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악HOM

50여 년의 세월을 간직한 이층집 내부에 자리 잡은 ‘문악HOM’. 음악과 책을 기반으로 여러 프로젝트를 선보이는 회사 ‘페이지 터너’의 사무실, 서점 ‘라이너 노트’, 온실과 서재 등이 함께하는 공간이다. 강연을 듣거나 뮤지션의 공연도 감상할 수 있다.

한국의 1세대 건축가인 김중업이 설계해 1960년대부터 서교동에 터를 잡고 있는 양옥집. 이곳에 책(文)과 음악(樂)이 함께하는 문악HOM이 오픈했다. 공연 기획과아티스트 매니지먼트를 담당하는 회사 ‘페이지 터너’에서 준비한 공간이다. 박미리새 이사는 이곳을 마련하기 위해 삼고초려했다고 고백한다. “잘 보존된 낡은 주택을 찾고 있었는데, 마침 마음에 드는 집을 발견했어요. 집주인이 수리를 하지 않을 입주자를 원해 우리의 계획에 대해 여러 번 설명해야 했죠.” 실제 페이지 터너는 일부 하자만 보수했고 시공까지 직접 진행했다.

처음에는 사무실과 기존에 운영하던 음악 서점 ‘라이너 노트’의 이전이 목적이었다. 하지만 집의 규모가 생각보다 커 페이지 터너는 이곳을 더욱 다채롭게 활용할 방법을 고안했다. “음악을 주로 다루는 회사의 특색을 살리고 싶었어요. 최근에는 강연과 음감회, 뮤지션의 공연 등을 열고 있죠.”

그렇다면 음악적으로 특별히 설계한 부분은 없을까? 이사는 오히려 주택 본연의 구조가 공연하기에 제격이라고 말한다. “거실 벽면에 있는 원목의 입체적인 구조가 콘서트 홀이나 녹음실의 음향 디퓨저처럼 되어 있어요. 공연을 해보니 소리의 울림도 너무 좋았고요. 이곳과 어울리는 어쿠스틱 공연을 주로 개최할 예정이에요.” 음악과 책, 건축에 대한 존중이 어우러져 공간의 멋을 더한다.

focus on

김중업 건축가가 지은 주택의 특징인 온실을 재건했는데, 유리를 새것으로 교체하는 등 최소한만 보수했다.
2 오래된 주택의 방들을 음악 서점 ‘라이너 노트’, ‘시간이 머무는 서재’, 페이지 터너 사무실 등으로 사용 중이다

주소 서울시 마포구 양화로15안길 6
문의 070-7730-1145

 

3F/LOBBY

건축사 사무소 ‘로비스트’의 소장 3명이 함께 운영하는 카페. 한쪽에 사무 공간이 있어 탕비실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둥근 얼음이 든 잔과 함께 나오는 핸드 드립 커피를 마시며 여유를 즐기기에 제격이다. ‘더 로비 블렌드’를 비롯한 원두는 따로 구매할 수 있다.

건축가 김동현, 김수영, 안종훈이 용산역 근처의 건물 3층에 마련한 ‘3F/LOBBY’는 건축사 사무소 ‘로비스트’의 탕비실이자 카페다. 커피를 판매할 뿐 아니라, 업무상 미팅이나 건축 관련 세미나도 진행하는 이곳에는 유리벽으로 구분된 작은 사무실이 한쪽에 있다. “보통 건축사 사무소는 방문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요. 그래서 궁금한 건 편하게 물어보고 가벼운 마음으로 찾아오기 좋은 장소를 마련했어요.”

3F/LOBBY를 기획하며 이들이 참고한 건 카페가 아니라 호텔과 사무실에 있는 로비다. 로비의 분위기와 그곳에서 일어나는 행동이 로비스트에서 추구하는 방향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곳곳에 놓인 안락한 가구는 이 공간의 컨셉트를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로비를 연상시키는 요소는 서비스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호텔처럼 가방 거치대가 있고, 손님의 외투는 받아서 크라운카트에 걸어놓아요. 모든 메뉴는 테이블까지 직접 가져다드리고요.”

그렇다면 일반 로비와 다른 3F/LOBBY만의 장점은 무엇일까? 세 사람은 입을 모아 ‘3층’이라 대답한다. “도심 위에 살짝 떠 있는 공간이에요. 남향의 창문을 통해 분주한 거리 대신 하늘, 나뭇가지에 매달린 이파리, 날아가는 새를 볼 수 있어요. 이곳의 한산한 분위기를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 싶어요.” 일상을 벗어나 잠시 쉬길 원한다면 건축가가 맞이하는 탕비실로 향해보자.

focus on

1 커피 바는 건축에서 흔히 쓰이는 소재인 화강석으로 만들었고 불필요한 요소가 보이지 않도록 설계했다.
2 실제 로비처럼 테이블 사이의 간격을 늘리고 낮고 넓은 디자인의 의자로 꾸몄다.

주소 서울시 용산구 한강대로15길 19-19 3층
문의 02-586-1102

 

오브코하우스(OFCO HOUSE)

집처럼 편안한 사무실을 컨셉트로 한 카페다. 카페에서 일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눈치 보지 않고 오래 머물러도 좋은 것이 장점. 프릳츠의 원두로 내린 커피와 일하면서 간단하게 배를 채울 수 있는 샌드위치를 맛볼 수 있다.

“처음에는 사무실로 구한 곳이에요. 그런데 생각보다 여유 공간이 많아서 남는 자리에 뭔가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다 카페를 만들게 됐어요. 그 생각의 연장선으로 사무실과 카페가 집처럼 편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오피스, 커피, 하우스를 조합해 ‘오브코하우스’를 기획했어요.” 프릳츠 커피를 디자인한 그래픽 디자이너 조인혁이 공간 기획을, 외식 기획자 정동우가 메뉴 구성을 담당한 오브코하우스는 1980~90년대 미국의 사무실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했다.
조인혁 디자이너는 파라보릭 조명, 알루미늄 블라인드, 멜라민 상판, 원목과 철제 선반 등 자칫 촌스러워 보일 수 있는 소재를 재미있는 형태로 조합해 공간에 녹
여냈다. 여기에 그린, 아이보리, 그레이, 브라운, 블루 등 다양한 색을 섞었다. 이 덕분에 딱딱하고 재미없는 이미지를 지닌 사무실에서 영감을 받았는데도 지루하지 않고 귀여운 모습이다.
규모가 넓지 않은데도 소소하게 구경할 거리가 많은 오브코하우스의 두 번째 매력은 편안함이다. 허리를 굽혀야 하는 낮고 작은 테이블, 30분도 앉아 있기 힘든 의자 대신 높이가 적당하고 널찍한 테이블과 편안한 의자를 마련했다. 조도 역시 오래 머물러도 눈이 불편하지 않도록 신경 썼다. “사무실처럼 커피를 마시면서 업무를 보거나 책을 읽는 손님이 많은 편이에요. 이건 의도한 부분이에요. 회전율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사람들이 편하게 오래 쉬었다 갔으면 좋겠어요.” 참신한 아이디어와 세심한 배려로 완성한 때문일까, 오브코하우스는 매일 자진해서 출근하려는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focus on

1 오브코하우스 입구에는 간판 대신 사무실이나 경찰서 입구에 있을 법한 게시판이 있다. 거기에는 메뉴와 오브코하우스의 로고, 조인혁 디자이너가 공간을 만들면서 제작한 시안 등이 붙어 있다.
2 은은하게 빛이 퍼져 눈이 덜 피로한 파라보릭 조명은 이곳의 포인트 중 하나다.

주소 서울시 성동구 서울숲6길 17 2층
문의 02-463-84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