시간 전까지 ‘왜 시작했지?’ 한탄하다가도 무대에 오르면 혼란스러움이 싹 사라진다. 여전히 무대는 내게 새로운 세상이다. 흔히 의사를 두고 세상 물정 모른다고 하지 않나. 직업상 인문학적 소양도 부족한 편이고. 매일 일대일로 사람을 마주하는 것이 일인데, 병원에만 갇혀 사람에 대해 너무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도 많다. 그런 면에서 한 편의 연극을 이해한다는 것은 한 사람을 온전히 헤아린다는 말과 같다. 대본을 분석하고 대사의 속뜻을 헤아리다 보면 다른 인생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도대체 이 사람은 왜 이렇게 사나?’를 2시간 내내 보여주는 것이 연극 아닌가. _강원도 횡성군 공중보건의 김성근

돈 안 받고 남의 페스티벌 홍보하기

“요즘은 왜 앨범 전곡을 듣지 않지? CD를 마지막으로 구입한 게 언제야?” 시작은 간단명료했다. 웹 디자이너와 방송국 편성 PD, 기획자 등 하는 일은 다르지만 음악 이야기가 잘 통하는 친구들과 맥주를 마시던 날이었다. 대한민국 음악 문화에 미약하나마 좋은 기운을 불어 넣어보자는 의미로 그 자리에서 ‘음악문화개척단’이라는 이름의 크루를 결성했다. 그리고 지난여름 록 페스티벌 기간에 맞춰 ‘공연가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매년 대부분의 록 페스티벌에 가는데, 때마다 터져나오는 불만이 ‘정보 부족’이다. 하다못해 가까운 편의점이나 화장실의 위치, 아티스트 정보조차도 안내가 없다. 헤매기도 여러 번, 우리가 록 페스티벌 가이드를 만들고 SNS에 배포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현장에서 축적한 팁을 공유하기로 한 것. ‘왜 남의 페스티벌을 돈도 안 받고 홍보하느냐’는 질문을 받기도 하는데, 공연을 좋아하니까 본전 생각이 안 난다. 음악문화개척단을 응원하는 순수한 팬들도 생겨났다. 소문이 꽤 났는지 얼마 전에는 공연기획사에서 스폰서 제안을 받기도 했다. ‘공연가기 프로젝트’는 가을에도 계속 할 예정이다. 지금의 경험들을 바탕으로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공연과 파티를 기획하는 오프라인 행사도 진행할 예정이다. _Y커뮤니케이션즈 최지민

컨셉트 매니저이자 주방 보조가 된 마케터

배달 음식 애플리케이션 ‘배달의민족’을 개발한 우아한형제들에서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아무래도 타고난 성향이 ‘일 벌이기’를 좋아하고 세상만사에 호기심이 넘친다. 결혼 전, 친구들과 나중에 뭐라도 하자는 마음으로 ‘33서울’이라는 이름을 짓고 서울에서 가장 트렌디한 레스토랑이나 바 등을 찾아 ‘33서울’이라는 해시태그를 걸며 식문화에 관심을 두고 있었다. 경리단길의 ‘화합’에서 셰프로 일하던 지금의 아내를 만나게 됐고, 이후 인스타그램에 집밥 사진을 찍어 올리다가 경양식을 컨셉트로 한 식당을 열었다. 성수동에 위치한 ‘윤경양식당’이 그것. 띄어쓰기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윤 경양식당’이 되기도 하고 아내의 이름인 ‘윤경 양의 식당’이 되기도 한다. 오픈 초기 전체 브랜드 컨셉트와 인테리어 등을 맡았으며, 2년 전 식당을 운영했던 경험을 살려 레시피 개발에도 참여하고 있다. 돈가스 함박 메뉴는 100% 내 감각으로 탄생한 메뉴다. 주말 주방 보조와 서빙도 내 몫이다. _우아한형제들 마케팅팀 마케터 이남곤

6년 차 독학파 베드룸 DJ

10년 전부터 디제잉이 하고 싶었었지만 당시만 해도 최소 두 대의 턴테이블과 믹서, 스피커가 필요했다. 집에 기기를 갖추기에는 부피도 크고 비용도 만만찮았다. 하지만 지금은 디지털 음원을 통해 음악 소스를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는 데다 소프트웨어와 컨트롤러만 있으면 누구든 DJ가 될 수 있다. 업무의 크고 작은 스트레스를 푸는 데 디제잉만 한 것이 없다. 퇴근 후 치맥보다 효과 만점이다. 2000년대 후반, 처음 1~2년은 업무 시간 외에는 디제잉만 팠다. 초반에는 ‘혼자 노는 맛’ 있다면, 그 이후에는 ‘공유’의 기쁨이 엄청나다. 점차 실력을 쌓다 보면 주변 친구들에게 들려주고,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 바이올린 연주를 하는 친구가 있는데 그의 연주를 샘플링으로 사용하고 디제잉 효과를 넣어 완전히 새로운 곡으로 포장해 선물한 적이 있다. 또 연말이나 생일 등의 파티에서 실력 발휘도 한다. DJ의 기본 역할은 다양한 곡을 연속해서 이어주거나 변주하는 것인데, 음악에 대한 기본기가 부족하면 전체 믹싱 테이프의 흐름과 흥을 20~30분씩 이어가는 것이 불가능하다. 얼마나 많은 곡을 알고 있으며 이 방대한 음원을 얼마나 자유자재로 응용할 수 있느냐에 따라 디제잉의 ‘격’이 결정된 달까. _아마존 싱가포르 글로벌사업 담당 매니저 이유빈

스마트폰 케이스를 디자인해 드립니다

스마트폰 사용자라면 ‘마음에 드는 스마트폰 케이스가 없다’는 한탄을 누구나 한번쯤 하지 않았을까? 국내 디자인 브랜드는 물론 아마존과 인스타그램을 아무리 뒤져봐도 마음에 드는 디자인이 없다! 본래 쓰임인 내구성을 생각하면 투박하기 짝이 없고, 디자인만 보자니 품질이 조악하다. 마침 원하는 사진으로 폰 케이스를 직접 만들 수 있는 업체를 찾았고, 내가 완성한 디자인으로 개별 제작하기에 이르렀다. 디자인을 전공한 터라 작업은 어렵지 않았다. 개인 블로그와 인스타그램(@amorbany)에 결과물을 자랑했는데 주변 친구들 반응이 뜨겁다. 그 중에서도 애완동물을 주제로 한 디자인이 인기. 퇴근 후나 주말에 약속을 안 잡을 정도로 빠져 있다. 반응이 좋으니 재미가 뒤따른다. 요즘은 새로운 디자인 시리즈를 준비 중이다. _로레알 코리아 VMD 팀 박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