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소소한 일상

이니 YIINI

이니가 브이로그를 하게 된 건 연휴를 맞아 방콕 여행을 가며 산 핸디캠 때문 이었다. 핸디캠은 영화를 전공해 사진보다는 영상이 편한 그가 자신의 추억을 기록하기 위해 큰맘 먹고 지른 장난감이었던 셈. 그러나 추억을 생생하게 돌이켜볼 수 있는 만큼 많은 저장 공간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외장하드를 살지 고민하다가 유튜브를 떠올렸다. 더 이상 용량을 걱정할 필요가 없어 기뻤던 그는 이왕 고생해서 만든 영상이니 많은 사람이 보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유튜브에 ‘이니’라는 채널을 오픈했다.

영상 관련 업계에 종사하면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는 직장인이지만 일주일에 두 번씩 브이로그를 올리는 건 습관처럼 쓰는 일기와 다름없다. “브이로그를 시작한 후부터 남는 시간이 없어졌어요. 그냥 쉬는 시간에도 밀린 영상 편집을 하고 편집할 게 딱히 없으면 뭔가를 찍으러 다니니까요. 저도 찍는 게 재밌고 편집하는 게 재밌으니까. 뭔가를 먹더라도 좀 더 맛있는 곳을 물색하죠. 뭘 하든지 의미 부여가 돼요. 어쨌든 전부 제 추억으로 남으니까요.”

이런 덕분에 이니의 브이로그에서는 회사 점심시간에 쪽잠을 자고, 퇴근 후 친구와 맥주를 마시고, 생각보다 자주 야근을 하고, 여수로 1박 2일 주말 여행을 떠나는 평범한 직장인의 모습을 그대 로 엿볼 수 있다. 벌써 2만 명에 가까운 구독자가 이니의 소소한 일상을 공감하고 궁금해한다는 건 이니 본인에게도 신기한 일이다. “저도 처음에는 다른 사람이 올린 브이로그를 보고 ‘이런 걸 왜 올리지?’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러면서도 저도 모르게 보고 있는 거예요. 저랑 직업이나 나이, 사는 지역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하니까 계속 보게 돼요. 그러다 보면 그 사람과 나 사이에 공유하는 뭔가가 생긴 것 같죠. 사람을 사귈 때도 각자 취향에 맞게 사귀잖아요. 브이로그도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브이로그는 앞으로도 철저히 취미로만 할 계획이라는 이니는 브이로그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시작하라고 이야기한다. “사진이 아닌 영상으로 조금이라도 더 빨리, 그래서 더 많이 생생한 추억을 남길 수 있다면 누구보다 자기 자신에게 가장 즐거운 일이 아닐까요?” 이니의 유튜브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