쉿. 검은 선글라스를 쓰고 초록색 에코백을 멘 엠마 왓슨이 파리 거리에 등장했다. 살금살금 걸음걸이마저 조심스러워보이는 그녀의 미션은 마가렛 애트우드의 소설 <시녀 이야기> 1백여권을 사람들 눈에 잘 띄는 곳에 놓아두는 것. 초록색 리본으로 예쁘게 포장한 책들엔 엠마가 프랑스어로 직접 쓴 작은 메모가 곁들여져 있었다. 그녀가 숨겨둔 책을 발견한 사람들의 ‘인증샷’은 지금 이 순간에도 SNS를 통해 인증되고 있다.

이 의문의 보물찾기(?)는 엠마 왓슨이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사람들과 나누는 방식이다. 엠마는 평소 <미녀와 야수>의 ‘벨’ 못지않은 책벌레로 유명한데, 2016년 한 해 동안 총 39권의 책을 읽었다고 하니 한 달 평균 세 권 이상의 책을 읽은 셈. 그러다 보니 매체와 인터뷰할 때도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와 최근 읽고 있는 책에 대한 이야기를 쏟아내곤 했는데, 2016년부터는 독서 토론 사이트 굿리즈(Goodreads)에 ‘우리의 공유 책장(Our Shared Shelf)’이라는 독서 커뮤니티를 만들어 보다 적극적으로 함께 읽을 책을 고르고 생각을 나누기 시작했다. 더 나아가 중고 서적을 공공장소에 놓아두고 누구든 가져가 읽도록 하는 자선 단체 ‘북 페어리즈(The Book Fairies)’와 손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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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책 요정 엠마 왓슨이 출몰했던 곳은?

엠마 왓슨이 가장 처음으로 찾았던 곳은 런던 지하철역이었다. 그녀가 선택한 책은 마야 안젤루의 ‘엄마, 나 그리고 엄마(Mom & Me & Mom)’. 플랫폼 기둥 틈에도,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중에도 잊지 않고 한 권씩!

 

런던에서의 첫 보물찾기를 성공적으로 마친 이후 엠마 왓슨의 팬들로부터 자신의 나라에도 와달라는 SNS 메시지가 쇄도했고, 4달 후 그녀는 뉴욕행 비행기에 올랐다. 때로는 그녀의 정체를 알아보는 팬들도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따뜻한 허그로 입막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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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마 왓슨의 독서 커뮤니티의 메인 테마는 페미니즘. 2014년, 유엔의 여권 신장 친선대사로 임명된 그녀는 ‘He For She’ 캠페인 연설을 통해 신념 있는 셀러브리티로 손꼽히기 시작했지만 사실 엠마의 이러한 가치관은 훨씬 오래 전부터 갈고 닦아온 것이다. 어떻게 알 수 있냐고? 엠마가 고작 열일곱살일 때 했던 인터뷰를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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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미온느는 자신의 외모가 어떻게 보이는지 신경쓰지 않고, 똑똑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아요. 때로 똑똑한 소녀들이 스스로를 낮추려고 하는데 그러지 않기를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