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네이드한 시푸드

레몬을 유럽식으로 발효해 만든 소스, 레몬 콩피로 마리네이드한 골뱅이와 홍합, 얇게 저민 일본 순무와 돌나물, 한련화, 딜, 돌미나리 등 다양한 채소를 얹은 메뉴. 여기에 허브를 인퓨징한 투스칸 올리브 오일과 말린 셀러리를 넣어 만든 소금으로 풍미를 더했다. 로이든의 주방에는 레몬과 금귤 등을 한 달 이상 숙성시켜 만든 소스와 말린 셀러리와 파 등을 넣어 만든 소금, 허브를 인퓨징 한 오일 등이 빼곡하게 채워져 있다. 과일과 채소를 숙성하고 말리고 섞어서 새로운 소스를 만드는 과정에서 실패할 때도 있지만 그런 경험조차 로이든 셰프에게는 즐거운 일이다.

 

손님이 없는 날에는 음식에 필요한 재료를 직접 텃밭에 가서 구해오기도 하고, 과일이나 채소로 저장 음식을 만들곤 해요. 고기로 육포를 만들 때도 있고요. 모든 작업이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이지만 오랜 정성이 필요한 일이기에 더 재미있는 작업이기도 하죠.

 

 

양고기 미디엄 쿡 카르파치오

수비드로 오랜 시간 익힌 양 어깨살에 볶은 비트 잎과 연한 비트 잎, 루콜라를 올리고 고수 소스를 뿌린 뒤 당근 꽃을 흩뿌렸다. 로이든 셰프가 요리에 쓰는 채소는 대부분 마르쉐에서 만난 농부 들이 자신들의 농장에서 직접 수확한 것들. 농부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재배 기간에 따라 달라지는 채소의 맛에 대한 의견 을 나눌 수도 있고, 의외의 수확을 얻을 때도 있다. 당근 꽃은 농 부가 미처 수확하지 못하고 밭에 그대로 둔 당근에서 피었다. 뿌 리인 당근은 수확 시기를 놓쳤지만 그 덕에 오히려 꽃을 피웠고 알싸한 맛이 느껴지는 식재료가 되었다.

 

카르파치오는 보통 소고기 안심을 쓰는데 저는 살짝 염장한 양고기를 62℃에서 10시간 동안 수비드로 익혀 햄처럼 만들어봤어요. 고기 고유의 냄새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는 건 좀 아쉬운 부분이죠. 목초를 먹고 자란 소의 고기는 특유의 향이 잘 살아있지만 사료를 먹이면 그 향이 많이 사라지거든요.

 

 

목이버섯볶음 위에 얹은 스테이크

탱탱한 목이버섯을 채 썰어 볶고 그 위에 잘 구운 소고기 스테이크를 얹었다. 마르쉐에서 구입한 생목이버섯은 일반적으로 쓰는 말린 목이버섯에 비해 식감이 월등히 좋다. 여기에 전날 찬우물 농장에서 수확한 쪽파를 구워 올리고 뿌리째 뽑아온 민들레 잎을 가니시로 장식했다. 대파 꽃과 흙을 깨끗이 씻어낸 쪽파 뿌리와 쑥도 기름에 살짝 튀겨 올렸다. 평소 맛볼 일이 없는 파 뿌리 튀김이며 파꽃이 내는 의외의 맛이 요리에 재미를 더한다. 로이든이 완성한 음식이 담긴 접시 위에 올라가는 모든 식재료는 플레이팅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모두 본연의 맛을 지닌 훌륭한 식재료가 되어준다.

 

제 요리가 담긴 접시 위의 모든 것은 먹을 수 있어요. 이를테면 파의 꽃과 뿌리도 모두 고유의 맛이 있는 좋은 식재료죠. 밭에 가서 구해온 식재료를 다양한 방식으로 조리하는 것도 즐거운 일이에요. 어제 찬우물 농장에서 캐온 쑥과 쪽파 뿌리를 튀기면 흥미로운 맛이 날 것 같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