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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예요?

원래 꿈이란 것이 대부분 시작과 끝은 잘라먹고 어느 순간이나 느낌만 기억나지 않나. 내가 꾼 야한 꿈도 그랬다. 남자는 얼굴을 잘 모르겠고 형체만 어렴풋이 기억나는데, 우리는 엄청나게 격렬한 밤을 보내고 있었다. 가끔 꾸던 야한 꿈 중에서도 이 꿈이 유독 생생한 건 남자의 페니스 때문이었다. 무지하게 컸다. 그게 그냥 굵거나 길다는 일반적인 관념의 사이즈가 아니라, 나무 기둥처럼 거대하고 심지어 웅장하게 느껴지는 크기였다. 섹스를 하던 도중 두 손으로 그곳을 잡았는데 양손이 맞닿지 않았으니 말이다. 꿈속이었음에도 나는 당황했다. 어느 순간, 투수가 뿌린 시속 159km의 몸 쪽 꽉 찬 직구를 맞은 듯 숨이 턱 막히는 가운데 천둥이 치는 소리와 함께 오르가슴을 느끼며 잠에서 벌떡 깼다. 옆에서 TV를 보던 엄마가 놀라서 쳐다보는데 할말이 없어 얼른 방으로 들어갔다. 당시 만나던 남자친구와 속궁합이 좋지 않아 고민하던 때여서 그 꿈을 꾸고 사실 썩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일종의 욕구불만이었는지도 모르겠다. _H, 직장인(30세) 

 

금지된 섹스

맹세코 나는 그 남자를 일주일에 두 번씩 만나면서도 절대 그런 상상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어느 밤 꿈에서 그가 단둘이 할 말이 있다며 나를 자기 방으로 불렀다. 그러고는 은근한 스킨십으로 나를 유혹했다. 싫지 않았다. 우리는 그대로 그의 책상 위에서 격렬히 사랑을 나누었다. 꿈에 등장한 그는 바로 내 대학 시절 교수님이다. 나는 그의 전공 수업을 듣던 어느 학기에 그런 꿈을 꾸었다. 교수님을 상대로 그런 꿈을 꾸다니! 게다가 안식년을 앞둔 나이에 둥글둥글 인자한 외모를 가진 교수님은 솔직히 결코 섹스어필하는 타입도 아니었다. 이후 수업에 들어갈 때마다 나 혼자 괜히 괴로워했고, 특히 캠퍼스에서 마주치기라도 하면 눈을 쳐다보지 못할 정도로 민망했다. 얼마 전 나는 술김에  친한 친구에게 이 꿈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취한 상태에서도 말하기 부끄러웠는데, 의외로 그녀는 내 이야기에 공감했다. 친구는 얼마 전 자신을 쥐 잡듯이 잡는 미친 개(친구의 표현이다) 상사와 사무실에서 뜨겁게 달아오른 꿈을 꾸었다며, 그 후 상사를 볼 때마다 그런 꿈을 꾼 자신이 못 견디게 비참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이런 예상치 못한 주변 사람과 정사를 나누는 야한 꿈은 그 사람에게 잘 보이고 싶은 무의식의 발로라는 글을 인터넷에서 봤다고 했다. 글쎄, 그게 사실인지는 몰라도 어쨌든 나는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에 마음의 짐을 덜었다._L, 대학원생(26세)

 

3, 2, 1, 점프

꿈에서 나는 비행기를 타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낙하산을 메고 활짝 열린 출입문 밖으로 앞사람을 따라 뛰어내리는 참이었다. 정신을 차릴 수 없게 뺨을 후려갈기는 바람이며 비행기 엔진의 굉음까지 느껴졌다. 심장이 벌렁벌렁하는 와중에 누가 갑자기 내 팔을 잡았다. 같이 비행기에서 뛰어내린 한 남자였다. 대자로 나란히 낙하하던 그가 나를 자기 밑으로 홱 잡아당겼다. 순식간에 우린 공중에서 마주 보고 몸을 포갰다. 그렇다. 우리는 스카이다이빙을 하면서 섹스를 했다. 아니, 근데 삽입은 그렇다 치고 피스톤 운동은 어떻게 했지? 콘돔을 쓴 부분은 기억에 없다. 그럼 이 남자 공중에 정액을 흩뿌렸나? 나 피임을 어떻게 한 거지? 꿈을 꾼 나 자신도 어이없었지만 어떻게 가능했는지, 우리가 과연 그 후 무사히 착륙은 했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 그러니까 꿈이겠지 싶다. 근데 온몸이 찌릿찌릿했던 기분은 아직도 기억난다. 정말 좋았다. _P, 직장인(26세)

 

에덴에서 일어난 일

진짜 이상한 꿈이었다. 나는 녹음이 우거진 탁 트인 야외에 있었는데, 옷을 홀랑 벗은 상태였다. 근데 꿈에서는 그 사실이 전혀 부끄럽지 않았다. 잔디밭을 걸었다. 햇살도 눈부시고 기분도 상쾌했다. 이따금 사람들이 지나가는데 하나같이 나처럼 나체였다. 그러다 그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그가 날 보고 활짝 웃었다. 우리는 자연스레 키스했고 서로의 몸을 애무했다. 그리고 나무 그늘에서 섹스를 했다. 마음이 따뜻했다. 여기까지 하고 잠에서 깼으면 아름다운 꿈이었을 텐데. 섹스가 끝나고 그가 나에게 가만히 무언가를 건넸다. 열대 과일 두리안이었다. 음, 두리안? 꿈은 딱 거기까지였다. 깨고 나니 이게 뭔가 싶었다. 마치 에덴동산에서 아담을 만나 사랑을 나눴는데, 그에게 독이 든 사과 대신 두리안을 건네받은 느낌이었다. 혼란스러웠다. 아직도 그가 왜 막판에 과일을 주었으며, 왜 그게 하필 두리안이었을까. 내 거기가 냄새난다는 의미니? 그를 다시 꿈에서 만나 묻고 싶다. _K, 대학생(23세)

 

꿈으로 배웠습니다

나는 섹스에 소극적인 편이다. 특히 오럴 섹스는 한 번도 시도한 적이 없었다. 이 꿈을 꾸기 전까지 말이다. 꿈에서 나는 어떤 남자의 바지를 벗기고 있었다. 남자의 잔뜩 흥분한 그곳을 쓰다듬었는데 단단하면서도 어쩐지 보드라웠다. 그러고는 현실에서는 한 번도 느끼지 못한 충동, 입에 넣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 속에 살짝 넣어서 끝부분과 주변을 혀로 간질이니 꿈속의 그가 헉 소리를 냈다. 그의 리드에 따라 더 깊게, 더 리드미컬하게 입과 손으로 어루만지는데 그 과정이 마치 슬로모션처럼 디테일하고 꽤 생생해서 깨고 나서도 잔상이 남았다. 며칠 후 문득 꿈 생각이 나 망설이다 침대에서 남자친구의 페니스를 살살 어루만졌다. 놀랍게도 내가 꾼 꿈은 허무맹랑한 개꿈이 아니었다! 첫 오럴 섹스인데도 고통(?) 없이 무사히 그는 사정에 이르렀다. 남자친구는 테크닉의 출처를 궁금해했지만, 야동을 봤다고 하얀 거짓말을 했다. _O, 직장인(35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