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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영월을 여행하다 우연히 제천으로 빠진 일이 있다. 아무것도 알아보지 않은 상태로 제천을 검색해 가장 먼저 뜨는 의림지로 무작정 향했는데 그 곳이 뜻밖으로 다정해 좋은 마음으로 다음을 기약했었다. 다시 제천을 찾기에 좋은 계절이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이하 JIMFF)가 올해로 제12회를 맞았다. 소란하지 않게 꾸준히 이어져온 JIMFF는 뮤지션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뮤직 인 사이트’, 제3세계의 음악영화를 볼 수 있는 ‘세계 음악 영화의 흐름’, 무성영화와 라이브 연주를 접목한 ‘시네마 콘서트’, 하나의 주제를 작곡가의 상상력으로 다양하게 변주하는 ‘주제와 변주’ 등 총 8개 섹션으로 나뉜다. 개막작인 세르지오 마차두 감독의 <바이올린 티처>를 시작으로 역대 최대 규모인 1백5편의 출품작 가운데 취향에 맞는 음악영화를 골라 볼 수 있다.

재즈 마니아라면 올해 ‘주제와 변주’ 섹션이 반가울 것이다. <재즈 디바 특별전>으로 빌리 홀리데이, 니나 시몬, 아니타 오데이 등 미국의 전설적인 재즈 디바들을 다룬 영화가 준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뮤직 인 사이트’에서 만날 수 있는 다프트 펑크의 다큐멘터리 <다프트 펑크 언체인드>와 <R.E.M.의 모든 것> 역시 ‘뮤직 파라다이스!’를 외치는 이들에겐 설레는 기대작 중 하나다. 정해진 영화관이 아닌 성당, 병원 등 제천 시내 곳곳에서 영화를 볼 수 있는 JIMFF 동네 극장은 놓치기 싫은 여름 밤의 또 다른 낭만. 시간표를 체크해두자. ‘시네마 콘서트’는 JIMFF의 정체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근사한 섹션 중 하나다. 올해엔 고전 코미디를 대표하는 버스터 키튼 주연의 <스팀보트 빌 주니어>를 미국 무성영화 전문 연주자 벤 모델의 연주와 함께 감상할 수 있는데 제천에서만 체험할 수 있는 귀한 경험이니 놓치지 말 것.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국내 유일 음악영화제인 JIMFF의 하이라이트는 청풍호반 무대에서, 의림지 한가운데에서, 제천 시내 곳곳에서 펼쳐지는 뮤지션들의 공연이다. 메인 스테이지라고 할 수 있는 청풍호반 무대에서는 넓고 푸르게 펼쳐진 청풍호를 등지고 설치된 커다란 스크린과 무대에서 공연과 영화가 펼쳐지는 ‘원썸머나잇’ 섹션이 열린다. 작년에 혁오와 이승환이 올랐던 이 무대에 올해는 국카스텐, 몽니, 에픽하이, 십센치, 정기고 등이 올라 매일 밤 청풍호의 밤을 다르게 빛내줄 것이다. 의림지 무대에서 열리는 ‘의림썸머나잇’에서는 싱어송라이터 최고은, 뷰렛, 신스록 밴드 에이프릴 세컨드 등이 각기 다른 주제에 맞는 음악을 선보일 예정이다.

바람 맑고 달 밝은 제천에서 하룻밤 머물고 싶다면 영화제에서 준비한 ‘바람 불어 좋은 날’이라는 패키지가 유용하다. 숙박과 티켓, 간식 거리를 묶 은 원스톱 패키지 프로그램인데 티켓은 영화와 공연 중 하나를 고를 수 있고, 숙소도 제천에 있는 세명대학교 기숙사와 청풍리조트 레이크호텔 중 한 곳을 선택할 수 있다.

제12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일시 2016년 8월 11~16일
문의 www.jimff.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