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ding 2 안종섭ㆍ백선아

벚꽃으로 가득 찬 버진 로드

4년간의 연애 끝에 서두르지 않고 결혼 준비를 시작했다. 신부가 평소 가지고 있던 로망을 실현하되 각자 한 집안의 둘째이자 막내로 하객들에게 인사를 드리는 마지막 자리라는 의미를 되새기자는 양가 부모님의 의견을 존중했다. 웨딩홀부터 여러 장소를 둘러본 결과 신라호텔이 많은 수의 하객을 제대로 대접하기에 가장 적당했고 높은 층고, 긴 버진 로드 또한 신부의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버진 로드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꽃 장식까지 훌륭하고 다양했다. 모두의 수요를 충족시킨 신라호텔에서의 결혼식을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벚꽃이 가장 예쁘게 필 시기라며 ‘벚꽃 웨딩’을 추천한 건 신랑의 센스 넘치는 어머니였다. 식장 곳곳을 꾸민 벚꽃은 따로 구해온 게 아니고 신랑 신부가 벚꽃 장식을 결정한 순간(웨딩 한 달 반 전)부터 웨딩을 위해 직접 재배한 것. 벚꽃 웨딩이 더욱 특별해지는 순간이었다.

 

신랑의 턱시도는 평소 양복을 맞춰 입는 ‘케임브리지 멤버스’에서 준비했다. 그래서인지 사이즈도 잘 맞고 턱시도의 안감부터 단추, 소매 등 세세한 디자인까지 선택하기 편했다. 고가의 턱시도 숍에서 대여하는 가격보다 합리적인 것은 물론이었다. 신부는 웨딩 2부에서 한복 대신 드레스를 입을 예정인데다 자연스러운 가봉 스냅을 찍고 싶은 마음으로 드레스 숍을 돌아봤 다. 벨 라인이 잘 어울리는 몸매라 벨 라인을 강조한 드레스를 찾고 싶었다. 신부가 자신의 체형을 스스로 파악하고 있으면 드레스 숍을 도는 시간을 훨씬 줄일 수 있다. 수입 드레스들은 대부분 트렌디하고 자연스러운 라인을 추구해 신부가 원하는 벨 라인을 강조한 드레스는 결국 국내 숍인 ‘브라이덜공’에서 골랐다.

이렇게 하나하나 신경을 썼는데도 아쉬운 점은 분명히 있었다. 특히 결혼식 당일 스냅사진. 당일 스냅 사진은 꼭 두 업체에 맡기라는 말이 결혼식이 끝 나고 나서야 깊이 와 닿았다. 2부 드레스의 가봉이 제대로 되지 않았던 것도 옥의 티였다. 사진을 볼 때마다 사람들은 모르지만 신부의 눈에만 보이는 어설프게 가봉된 2부 드레스 라인이 늘 아쉽다. 큰 부분에 신경을 쓰다 이렇게 소소한 부분을 놓칠 수 있으니 결혼식 당일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말 것.

 

신라호텔에서 결혼을 하면서 제일 만족스러웠던 건 사실 벚꽃 웨딩 자체가 아닌 부수적인 부분들이었다. 하객을 맞이하는 리셉션 장소, 폐백실, 신부 대기실 등 곳곳에서 호텔 측의 세심한 배려가 빛을 발했다. 폐백실의 분위기나 폐백을 위해 준비된 한복, 장신구 모두 고급스럽고 정갈한 것은 물론 폐백 전 신랑 신부를 위해 차려준 스시 정식 같은 부분에서 사소하지만 깊은 감동이 밀려 왔다. 신랑 신부를 얼마나 배려했는지 고스란히 느껴져서 정말로 그날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생애 단 하루뿐인 그날, 여왕이 되는 기분을 느끼 고 싶다면 호텔 예식이 최선의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