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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스틱 듀오

‘아날로그’ 코드로 맞춰가는 테트리스 남매 (임성연과 임성욱)

성북동 뒷골목의 조그만 소품 가게 ‘씨클로’는 유리문에 써 있는 ‘본격 아날로그 라이프’라는 소개의 말처럼 원하는 대로 살기로 다짐한 남매가 의기투합해 만든 공간이다. 씨클로를 열기 전부터 텐바이텐, 1300K 등을 통해 수입품을 유통했던 누나 임성연은 평소 애정을 갖고 있던 동네 성북동에 자신이 바라던 대로 쇼룸을 열면서 단순한 소품 가게를 넘어 수입하는 제품의 특성에 맞는 모임을 열 수 있는 공간을 겸하고 싶었다. 외향적이고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는 남동생이 모임 공간을 이끌어 가는데 적격일 것 같아 동생을 끌어들였다. 그러다 보니 다른 쇼룸과 달리 씨클로는 가운데 놓인 커다란 책상이 공간의 중심이다. “수입하는 제품 중에 테이스팅 노트가 있어요. 둘 다 술을 좋아해서 주변 친구들과 테이스팅 모임을 만들면 좋을 것 같아 일주일에 한 번씩 수제 맥주나 위스키 테이스팅 모임을 해요.”

오픈한 지 4개월. 남매가 아니어도 동업을 하는 사이라면 시행착오가 한창 많을 때다. “하고 싶은 거 맘껏 하려고 연 공간이에요. 하고 싶은 게 많아서 이거 하자! 하면 바로 실행이 가능한 게 장점이죠. 다른 남매에 비해 유난히 잘 맞고 사이가 돈독한 편이거든요. 길게 설명할 필요 없이 떠오른 걸 바로 실행할 수 있어서 좋아요.” (임성연) “바로 그 점이 고민이기도 했어요. 공과 사가 구분이 잘 안 되니까 퇴근하고 나서도 일의 연장이기 일쑤였죠. 메신저로 맨날 기획하고요. 다행히 사는 곳은 달라서 이제 퇴근 후나 주말에는 연락을 잘 안 하려고 해요. 슬슬 맞춰가고 있는 것 같아요.” (임성욱)

함께 모임 공간을 운영하고 있지만 역할은 완전히 분리되어 있다. 동생 임성욱은 ‘씨클로 맥주 탐험대’, ‘한강야행’, ‘청춘교환장터’ 같은 모임을 기획하고 관리한다. 누나 임성연은 물건바이어 컨택트와 디스플레이를 전적으로 맡는다. 수입하는 물건은 1백 년 된 레터프레스로 찍어 만든 제품처럼 국내엔 없는 컨셉트의 제품 가운데 100% 친환경 핸드메이드 제품만 골라 들여온다. 모두 임성연의 취향이다. 이따금 임성연이 주최하는 모임은 뜨개질이나 필사 등으로 동생이 주도하는 모임과 성격이 정반대다.

“지향하는 건 같지만 성향이 달라요. 동생이 외향적인 반면 저는 내향적이고 꼼꼼한 편이죠. 서로 부족한 부분이 잘 보완된달까? 둘이 성격이나 취향이 똑같다면 오히려 힘들었을 거예요. 관심사가 다르면 못 보던 것도 볼 수 있게 되니까요.” (임성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