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를 기억하니 1, 2


수학여행지에서 같은 반 친구 ‘후유아’가 사라지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당시, 같은 조였던 여섯 아이들은 큰 충격에 빠지지만 사건은 서서히 잊혀지고 이후 각자의 인생을 산다. 그로부터 20년, 자신의 삶을 살아내기 바쁜 이들에게 의문의 메시지가 날아든다.

‘나를 기억하니? 후유아.’

이혼, 정리해고, 슬럼프와 불륜 등 저마다의 이유로 삶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던 35세의 여섯 명의 동창생은 후유아의 등장에 혼란에 빠지고, 이내 20년의 세월 속 감춰진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탄탄한 스토리텔링과 등장인물의 삶을 섬세하게 묘사하는데 탁월한 미스터리 소설 작가 시바타 요시키. 보통의 미스터리 소설이 사건이 진행되는 과정에 집중한다면 시바타 요시키는 사건과 더불어 세밀하고 생생한 인물 묘사를 통해 이야기에 쉽게 몰입하게 만든다. 요시키 특유의 긴장감이 엄청난 작품. 문학평론가 무라카미 다카시가 ‘700페이지가 넘는 압도적인 분량이 단숨에 읽힌다’고 평한 이유다. 2013년 NHK 8부작 드라마로 리메이크되면서 큰 인기를 모은 이 작품은 일본 국내 누적 판매 부수 100만 부를 기록했다.

 

어디 갔어, 버나뎃


이번에는 엄마가 사라졌다. 시애틀에 살고 있는 주인공 소녀의 엄마인 ‘버나뎃 폭스’가 사라지면서 그녀가 어디로, 왜 떠났는지를 추적해가는 이야기다. 사라진 그녀, 소녀의 엄마 버나뎃 폭스는 사회성제로의 까칠한 성격 탓에 시애틀 학부모들 사이에서 절대 엮이기 싫은 요주의 인물로 악명 높던 왕따였고, 소녀의 아빠는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잘나가는 남자지만 가족들에겐 그냥 워커홀릭이다. 세 식구가 남극여행을 준비하던 중에 서로에게 쌓여있던 감정을 분출하며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한다. 한 가족이 망가지는 과정을 재미와 위트로 포장해 극단적으로 펼쳐낸다. 촉망 받는 건축가였던 버나뎃이 까칠한 주부가 되었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오기까지의 과정과 버나뎃의 비밀스러운 과거, 위트 있는 사회 풍자, 삶을 긍정하는 따뜻한 성장담까지 골고루 맛깔스럽게 버무렸다.

미국에서 출간 후 84주간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그 해 <뉴욕 타임즈> <피플> 등 매체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며 화제가 된 책이다. 최근 <비포 선라이즈> <보이후드>의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이 연출을 맡아 영화로도 만들어질 예정이다.

 

끝에서 두 번째 사랑


눈 깜짝하는 사이 사라진 청춘이 아쉽고 억울하기만 한 마흔다섯 살 여자와 청춘 따위 가물가물한 마흔아홉 살 남자가 만났다. 일에 파묻혀 살던 드라마 프로듀서 요시노 치아키는 어느 날 문득 마흔다섯 노처녀가 된 자신을 처음으로 되돌아 본다. 청춘을 좀먹은 엉망진창의 삶에서 벗어나겠다고 다짐한 그녀는 남은 생을 도쿄 근교의 아름다운 지역 가마쿠라에서 보내기 위해 고택을 구입한다. 옆집에 그녀가 꿈꾸는 잔잔한 일상을 훼방 놓을 이상한 남자가 살고 있는지는 모른 채. 요시노 치아키는 이사 후 옆집 남자, 고리타분한 무사안일주의 시청 공무원 나가쿠라 와헤이와 사사건건 얽힌다. 동시에 간질간질한 로맨스도 펼쳐진다.

어른이 될수록 상처받는 일은 많고 회복은 더디다. 현재의 사랑에 충실하면서도 다음 사랑은 다시는 없을 거라고 영원을 확신하지 않는 어른들의 연애가 마음을 따뜻하게 데운다. 되려 “이 나이니까 더욱 마지막 사랑은 소중한 이를 위해 남겨두고 싶어요.”라는 대답이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희망차고 따뜻한 시선이 가득한 연애소설이 반갑다. 언제부턴가 생일이 부끄러워지고 깜짝 파티가 부담스러운 여자들에게, 괜찮은 여자는 나이가 몇이든 괜찮은 여자라고 토닥이는 이 위로에 마냥 몸을 맡기고 싶어진다. 동명의 후지TV 드라마를 소설화한 책으로 김희애, 지진희 주연의 드라마로도 곧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