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션캠

액션 캠코더(이하 액션캠)를 처음으로 목격한 것은 <무한도전> ‘조정 특집’에서였다. 출연자들의 헬멧에 달린 작은 정체불명의 제품. 도저히 손을 쓸 수 없는 극한의 상황에서 우리의 눈이 되어 모든 것을 보여주는 그것의 기능이 신기하긴 했다. 여행이나 캠핑을 가서 뻘쭘한 셀피 대신 생생하게 움직이는 광경을 담거나 움직임이 많은 익스트림 스포츠를 할 때 이 작은 녀석만 있으면 환상적인 영상을 건질 수 있다.

평소 늘 액션캠을 가지고 다니는 친구에게 어디에 쓰는지 물었다. “작년에 패러글라이딩에 도전했을 때도 액션캠으로 촬영했는데 그때 영상이 너무 좋아서 화면을 캡처해서 아직도 내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으로 쓰고 있어.” 그는 지금도 전문가들이 액션캠으로 촬영한 영상을 찾아보며 언제 액션캠과 놀러 갈지 고민 중이다.

또 다른 지인은 주로 자신의 ‘먹방’을 찍기 위해 액션캠을 사용한다. “맛집 탐방을 하고 블로그와 SNS에 공유하는 데 액션캠을 사용하면 일인칭 시점으로 더 자연스러운 영상을 얻을 수 있어요. 스마트폰과 연결해서 인터넷 생중계까지 간편하게 가능하고요.” 물론 셀카봉이나 신체 어딘가에 액션캠을 달고 다니면서 능청스럽게 먹고, 운동하고, 클럽에도 가고, 심지어는 혼잣말까지 할 수 있을 정도는 되어야 한다.

이쯤 되면 나도 한번 사보고 싶다. 액션캠을 사기로 마음먹었다면 우선 자신이 주로 사용할 용도가 무엇인지 따져보는 것이 먼저다. 전문적인 익스트림 스포츠 장면을 촬영할 생각이라면 화질이 좋고 성능이 뛰어난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창립자가 서퍼 출신이라는 고프로의 액션캠은 가격대가 높지만 그만큼 뛰어난 성능을 보장하기 때문에 아찔한 활강 장면이나 경이로운 무중력 장면을 담는 해외 유튜버들의 필수품이기도 하다.

가족과 함께 바캉스를 떠나서 재미있는 모습을 담고 싶다면 소니에서 출시한 액션캠도 좋다. 무게도 가볍고 자동차나 자전거 등 어디에나 쉽게 마운트해 사용할 수 있어서 야외 활동이 많거나 아이를 둔 가정에서 사용하기 적당하다. 일상의 다양한 모습을 담는 용도로는 샤오미에서 나온 액션캠이나 폴라로이드 큐브 등의 귀여운 제품을 추천한다. 이 제품들은 가격 면에서는 매력적이지만 화질에서는 어느 정도 아쉬움을 감수해야 한다.

액션캠을 써본 사람이 하나같이 입을 모아 말하는 액션캠의 장점은 놀랍도록 리얼하고 입체적인 체험을 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연히 내가 못 보고 빠르게 지나치는 것까지 세세하게 놓치지 않고 보여주기 때문에 액션캠을 놓을 수가 없다. 게다가 어디에 어떻게 마운트해서 사용하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의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 것도 또 다른 재미다. 얼굴이 보이도록 헬멧에 매달아서 나를 찍는 것과 헬멧의 정면에 부착해 풍경을 찍는 것이 다른 것처럼 말이다.

거창하고 전문적인 스포츠를 즐기지 않는다고 해도, 내가 보는 세상의 모습을 한번쯤 남겨보는 것도 재미있지 않을까. 혼자 하는 먹방도 좋고 친구들과 신나게 떠들고 춤추는 것도 좋다. 작은 것부터 시작해서 영상을 만들다 보면 조만간 나에 대한 영화 한 편 정도는 쉽게 만들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