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를 위한 지식 사전>

호주 옆에 있는 작은 섬 사모아의 사모아 항공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승객 몸무게와 수하물 무게를 합산해 티켓 가격을 정한다. 세계 최초로 7대륙에서 공연을 한 밴드는 메탈리카다. 그들은 2013년 12월 남극의 칼리니 기지에서 공연했는데 불안정한 환경에 음파가 영향을 미칠까 우려해 스피커 대신 1백20명의 관객 모두에게 무선 헤드폰을 씌웠다. 책 제목은 <여행자를 위한 지식 사전>이지만 이렇듯 무용하지만 매력적인 여행 정보가 백과사전처럼 빼곡히 들어 있다. 에반 S. 라이스 | 심포지아

 

<여행 이야기로 주위 사람들을 짜증 나게 만드는 기술>

저자에겐 세계 일주를 마친 부모님 친구 딸이 사진 앨범 4개를 안고 찾아와 같은 이야기를 여섯 번이나 반복하는 걸 들어줘야 했던 끔찍한 기억이 있다. 어느 날 문득 이런 식으로 듣는 이에게 고통을 안겨주는 여행 자랑이 만연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본격적으로 진상 ‘여행 만취’담을 모으기 시작한다. 그러고는 ‘아프니까 여행이다’ ‘당신도 괴테가 될 수 있다’ ‘좋아요를 많이 받는 팁’ 등 여행 후 허세 부리고 유식한 체할 수 있는 매뉴얼을 완성했다. 지겨운 이야기로 친구들을 괴롭히는 법을 배우고 싶다면 혹은 적어도 여행에서 이런 인간은 되고 싶지 않다면 읽어보길. 마티아스 드뷔로 | 필로소픽

 

<매일이, 여행>

아니, 언제 이렇게 여행을 했대? 싶게 요시모토 바나나는 정말 많은 곳을 여행했다. 이집트, 호주, 브라질, 이탈리아 등지를 다니며 2~3쪽의 짧은 글을 썼는데 호텔이나 식당, 하다못해 길 이름까지 도무지 고유명사를 찾기 어렵다. 정리된 정보 대신 그곳이 어디건 동네에 머물 듯 사소한 일로 떠오른 오래된 친구를 추억하고, 사람들과 둘러앉아 맛있는 밥을 먹는 등의 일상을 담았다. 요시모토 바나나 | 민음사

 

<베를린에 없던 사람에게도>

소설가 한은형이 베를린에서 석 달을 보낸 기록이다. “상식적이지 않고, 모험심이 별로 없다. 그런 것과는 가장 거리가 멀다고도 할 수 있다. ‘했던 것을 다시 한다, 그리고 또다시 한다’가 나의 행동 방식에 가깝다”라고 자평하며, 2G 폰으로도 부족함 없이 생활하던 그가 레지던시 작가로 선정되며 돌연 베를린에서 살게 된다. 온통 멋 부리는 이들로 가득한, 그와 도저히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도시에서 한은형은 자신의 리듬대로 심심하고 담담하게 시간을 보낸다. 그 기이한 조화를 읽는 즐거움이 있다. 가령 ‘몽키바’에 간 에피소드처럼. 한은형 | 난다

 

<이 밤과 서쪽으로>

대서양을 서쪽으로 단독 횡단한 최초의 여성 비행사이자 모험가 베릴 마크햄. 네 살 때 아버지를 따라 영국에서 케냐로 이주한 그녀는 평생을 아프리카에 머물렀다. 그가 원주민의 언어를 배우고, 함께 사냥하고 농장을 일구며 완성한 평생의 책이다. 자서전이기도 하지만 아프리카로 여행을 꿈꾸게 한다는 점에서 여행 에세이에 가깝다. 그중 세렝게티 평원을 비행하며 묘사한 에피소드는 가히 환상적이다. 베릴 마크햄 | 예문아카이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