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원 작가 신간 에세이 2인조

 

약 2년 만에 새 에세이 <2인조>를 출간했다.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는지 직접 소개해주기 바란다. 2019년, 마흔아홉 나이에 일상의 스트레스에 지쳐 몸도 마음도 무너져 내리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25년 만에 대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가고, 그 일을 계기로 내 일생을 돌아보며 회복해가는 1년간의 과정을 기록했다. 목차를 1월부터 12일까지 월별로 구성한 것도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는데, 매달 내게 일어나는 변화를 스스로 느낄 수 있다는 점도 재미있었다. 책 초반과 후반의 내 모습이 많이 달라 놀랍기도 했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책으로 펴낸 계기가 궁금하다. 개인의 경험이 사적인 영역에 머무른다면 다른 사람들에게는 읽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나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독자의 이야기도 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내 글쓰기의 절대적 기준이다. 당시 내가 겪은 상황이 내게만 벌어지는 일은 아니라고 판단해 책으로 출간했다.

<2인조>라는 제목에 어떤 뜻이 담겨 있나? 앞서 낸 책들이 다른 사람과 내 관계를 다뤘다면 <2인조>에서는 나 자신에게 더 집중했다. 그런데 쓰고 보니 결국 나와 내 안에 있는 어떤 타인의 이야기더라. 그 존재는 분명 나이기도 하지만, 함께 대화하고 생활하다 보니 타인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그래서 ‘2인조’라는 제목을 떠올리게 된 것이다.

‘내 안의 나’는 어떤 방법으로 살펴보려고 하나? 마음에 난 구멍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집요하게 파고들려고 한다. 그 이유를 제대로 분석하지 않으면 문제의 해법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이 상황을 내버려두고 싶지 않았다.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마음먹은 이유는 무언가? 대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가기 전에는 해결할 의지가 크게 발동하지는 않았다. 전에는 아프고 힘들어도 스스로 방치할 여유가 있었던 것 같다. 반면 이제는 극복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해결하지 않으면 삶의 문제가 계속 반복될 거라고 생각하니 진저리가 나더라. 더이상 이렇게 살지 않길 바랐다.

책을 읽으며 페이지가 계속 넘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나는 대중성과 상업성이라는 것이 나름의 객관적 지표라고 생각한다. 한마디로 ‘많이 팔아야겠다’는 마음이 있는 편인데, 그래서 독자가 책을 집어 들었다가 중간에 접게 되는 상황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독자의 시선을 책에 묶어놓기 위해 에세이지만 하나의 이야기처럼 흘러가는 책을 만들었다.

본인의 변화에 대한 ‘경과 보고’를 하며 책을 마무리했다. 결론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자기 자신을 칭찬해주고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자’는 이야기는 사실 어디에나 나올 법하다. 그런데 막상 직접 막다른 골목에 몰리고 보니 상투적이라고 느껴질 수도 있는 이런 말들이 결국 나를 살게 하더라. 다만 거기까지 다다르는 과정을 막연하지 않도록, 구체적으로 담아내는 것이 이 책의 목표였다. 그 덕분에 이야기가 더 살아 있을 수 있다고 느낀다.

<2인조>가 많은 독자의 공감을 얻고 있다. 책을 쓸 때 거짓말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있다면,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다행이라는 기분이 든다. 나도 독자도 사람이니 비슷한 지점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독자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려고 하는 편인가? 이번 책에 관해서는 그러려고 노력 중이다. 원래 사람과 만나는 걸 힘들어하는 편인데, 계속 글을 쓰고 책도 팔고 싶으니 좀 더 적극적으로 소통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생각의 변화에도 나름대로 패턴이 있기 때문에 언젠가는 ‘당분간 그만 만나야지’ 하는 마음을 먹게 될지도 모르겠다.

지난해 말 출판사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라이브 방송을 진행한 후 블로그에 ‘치유받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는 소감을 남겼다. 이번 책의 반응에 대해 조바심을 많이 냈는데, 책의 제작부터 판매까지 긴 여정을 함께하며 최선을 다해준 사람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독자들이 방송에 참여해 좋은 말을 많이 해준 점도 치유되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었다.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에 남기는 이야기나 일기 등 개인적인 글을 쓰는 것은 책을 집필하는 일과 어떤 점에서 다르다고 생각하나? 평소 개인적인 글을 중요하게 여기고 쓸 때도 즐거움을 느낀다. 그 글들이 책의 기본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책을 만드는 건 다른 차원의 문제다. 개인적인 글은 퇴고를 거치지 않고 편하게 쓸 수 있지만, 그중 일부가 책에 실리게 된다면 수없이 고친다. 더 많은 시간과 돈과 정성이 들어가는 것이 책인 셈이다.

글쓰기는 본인에게 어떤 일인가? 사무적인 일이다. 창작하는 사람이지만, 내가 글을 쓰는 것과 직장인이 업무를 보는 것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석원이라는 회사에 <2인조>라는 프로젝트가 주어지면 출근하듯 오늘의 글을 쓰고, 퇴근 후에는 고생한 만큼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는 식이다. 글을 쓰는 행위가 거창한 무엇이라고 보지 않기 때문에 작가로서 스스로 남다른 의미를 부여하려고 하진 않는다.

자신의 고민을 책으로 엮어내는 과정이 쉽지 않을 것 같다. 책을 내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이라고 느끼나? 먼저 책은 내 생계 수단이다. 전업 작가다 보니 책을 팔아 나를 책임지고 부모님도 부양해야 한다. 그리고 두 번째는 자신을 표현하고 싶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이유로 충분하다.

<2인조>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좋아하는 작가가 신작을 냈을 때 새 책으로 구매하고, 그 책을 다른 사람들에게 권하는 것과 같은 적극적인 행위들이 창작자가 창작자로서 생명을 유지하는 데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알아주었으면 한다. 내게는 독자 한 명 한 명이 전부 은인이다. 그래서 너무 고맙다는 말을 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