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플라스틱제로 환경보호 지구 마이크로시위 샬롯필비

 

‘우선 쓰레기통 감사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쓰레기가 어디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지 샅샅이 뒤져봐야 해요.’ 두 아이의 엄마인 베티나 메이드먼트(Bettina Maidment)는 쓰레기가 어디에서 많이 나오는지 파악해야 한다고 말한다. 런던 동부 지역에 살고 있는 그는 18개월 전부터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이 운동을 시작한 후 쓰레기 양도 많이 줄어 이제는 석 달에 한 번씩만 쓰레기를 버린다. SNS에서 이 이야기를 접한 후 나도 쓰레기 줄이는 삶을 실천해보기로 했다.

환경운동가들은 일상생활에서 환경보호를 실천하며 시위하는 행위를 ‘마이크로 시위’라고 일컫는다. 대규모로 집단행동을 하며 변화를 위해 이목을 끄는 대신 개인과 기업이 일상에서 환경보호를 실천하며 소소하게 행동하는 것이다. 이들은 인터넷에 기록을 남기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을 자극하기도 한다. 앙투안 르페세(Antoine Repessé)가 4년 동안 진행한 프로젝트가 그런 식이었다. 그는 재활용 쓰레기를 모두 모은 다음 초현실적인 사진을 찍어서 쓰레기 문제를 부각시켰다. 킨(Kin) 프로젝트는 한 달 단위로 변화를 제안하는데, 회원이 되면 나무를 심거나 고기를 덜 먹는 등 소소하게 환경보호를 실천하게 하다가 비공개 페이스북 그룹 같은 ‘안전한 공간’으로 초대해 경험을 공유한다. 런던 북부의 주부 동호회는 일주일 동안 나온 플라스틱 쓰레기를 모아서 동네 슈퍼마켓에 한꺼번에 반환하기도 했다.

마이크로 시위를 시작하기 앞서 우선 평소에 버리는 쓰레기 양을 파약해야 한다. 나와 남편, 세 아이들이 매주 배출하는 쓰레기는 대형 쓰레기봉투 네 개, 음식물 쓰레기 봉투 3개, 재활용 쓰레기 봉투 4개 분량이었다. 나는 이전까지 스스로 가치관이 올바르고 비교적 친환경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일하는 엄마다 보니 바쁠 수밖에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윤리적인 쇼핑의 범위는 유기농 채소 배달시켜 먹기, 장바구니 사용, 재활용 화장지 구매 정도였다. 내 아이들은 쓰레기를 어떻게 분류해서 버려야 하는지 알고 있고 양치하는 동안 수도꼭지를 잠그며, 녹고 있는 만년설에 대한 과제에 흥미를 갖는다. 하지만 정작 나는 끝없이 쏟아져 나오는 플라스틱 용기, 비닐 포장재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를 우울하게 만드는 일회용 젖은 기저귀 속에서 허덕이고 있으며 내 생활 방식이 환경보호를 위한 해결책이라기보다는 문제의 일부라는 명백한 사실을 깨달았다.

 

마이크로 시위의 몇 가지 규칙

마이크로 시위자로 지내는 동안 나는 메이드먼트가 제시한 대로 플라스틱을 전혀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재사용이 가능한 물통, 커피잔, 장바구니, 빨대를 사용할 것이다. 슈퍼마켓에서 사는 물건들의 플라스틱 포장재를 모두 벗겨서 계산대에 두고 올 것이다. 이 운동은 점점 확산되고 있는데, 플라스틱의 문제점을 일깨우는 동시에 폐기 비용을 소매 업체가 부담하게 한다는 점에서(슈퍼마켓에서만 매년 80만 톤의 플라스틱 포장재 쓰레기가 배출된다) 소비자가 변화를 원한다는 메시지를 확실하게 전달하게 된다. 다수의 소비자가 스스로 행동해서 이런 소규모 시위를 전국적으로 벌인다면 머지않아 소매 업체에서 플라스틱 포장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자연환경을 위협하는 것은 플라스틱만이 아니라 사람들의 전반적인 소비 속도다. 옥스퍼드 대학교 환경변화연구소의 케이트 라워스(Kate Raworth)는 저서 <도넛 경제: 21세기 경제학자처럼 생각하는 일곱 가지 방법(Doughnut Economics: Seven Ways To Think Like a 21st-Century Economist)>에서 지금 같은 소비 위주의 자본주의 성장 모델은 지속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라워스는 경제 모델이 재정적으로나 생태학적으로 지속 가능하려면 돈, 시장, 세금, 공공투자 모두 자원을 마구 써버리기보다는 보존하고 재생산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내가 참여하고 있는 마이크로 시위도 이런 가치관을 지지하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생필품(신선한 음식과 화장지) 이외에는 아무것도 사지 않는 것이다. 아무것도 안 사기 프로젝트(buynothingproject.org)의 규칙에 따르면 무엇인가 필요하면 교환해야 한다. 2013년에 시작된 이 온라인 네트워크는 아주 좁은 지역 내에서 비슷한 생각을 가진사람들을 연결해 ‘실제로 이웃 간에 구축된 연결망을 통해 주고 코코넛 오일이 받고 나누고 빌려주는’ 일을 돕는다. 한 편, 지속 불가능한 야자유가 대량 소비되면서 동남아시아의 숲이 계속 파괴되고 그렇게 배출되는 화학물질이 생태계를 오염시키기 때문에 나는 ‘코코넛 오일 안 쓰기(Say No To Palm Oil)’에서 진행하는 28일간의 도전(saynotopalmoil.com)에 참여해 내가 사용할 천연 세제를 만들 생각이다. 생태계를 걱정하는 많은 소비자들이 식료품에서 코코넛 오일을 없애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코코넛 오일은 여전히 세제의 주재료가 되는데, 코코넛 오일을 정제해 비누, 가루 세제 등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좋지 않은 세제를 생산하기 때문이다.

 

플라스틱 보이콧

금요일에 큰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준 다음 두 살배기 막내를 데리고 동네 카페에 갔다. 빈손으로 가게에 도착해서야 메이드먼트의 말이 기억났다. ‘일회용 컵을 가져가든가 먹지 말라.’ 더 나은 인간이 되기 위해 모닝커피를 포기하는 것이 엄청나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어린아이는 참는 일이 쉽지 않다. 사실 아이를 위해 시피 컵 하나 챙기지 않았다는 점에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아이는 폭발 직전이었고 나는 직장에서 바쁜 일주일을 보낸 뒤라 지쳐 있었다. 그래서 마이크로 시위의 규칙인 ‘빨대 금지’와 ‘플라스틱 포장재 전부 반환’ 규칙에 따라서 플라스틱 포장 부분을 찢어내 가게 주인에게 돌려주었다. 주인은 나를 신경쇠약증 환자가 아닌가 의심하는 눈초리로 보았고, 나는 빨대가 환경에 좋지 않다고 중얼거렸다. 가게를 나오면서 나는 마음속으로 친환경 전사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자신을 비난했고, 아이는 빨대가 없다고 분노했다.

하지만 마이크로 시위를 실행한 일주일 동안 환경보호를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일이 부끄럽진 않았다. 오히려 들뜬 기분이 들었다. 일상 속 행동의 파급효과에 관한 글을 더 많이 읽을수록 생활이 바쁘고 인생은 짧다는 핑계로 정당화했던 일, 이를테면 집에 갈 때까지 목이 마른 것을 참는 대신 동네 가게에 들러 생수 한 병을 사거나 샌드위치를 만들어 일회 용기에 담는 따위의 행동을 더 이상 하지 않았다. 일주일이 끝날 무렵 나는 세상이 붕괴되고 있다는 좌절감을 떨치고 남아 있는 자원을 조금이라도 움켜잡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기로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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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제 혁명

나는 집으로 돌아와 집에 무엇이 있고 무엇이 없는지 확인했다. 일주일에 한 번 장을 볼 때마다 늘 경황이 없어 대충 짚이는 대로 물건을 사 왔고 그런 탓에 집에는 먹지도 않는 콩을 여러 봉지 쟁여두었고 주방 세정제는 세 통이나 있었지만 화장실용 세제는 없었다. 화장실용 세제를 사는 대신 만들기로 했다. 코코넛 오일 안 쓰기 사이트(saynotopalmoil.com/Take_the_Challenge)에서 찾은 DIY 화장실 청소용 세제 제조법에 따르면 베이킹 소다, 식초, 청소용 솔, 플라스틱 분무기가 필요했다. 분무기가 없었는데 어차피 나의 플라스틱 금지 규칙에 위배되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이미 플라스틱 제품을 가지고 있다면 아무 데도 쓰지 않고 썩히느니 사용하는 것이 현명한 일임이 분명했다. 메신저를 통해 플라스틱 분무기를 제공할 친구를 발견했다. 일주일 동안 ‘아무것도 안 사기’ 규칙을 지키기 위해 물물교환을 해야 한다고 친구에게 말하자 그 친구는 기꺼이 응했다. 나는 집에 돌아와 수제 세제로 화장실 청소를 했다. 평소에 쓰던 화학약품 성분의 제품처럼 쉽고 빠르게 청소할 수 있었다. 꽤 힘든 노동을 하고 난 결과는 화학 세제를 사용했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고 화장실에서는 레몬 향기가 났다.

 

쓰레기 줄이기

우리 집 냉장고 안은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다. 반쯤 먹은 치즈 몇 덩어리, 얼마나 많은지 알 수도 없는 버섯, 채소를 상자째 배달시키면서 몇 주 동안 쌓인 피망이 있다. 주문 내역을 수정하는 것을 계속 잊은 탓이다. 나는 주문을 수정하는 이메일을 보냈다. 아무도 먹지 않는 채소를 빼고나니 생활이 좀 통제되는 느낌이었다. 남은 채소를 처리하기 위해 요리책을 뒤적이기 시작했다. 평소에는 생선 튀김이나 페스토를 곁들인 파스타 정도가 집밥의 표준인데 말이다. 남은 채소를 모아 렌틸 수프에 넣어도 가족들이 별 불만이 없으니 모두에게 이득이다.

 

습관 재고하기

이후 며칠 동안 내 소비 행태에 대해 생각하면 할수록 행동 하나하나를 반성하게 된다. 이미 친구들 대다수가 유제품을 먹지 않기 때문에(최근 동물 복지와 메탄가스가 환경에 끼치는 영향에 관한 다큐멘터리가 몇 편 나오면서), 슈퍼마켓에 갈 때가 되자 나는 평소처럼 우유나 달걀을 사기가 껄끄러웠다. 한 술 더 떠서 스페인 시골에 가서 지속 가능한 삶을 살기 위해 아예 이사를 하는 것까지 생각해보았다. 내가 걱정스러울 만큼 충동적인 데다 해외 이주를 계획하는 것은 고사하고 재사용 가능한 병을 챙겨 가는 것을 번번이 까먹는다는 사실을 남편이 친절하게 지적해줄 때까지 말이다. 다행스럽게도 의미 있는 변화는 관리할 수 있는 부분부터 하는 것이다. 메이드먼트의 말처럼 기업의 행동뿐 아니라 개인의 책임감이 중요하다.

그래서 이번에는 비닐 튜브에 든 요구르트와 플라스틱 장난감이 붙어 있는 만화책을 사달라고 조르는 아이의 요구를 거절하고, 행사 중인 샴푸들이 있는 진열대도 피해서 계산대로 간 다음 아보카도와 과일을 싼 엄청난 플라스틱과 비닐을 벗겨냈다. 재밌다는 표정을 짓는 계산원에게 건네면서 나는 정당성을 입증한 기분이 들었다. 계산원은 내가 이번 주 들어 그런 행동을 하는 두 번째 고객이라고 했다. 시간이 한참 걸렸고, 내 뒤에 줄을 선 사람들은 나를 외계인 보듯 쳐다보았다. 하지만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왜 하는지 설명하자 그들도 동조하는 것처럼 보였다(실제로 당장 같은 행동으로 동참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말이다).

 

미래를 향해

윤리적으로 사는 것이 그럴 여유가 있는 사람들의 사치라는 생각과 달리 나는 있는 재료를 쓰고 꼭 필요하지 않은 것은 사지 않으면서 돈을 절약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워낙 성격이 꼼꼼하지 못한데다 다들 그렇겠지만 생각할 것이 너무 많다. 그러나 분명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 플라스틱 애플리케이터가 있는 탐폰이나 원두커피 캡슐, 일회용 클렌징 티슈 사지 않기, 포장 음식 먹지 않기 등이다. 왜냐하면 아무리 가치 있는 일이라 하더라도 내가 사는 방식을 조정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고 번거로움과 불편이 따를 수 있다. 하지만 꼭 필요한 일이다. 작은 변화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며 미리 계획을 세우는 것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우리가 이 문제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미래에 어떤 세상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