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을 헤엄치는 붉은 물고기 곤살로 모우레 행복한 질문 오나리 유코

<공원을 헤엄치는 붉은 물고기> 곤살로 모우레(글), 알리시아 바렐라(그림)
& <행복한 질문> 오나리 유코

글 없는 그림책. 페이지마다 같은 공원 안에서 여러 등장인물이 움직인다. 얼핏 보면 복잡해 보이지만, 한 명씩 따라가 보면 저절로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신기한 책이다. 등장인물도 어린이와 반려동물부터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다양해서 인생의 파노라마를 보는 감동이 인다. 신혼 개 부부가 등장하는 <행복한 질문>은 마치 종합 선물 세트 같다. 엉뚱하고 사랑스러운 질문을 던지고 뜨거운 감동까지 선사한다.
주목한 페이지 <공원을 헤엄치는 붉은 물고기>에 등장하는 할머니가 장바구니를 들고 힘겹게 걸어오다 길바닥에쓰러지고 만다. 그런데 아무도 도와주지않는다. 다행히 잠시 뒤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진다. 어떤 기적이 일어났을까? <행복한 질문>에서는 남편 개에게 아내 개가 묻는다. “만약 아침에 일어나 보니까 내가 시커먼 곰으로 변한 거야. 그럼 당신은 어떻게 할 거야?” 과연 남편 개는 뭐라고 답했을까? 모두 책에서 직접 확인해보길. – 이루리(그림책 작가 & 그림책 서점 이루리북스 대표)

 

 

Nella Notte Buia (In The Dark of the Night) 브루노 무나리

 

<Nella Notte Buia (In The Dark of the Night)> 브루노 무나리

이탈리아의 디자이너 브루노 무나리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그림책을 많이 출간했다. 그가 펴낸 그림책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 검은 종이와 회색 종이, 트레이싱페이퍼 위에 그린 그래픽적이고 심플한 일러스트와 팝업, 페이지의 겹침, 펀칭 등을 이용한 절제된 표현 기법과 실험적인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주목한 페이지 펀칭을 활용해 미스터 리한 동굴들을 지나는 신비로운 밤 산책! 책을 넘기다 보면 별이 빛나는 밤길과 안개 낀 풀숲을 거니는 기분이 든다. – 영민(일러스트레이터 & 독립 출판물 작가)

 

 

커졌다! 서현

<커졌다!> 서현

키가 작아 속상한 아이가 자신의 상상 속에서 지구보다 더 크게, 그야말로 마음껏 커졌을 때의 모습을 유쾌하게 그렸다. 마음이 지치거나 스스로의 가치를 잊고 위축된 어른들에도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이야기. 이처럼 좋은 그림책은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모두에게 즐거움과 만족감을 준다.
주목한 페이지 나무가 된 아이가 땅에 뿌리를 내리고 비를 맞는 장면. “와, 비다!” 하고 외칠 뿐인데, 아이의 표정과 동작만으로도 벅찬 환희와 희망이 느껴진다. 부정적인 감정을 씻어버리고 강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표유진(그림책 작가 & 그림책숲 대표)

 

 

어느 날 아침 이진희

<어느 날 아침> 이진희

자신이 편집한 그림책을 독자의 입장에서 감상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어느 날 아침>은 직접 편집했음에도 온전히 내게 위로를 건넨 작품이다. 소중한 무언가를 잃고 상실의 아픔에 빠진 모든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나는 ‘어느 날’ 갑자기 남편의 건강이 위태로워져 일상의 많은 부분을 잃어버린 상황에 처했을 때 이 그림책을 곁에 두고 많은 위로를 받으며 힘든 시간을 버텼다. 어느 날 예고 없이 뿔이 사라지고, 그 슬픔을 견디며 뿔을 찾아 나서는 사슴의 여정이 마치 내 처지와 같아 머리로 편집하던 그림책이 가슴으로 다가왔고 목이 메었다.
주목한 페이지 이 그림책은 ‘어느 날 아침’으로 시작하고 끝을 맺는다. 어느 날 아침에 갑자기 뭔가 사라지기도 하지만 또 어느 날 아침 문득 다시 채워진다는 걸 이제는 안다. 사슴처럼 나의 뿔도 다시 자라고 있기에.오승현(글로연 편집장)

 

 

욕심껏 사는 매일 딴짓하기 좋은 날 스기우라 사야카 이 세상 최고의 딸기 하야시 기린 만돌이 윤동주

 

<욕심껏 사는 매일> & <딴짓하기 좋은 날> 스기우라 사야카

일상에서 매일의 기쁨을 모으고 딴짓을 해야 즐겁다는 작가의 책이 지친 내 마음을 움직인다. 귀여운 그림과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작가의 그림일기 같은 일상 풍경이 가득 담겨 있다.
주목한 페이지 귀여운 아저씨라는 제목의 글과 그림. ‘아저씨와 귀여움의 조합. 물론 일부러 귀여움을 노리는 건 안돼요. 자신의 의지와는 별개로 우연히 귀여워지는 것이 좋습니다’라는 작가의 생각이 재미있다. 언뜻 무서워 보여도 어깨에는 ‘이야마 짱의 토트백’이라는 글귀가 쓰여 있는 걸 볼 수 있다. 상상만 해도 웃음이 난다. 강혜영(일러스트레이터)

<이 세상 최고의 딸기> 하야시 기린

사람들은 풍요가 좋은 것이라고 믿지만, 세상엔 부족해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원하는 것을 사고, 먹고 싶은 것을 양껏 먹었는데도 마음이 허한 시기가 내게도 있었다. 그럴 때 이 책 속 하얀 곰이 던진 질문을 떠올린다. 당신에게 진짜 행복과 진정한 풍요로움은 무엇인가?
주목한 페이지 택배가 도착하기 전의 기다림, 공항의 풍경을 좋아한다. 처음의 설렘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얀 곰이 빨간 딸기를 기다리며 온갖 상상을 하는 이 장면을 가장 아낀다. 받을 때나 먹을 때보다 행복과 설렘이 잘 표현되었다고 생각한다. 처음의 감정만큼 소중한게 또 있을까? 권희정(길벗스쿨 편집자)

<만돌이> 윤동주(동시), 김정민(그림)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마들렌을 홍차에 적셔 먹다가 어린 시절의 한 장면을 떠올린다. 내게도 잃어버린 시간이 불현듯 생각나는 순간이 있다. 그림책 속 어느 장면을 마주할 때다. <만돌이>에 등장하는 만돌이를 보며 철없지만 순수했던 유년 시절의 추억이 떠올라 한동안 마음이 아렸다. 어린이의 순수하고 맑은 마음이 담긴 그림책을 만들다 보면 더 많은 어른들이 그림책을 보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어른들도 어린이의 마음을 다시 들여다보고 잃어버린 순수한 마음을 간직하고 산다면 아마도 더 행복하지 않을까?
주목한 페이지 만돌이는 다음 날이 시험인데도 공부는 하지 않고 돌재기를 주워 전봇대를 향해 던진다. 날이 저무는 줄 모르고 친구들과 놀던 만돌이가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는데, 갑자기 “지혜야, 밥 먹어!”하고 부르던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도 종종 만돌이처럼 노느라 밥때가 된 줄 몰랐으니까. 이지혜(도서출판 북극곰 편집자)

 

 

바다에서 M 요안나 콘세이요

<바다에서 M> 요안나 콘세이요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답답한 날이 있다. <바다에서 M>은 이런 사람들을 탁 트인 바다로 데려간다. 주인공 M 앞에 펼쳐진 바다는 눈부시게 아름답다. 끝없는 수평선, 섬세한 물결, 고운 모래사장과 적당히 흐린 여름 하늘…. 어느새 고요한 파도가 마음으로 밀려든다.
주목한 페이지 당나귀가 서 있는 바닷가 풍경. 살짝 비릿한 바다 냄새가 느껴지는 듯하다. 한적한 해변의 분위기가 잘 담겼는데, 답답한 마음이 들 때 마주하고 싶은 풍경이다.김재아(사계절 출판사 편집자)

 

 

우리는 당신에 대해 조금 알고 있습니다 권정민

 

<우리는 당신에 대해 조금 알고 있습니다> 권정민

식물들의 인간 관찰기. 식물들이 사무실, 쇼윈도, 카페, 도서관 등 인간의 세상 속으로 들어와 아주 가까이에서 우리를 관찰한다. 그들이 본 우리는 축하하고 축하받기를 좋아하며, 적성에 맞지 않는 곳에서도 버텨내고, 끝도 없이 이야기를 나누며, 날마다 기분을 바꾸고 싶어 한다. 그리고 때로는 스스로를 돌볼 기력이 없을 정도로 많이 힘들어 보인다고 한다. 식물에게 당신은 어떤 사람일까? 거꾸로 생각하게 하는 그림책.
주목한 페이지 인간들이여, 식물 선생님께 잘 배우자. “마시는 숨에 가슴을 열고 시선은 하늘로!” 전미경(그림책 작가 & 그림책방 곰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