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기, <여인들과 항아리>, 1950년대, 281×568cm

서울 전시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 소장품 김환기 여인들과 항아리

김환기, <여인들과 항아리>, 1950년대, 281×568cm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적 작가로 평가받는 김환기(金煥基, 1913-1974). 김환기의 작품은 한국적 정서가 드러나는 자연과 사물을 단순화된 형태로 표현하는 것이 특징이었으며, 뉴욕으로 간 이후에는 완전히 추상화되었다. <여인들과 항아리>는 색면으로 분할된 배경에 사슴, 여인, 도자기 등을 단순화된 형태로 그려 배치한 작품이다. 도자기를 들고 있는 반라의 여인들은 김환기의 1950년대 작품에서 자주 등장하는 도상이다. <여인들과 항아리>는 이 시기 작가의 작품 중에서 상당히 대형작품에 속하며, 당시 그가 한국의 전통미에 주목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박수근, <절구질하는 여인>, 1954, 130×97cm

서울 전시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 소장품 박수근 절구질하는 여인

박수근, <절구질하는 여인>, 1954, 130×97cm

박수근(朴壽根, 1914~1965)은 독학으로 그림을 공부했다. 광복 이전에는 주로 농촌의 풍경과 사람들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렸는데, 이 시기의 작품들은 한국전쟁 때 거의 소실되었다. 한국전쟁 이후에는 미군 부대에서 초상화를 그리면서 어렵게 생활했으며, 서울 거리의 풍경과 서민들의 일상적인 모습을 주된 소재로 삼았다. 박수근은 노동하는 여인의 모습을 즐겨 그렸으며 자신의 아내를 모델로 삼기도 했다. <절구질하는 여인>은 아이를 등에 업고 절구질하는 여인의 모습을 화면 가운데 클로즈업하여 그린 작품이다. 작가는 전체적으로 갈색조를 띠는 화면에 단순하고 평면적인 형태로 대상을 묘사하였다. 물감을 여러 번 덧칠하여 만들어 낸 표면의 거친 질감에서 소박한 정취가 느껴진다.

 

 

이중섭, <황소>, 1950년대, 26.4×38.7cm

서울 전시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 소장품 이중섭 황소

이중섭, <황소>, 1950년대, 26.4×38.7cm

평안남도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난 이중섭(李仲燮, 1916-1956)은 평양에서 초등학교를 다닌 후, 정주에 있던 오산고등보통학교에서 임용련에게 서양화를 배웠다. 1935년에는 일본으로 건너가 데이코쿠미술학교와 분카학원에서 미술을 전공했고 《자유미술가협회전》을 중심으로 작품 활동을 했다. 귀국 후에는 한국전쟁 때문에 극심한 가난 속에서 피난 생활을 했으며, 전쟁 중 아내와 두 아들이 일본으로 가면서 가족 간의 이별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작품의 주된 주제가 되었다. 전후(戰後)에는 돈을 모아 가족을 만나려는 생각에 활발히 작품을 제작하며 서울에서 개인전을 개최하기도 했으나, 경제적 어려움과 정신질환 등에 시달리며 1956년 40세의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 <황소>는 강렬한 붉은색 배경에 황소가 고개를 틀고 울부짖는 듯한 순간을 그린 것으로, 머리를 화면 가득 묘사함으로써 소가 내뿜는 힘찬 기운을 강조한 작품이다. 강한 선묘는 소의 동세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있으며, 거친 붓놀림과 강렬한 색감은 표현주의적인 경향을 보여 준다. 이 작품은 작가가 헤어진 가족과 곧 만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품었던 시기에 제작한 것으로 당당한 기세가 화면에 드러난다.

 

 

끌로드 모네, <수련이 있는 연못 Le Bassin Aux Nympheas>, 1919-1920, 100×200cm

서울 전시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 소장품 모네 수련이 있는 연못

<수련이 있는 연못 Le Bassin Aux Nympheas>, 1919-1920, 100×200cm

 

끌로드 모네(Claude Monet, 1840-1926)는 프랑스 인상주의 화풍의 창시자 중 한 명이다. 모네는 지베르니의 자택에서 연못에 핀 수련을 주제로 250여 점의 작품을 제작했는데, <수련>은 이 연작 중 하나이다. 작가는 가로로 긴 화폭에 흰색, 초록색, 보라색을 겹쳐 바르는 방식으로 화면 가득 연못의 수면과 수련만을 묘사했다. 수평선을 드러내지 않은 평면적 구성을 통해 수면에 반사된 빛만을 표현하고자 한 작가의 의도를 확인할 수 있다. 모네의 <수련> 연작은 작품 제작 시기에 따라 조금씩 다른 양상을 띠는데, 이 작품은 작가가 백내장으로 시력을 점차 잃게 된 후기 작업의 추상화된 경향을 보여준다.

 

 

마르크 샤갈, <붉은 꽃다발과 연인들 Les amoureux aux bouquets rouges>, 1975, 92×73cm

서울 전시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 소장품 샤갈 붉은 꽃다발과 연인들

<붉은 꽃다발과 연인들 Les amoureux aux bouquets rouges>, 1975, 92×73cm

마르크 샤갈(Marc Chagall, 1887-1985)은 러시아의 유대인계 가정에서 태어나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미술학교에서 공부했으며 주로 프랑스에서 활동했다. 샤갈은 사랑과 동경, 그리움과 같은 주제를 환상적이고 낭만적인 분위기와 눈비신 색채로 표현했으며, 색채의 마법사라고 불리기도 했다. <붉은 꽃다발과 연인들>에는 붉은색의 꽃들이 꽂혀 있는 화병이 화면의 중앙에 크게 그려져 있고 양옆으로 평화로워 보이는 연인 한 쌍과 마을의 풍경, 과일바구니와 와인병 등의 정물이 작게 묘사되어 있다. 연인과 꽃이 함께 묘사된 도상은 샤갈의 작품에 자주 등장한다. 전체적으로 푸른 색조의 배경과 빨간 꽃의 색채 대비가 강조되며, 몽환적인 분위기와 밝고 강렬한 색채의 사용 등에서 샤갈 작품 특유의 스타일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책 읽는 여인 La Lecture>, 1890년대, 44×55cm

서울 전시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 소장품 르누아르 책 읽는 여인

<책 읽는 여인 La Lecture>, 1890년대, 44×55cm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Pierre Auguste Renoir, 1841-1919)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인상주의 화가 중 한 명으로, 빛과 색채를 조합하여 일상의 풍경과 여성, 아이들을 주로 그렸다. <책 읽는 여인>은 르누아르가 즐겨 그린 소재인 독서를 하는 여인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화면에는 작가 특유의 부드러운 붓 자국과 화사한 색채감이 드러나며 자연광의 색감을 눈에 보이는 대로 담아낸 것이 특징이다. 밝고 편안한 느낌을 주는 여인의 모습에서 “그림은 즐겁고 유쾌하고 아름다운 것이어야 한다.”라는 르누아르의 예술관이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