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공예가 함도하

디자인, 공예 작품이라면 무수히 봤을 핀란드 무역대표부 김윤미 대표가 집에 새 작품이 들어왔다고 해서 찾아갔다가 만난 함도하 작가의 작품은 조금 과장하자면 한국에 없던 것이었다. 가구의 의인화가 핵심. 일러스트레이션 같은 화사한 색채가 도드라지는데 큰 치아를 드러낸 채 웃기도 하고, 짧고 얇은 다리로 어딘가를 오르기도 하는 ‘가구 사람’의 모습이 귀엽고 사랑스럽다. 스티로폼으로 형태를 잡고 금형을 떠 ‘캐릭터 조각’을 만든 후 아크릴물감으로 정교하게 채색하는 긴 공정도 매력적이다. ‘구호’를 포함한 여러 브랜드에서 열렬히 러브콜을 보내는 중.

유리공예가 양유완

세상 모든 아티스트가 경외하는 대상이 자연일 것이다. 그 놀라운 비정형의 아름다움. 공예의 후원자를 자처하는 예올이 2018 올해의 신예로 선정한 양유완의 작품을 보고 조약돌이나 구름을 떠올렸다. 불에 달궈 엿처럼 늘어진 유리를 입으로 불어 완성한 잔, 그릇, 화병, 조명에는 자연스러운 형태가 주는 여유가 있었다. 그 미감은 신예가 갖기 힘든 공력의 결과물이라 더 눈길이 갔다.

금속공예가 이혜선

이 어여쁜 조명의 주재료는 제주 서귀포시 자구리 해안에서 그러모은 플라스틱 쓰레기들이다. 색색의 쓰레기가 금속판과 만나 이렇듯 모던한 얼굴로 변신한 것이다. 업사이클링 아트나 공예의 대부분은 일종의 지문처럼 (살짝 촌스럽고 누추한) 원재료의 흔적을 남기는데 그녀의 조명은 예외다. 퇴색한 바다 플라스틱만이 단 하나의 옵션인 것처럼 따뜻한 색감의 금속판과 완벽하게 어우러진다. 이 ‘손등대’가 집에 있으면 집 전체가 환해질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