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 린지 모리스 프로젝트 작은 자유 photograph Lindsay Morris A Small Taste of Freedom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되고 미디어는 전 지구적 재앙이 우리 삶을 어떻게 변화시켰는가 하는 점에 주목하지만 우‘ 리’ 안에 10대 청소년의 자리는 많지 않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사진작가 린지 모리스(Lindsay Morris)가 뉴욕 롱아일랜드 출신 여성 청소년들의 초상 사진과 음성 인터뷰를 담은 프로젝트 <작은 자유(A Small Taste of Freedom)>를 시작한 이유다. 그의 프로젝트는 2020년 봄 이후 ‘외출 자제령’이 내려진 뉴욕주에서 살아가는 10대 여성들이 어떻게 일상을 이어가고 있으며 어려움을 이겨내고 있는지 조명하고자 했다.

프로젝트는 간단한 질문 하나로 시작되었다. ‘코로나19가 당신에게 미치는 영향은 뭔가요?’ 이 질문에 한 인터뷰이는 이렇게 답한다. “코로나19는 내 삶에서 가장 기대한 순간에 영향을 미쳤어요. 이제 저는 제 미래가 아니라 냉장고에 먹을거리가 남아 있는지, 친척들이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지, 고통받는 이웃의 삶은 어떡하면 좋을지를 걱정하고 있어요.” 동시에 이들은 학교를 외면할 수 없다. 학교가 온라인 교육 시스템을 준비하느라 바삐 움직이는 사이, 학교가 아니면 또래 집단을 만날 수 없는 많은 10대들은 고립된 채 각자 섬이 되어야 했다. 이제 그들은 한순간에 어린 시절부터 지내온 침실이나 가족들이 모인 시끄러운 거실에서 고등학교 수업을 받고 있다. 고립이 길어질수록 삶에 대한 실망감이 커졌고, 예측 가능한 일상을 그리워하게 되었다. 이는 이들을 정신적으로 취약해지는 상황으로까지 내몬다.

고등학교 졸업반 학생들의 학교생활은 단숨에 토막 났다. 졸업 파티나 전통적인 졸업 행사 같은 생의 의미 있는 통과의례들이 날아가버린 데 대한 슬픔에서 채 빠져나오기도 전에 그들 중 대다수는 일자리를 잃은 부모님과 함께 집 안에 갇혀 끼니 걱정과 정신적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다. 갈수록 더 우울한 뉴스가 일상을 점령하면서 그들의 생활 반경은 점차 좁아지고 있고, 일정한 루틴이나 개개인의 자율성이 사라진 가운데 좁은 집 안에서 24시간 붙어 지내야 한다는 사실은 아무리 좋게 포장해도 ‘곤란한’ 상황에 이르고 있다.

“말할 수 없이 힘들어요.” 프로젝트에 참가한 이들 중 한 명인 열여덟 살의 ‘한’은 이렇게 말했다. “고등학교 3학년 한 해를 전부 빼앗긴 것만 같아요. 학창 시절 내내 고대했던 졸업 파티, 시니어 프랭크(영미권에서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의 졸업 이벤트), 전미 대학 농구 토너먼트, 전부 다요. 수업도 예전과 사뭇 달라요. 영상 수업으로는 뭔가를 배운다는 생각이 잘 들지 않거든요. 몇몇 선생님들은 그조차도 제대로 하지 않죠. 불안으로 수면장애도 생겼어요. 하루에 한두 시간 자나 봐요. 온라인 상담 치료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조금도 안정적인 느낌이 들지 않거든요. 모든 것이 의미 없게 느껴져요.” 10대들은 가족의 고난, 학업 성취에 대한 고민, 지구촌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두려움, 좀처럼 사라지지 않은 막연한 불안감 등의 문제를 지적했다.

열다섯 살 ‘지지’는 이렇게 말했다. “좀체 잠들지 못해서 고생해요. 그럴 때는 밤 10시부터 새벽 4시 사이에 밤 산책을 나가곤 하죠. 그 시간이 제게 큰 행복을 주고, 이를 통해 많은 것을 이겨낼 수 있거든요. 제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 중 하나가 소외감이에요. 소외된 느낌이 들면 참을 수 없이 두렵고 쓸데없는 생각이 많아져요. 이렇게 망상이 늘어갈수록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고요.”

이들이 고립에서 오는 두려움과 외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낡은 자동차다. 이제 이들은 날씨만 괜찮으면 자동차를 타고 집을 벗어난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키기 위해 각자 차를 몰고 온 이들은 넓은 주차장에 모여 멀리서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며 서로가 있음에 안도한다. 스무 살 ‘루비’는 이렇게 말한다. “충격이 엄청나요. 재미있는 것들,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것들로부터 강제로 분리된 것이나 다름없으니까요. 하지만 상황이 더 나빠질 수도 있으니까 그 정도는 괜찮아요. 전 남의 고통과 내 고통을 비교하는 일이 참을 수 없이 짜증스러워요. 그런다고 내 고통이 줄어드는 게 아니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그게 어떤 의미인지 조금 알 것 같아요. 일단 우린 살아 있고, 상황을 들여다볼 기회도 있으니까요. 당황스럽고 절망적인 느낌이 들지만, 동시에 만족스럽기도 해요. 이렇게 갇혀서 지내게 되면서 ‘집에 돌아온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깨닫게 되었고, 그러기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게 되었거든요. 이런 경험이 제 삶을 이루는 여러 조각 중 하나가 되겠죠. 지금 같은 시간을 보내면서 죽음 속에서도 삶은 멈추지 않는다는 사실을 배우게 된 것 같아요.”

 

사진가 린지 모리스 프로젝트 작은 자유 photograph Lindsay Morris A Small Taste of Freedom

KAT(18세)

“자유를 박탈당한 것 같아 괴롭지만
이 모든 것이 지나가고 친구들을 다시 만났을 때
사랑과 감사, 순수한 행복이 올 것을 알아요.”

 

사진가 린지 모리스 프로젝트 작은 자유 photograph Lindsay Morris A Small Taste of Freedom

BROOKE(19세)

“오래된 자동차가 있지만 제가 갈 수 있는 곳은 없어요.
아무것도 없는 이곳에서
새로운 목적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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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BY(19세)

“우리는 살아 있고 내면을 들여다볼 기회를 얻었어요.
이 상황이 당황스럽고 마음 아프지만
동시에 희망을 보는 이유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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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NABELLE(19세)

“제 시간은 거꾸로 흐르는 듯해요.
가족이 북적거리는 집으로 돌아오면
다시 열여섯 살 아이가 된 기분이에요.
어느 때보다 후퇴하고 있는
저 자신을 보는 게 고통스러워요.”

 

사진가 린지 모리스 프로젝트 작은 자유 photograph Lindsay Morris A Small Taste of Freedom

KATHLEEN(18세)

“우리 가족은 모두 9명이고, 대부분 실업자입니다.
하루 종일 좁은 집에 갇혀 있어요.
집은 늘 엉망이고요. 부모님은 두려움 때문에
저를 산책도 나가지 못하게 하고 있어요.”

 

사진가 린지 모리스 프로젝트 작은 자유 photograph Lindsay Morris A Small Taste of Freedom

LOLA(18세)

“집에 돌아와서 기뻐요. 어른이 되기 전 가족과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해요.”

사진가 린지 모리스 프로젝트 작은 자유 photograph Lindsay Morris A Small Taste of Freedom

HAN(18세)

“온라인 수업을 쫓아갈 수 없었어요.
불안 때문에 잠을 이룰 수 없고요.
온라인으로 심리 치료를
받아보기도 하지만 도움이 되진 않아요.”

 

사진가 린지 모리스 프로젝트 작은 자유 photograph Lindsay Morris A Small Taste of Freedom

HALLE(18세)

“졸업식과 졸업 파티 등 고등학생이라면
으레 누려야 하는 이벤트들이 사라져 몹시 실망했어요.
가장 친한 친구들과 쌓을 수 있는
소중한 추억을 빼앗긴 기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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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LY(17세)

“지난 3주 동안 친구들을 만나지 못했어요.
SNS가 우리가 연결되도록 도와주고 있어요.
지금 저를 둘러싼 세계는 지금껏 SF영화에서
보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사진가 린지 모리스 프로젝트 작은 자유 photograph Lindsay Morris A Small Taste of Freedom

HALLE(18세)

“지금은 학교생활이 엉망이 되었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고 상황이 나아져서
새 학기를 맞이하는 게 가장 최선의 변화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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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LEY(18세)

“어떤 사람들은 검역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또 어떤 이들은 불안을 조장해요.
그럼에도 타인을 생각하고 걱정하는 어른들을 보며
상황이 나아질 거라고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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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NNI(18세)

“학교가 그립다고 말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하지만 이제는 정말이지
친구들과 학교가, 일상이 그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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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THRYN(17세)

“저희 가족 몇몇은 실업급여를 신청했어요.
신청이 받아들여질지는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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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HLIA(18세)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아요.
집을 나와 드라이브를 하거나
친구들과 해변에서 만나는 것 말고는요.
가끔 우리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글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