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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회의만 하다 끝나는 날이 있다. 일을 하는 시간보다 회의 자리에 앉아 있는 시간이 더 긴 날도 있다. 회의를 많이 하는 회사일수록 망하기 쉽다고 투덜거려 봐도 회의를 피할 수는 없는 노릇. 그래도 시간이 아깝지 않은 회의를 만들 수는 있다. 오늘도 완생을 꿈꾸며 미생의 삶을 살고 있을 직장인을 위한 회의 꿀팁을 소개한다.

PART 1 좋은 회의를 만드는 방법

침묵은 낭비

회의는 회식이 아니다. 참석에 의의가 있는 것이 아니라 좋은 아이디어에 의미가 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은 물론 중요하지만 경청만 해서는 안 된다. 회의에서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지 않으면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업무를 분담할 때 불리하게 작용할지도 모른다. 회의에서 발표를 할 때에는 몇 가지만 기억하자. 우선순위를 정해 중요한 것부터 말하고 한 문장에 한 가지 생각만 담을 것. 듣는 사람이 잘 이해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 역시 필요하다. 그리고 긍정적인 의견부터 얘기해야 한다. 처음부터 반대 의견이나 부정적인 의견을 말하면 다른 거부감을 줄 수 있다. 자신의 의견을 설득력 있게 표현하려면 짧은 문장으로 명확하게 설명하는 것이 좋다. 상대방이 알아서  자신의 뜻을 알아줄 거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 하고자 하는 것, 원하는 것을 부드러우면서도 확실히 말해야 한다.

회의 분위기의 8할을 결정하는 건 장소

회의는 자신의 생각을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자리가 아니라 다른 팀원들과 대화를 나누며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자리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회의 참석자 전원이 서로 바라볼 수 있는 형태로 앉는 것이 좋은데 발표자와 회의를 이끄는 사람이 서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회의 성격에 따라 장소 세팅도 달라야 한다. 이를테면 역동적인 회의가 필요하다면사람들이 쉽게 지나다닐 수 있도록 자리를 배치하는 식이다. 상사만 바라보는 형태로 앉아 회의를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회의에서는 서로 의견을 내기보다는 한 사람의 의견을 일방적으로 듣기만 하게 된다.

좋은 회의를 위한 기본 원칙

회의를 시작할 때에는 몇 가지 기본 조건이 있다. 우선 무조건 정시에 시작할 것. 시작 시간이 늦어지면 끝나는 시간도 자연스레 미뤄지고, 회의 시간이 늘어진다. 본격적으로 회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서로의 안부를 묻는 것도 중요하다. 분위기가 자연스러워야 아이디어도 잘 나오는 법. 진행자는 회의의 목적과 어젠다, 예상 시간을 먼저 밝혀야 한다. 회의 중에는 참석한 사람끼리 대화할 수 있는 시간도 있어야 한다. 진행자가 일방적으로 말을 많이 하면 집중도가 떨어지는 건 차치하더라도 좋은 의견이 나올 수 없다. 회의가 끝난 후에는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정리된 내용을 최대한 빨리 전달해야 한다. 회의 내용이 실무로 이어지지 않으면 쓸모없는 회의일 뿐이다.

다양한 의견을 유도하는 방법

모든 사람이 회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는 없다. 회의에서 말을 많이 한다고 좋은 팀원은 아니며 발표에 소극적이라고 해서 아이디어가 평범한 것도 아니다. 소극적인 팀원까지 포용할 수 있는 회의 방법 중 하나는 파킹 롯. 차를 주차하듯이 질문이나 의견을 써 붙일 수 있는 곳으로 회의실 한쪽 벽면에 회의 참석자들이 뒤늦게 생각난 아이디어나 더 설명하고 싶은 내용 등을 적어두는 것이다. 커피 한 잔만 준비해도 딱딱한 회의 분위기가 보다 편해진다.

중요한 건 회의를 마친 다음

회의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실행 목록을 정리하는 것이다. 회의가 회의로 끝나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회의가 끝난 후에는 의견을 취합해 어떤 일을 실행할지 결정해야 한다. 해당 업무를 실행할 담당자가 결정되면 일을 마쳐야하는 기일을 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렇게 처음과 끝이 정해지면 일을 진행하며 추가로 필요한 것을 보충해나가면 된다. 오피스 정글에서 살아남으려면 추진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회의 자체에 대한 질문

회사에는 불필요한 회의가 많다. 꼭 필요한 회의인지 팀원들 스스로 객관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회의를 많이 한다고 해서 좋은 아이디어가 풍부해지는 것도 아니고, 일을 많이 하는 것도 아니다. 간단한 일대일 미팅이 더 효율적인 경우도 있으며 메신저로 가볍게 의견만 주고받는 게 나을 때도 있다. 회의를 위한 회의는 낭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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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잘나가는 회사의 잘되는 회의

안티 파워포인트

현대카드는 불필요한 회의를 줄이기 위해 ‘파워포인트 금지령’을 내렸다. 그 덕에 회사에서 사용하는 사무 용지가 전년 대비 40%가량 감소했다. 파워포인트를 사용하지 않는 수치와 관련한 내용은 엑셀 파일로 정리하고 그림이나 도식이 필요할 때에는 손으로 직접 그리는 것. 화려한 비주얼보다는 내용과 본질에 집중하기 위한 선택이다.

피자 두 판 규칙

아마존에도 회의와 관련한 기본 규칙이 있다. 우선 회의에 참석하는 인원은 피자 두 판을 나눠 먹을 수 있는 규모여야 한다는 것. 그래야 협조가 잘 이뤄지고 참석에만 의미를 둔 사람이 없다. 파워포인트 사용도 금지한다. 숫자와 기호로 정리한 프레젠테이션은 정리한 사람은 설명하기 쉬울지 몰라도 받아들이는 사람에게서는 깊이 와 닿지 않는다. 또 30분간 소리 없이 자료를 읽고 회의를 시작하는데 이렇게 하면 사전 정보를 잘 숙지하게 되고 자연스레 전체 회의 시간이 줄어든다.

실리콘밸리를 만든 해커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지금의 실리콘밸리를 만든 회사들이 주로 해커톤을 연다. 해커톤은 해커와 마라톤의 합성어. 형식을 갖춘 회의라기보다는 자신이 맡은 프로젝트를 중단하고 그동안 생각해온 아이디어에 몰두하도록 독려하는데 24시간 이상 쉬지 않고 아이디어를 짜고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제작한다. 원래는 페이스북의 사내 행사였는데 이제는 실리콘밸리의 여러 회사뿐 아니라 다른 나라의 IT 관련 업체에서도 널리 열리게 되었다. 페이스북의 CEO 마크 저커버그는 회의를 잘하는 CEO이기도 하다. 회의를 준비하는 그의 원칙은 명확하다. 회의 주제에 맞는 자료를 사전에 충분히 공유하고 회의를 시작해 다른 주제로 새지 않게 회의의 목표와 의도를 분명히 하는 것. 주제가 흔들리면 원래의 회의 목적을 상실한 채 시간만 버릴 뿐이다. 이건 페이스북 캠퍼스에 걸려 있는 문장과 맥을 같이한다. ‘실천이 완벽보다 낫다.’

놀이터 회의

<1박2일> <꽃보다 청춘> <삼시세끼> 등의 예능 프로그램으로 승승장구해온 나영석 PD의 회의법. 말하자면 ‘브레인스토밍 회의’인데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고 회의하는 것이다. 적을 종이도 없고 정해진 주제도 없이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하는 회의. 회의라기보다는 놀이터에서 친구끼리 얘기를 나누듯이 수다를 떠는 거다. 부담 없이 참여하기 때문에 아이디어를 뽑아내기에 오히려 좋지만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

8가지 회의의 법칙

구글에는 8가지 회의의 법칙이 있다. 첫째는 최종 의사 결정자가 참석해야 한다는 것. 회의에 책임자가 참석해야 아이디어가 회의 자리에서 끝나지 않고 실무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둘째, 회의가 끝나면 48시간 내에 회의 내용을 공유하고 뒤이어 실행할 사항을 공지해야 한다. 셋째는 모든 회의에 명확한 목적이 있어야 하고 회의 주제에 필요한 사람들만 참석하는 것. 넷째는 굳이 만날 필요가 없는 회의는 과감히 취소하거나 일정을 변경하는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는 거다. 이 회의가 유용한지, 지나치게 자주 모이는 것은 아닌지, 사람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고 있는지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다섯째는 모든 사람이 의견을 낼 수 있도록 인원을 최대 8명으로 제한하는 것. 여섯째는 아무리 중요해 보이는 회의더라도 그 회의 내에서 자신의 역할이 없으면 참석하지 말아야 한다. 일곱째는 시간 관리. 제 시간에 시작해서 칼같이 끝내야 한다. 점심시간과 퇴근시간을 배려하는 것은 물론이다. 마지막으로 회의에 참석했으면 스마트폰으로 이메일을 확인하거나 SNS 를 보는 등 딴짓을 하지 말아야 한다.

 

REFERENCE <30분 회의> (정찬우 지음, 라온북 펴냄), <회의 없는 조직> (김종남 지음, 플랜비디자인 펴냄), <가짜회의 당장 버려라> (최익성 지음, 초록물고기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