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이야기와 비건 레시피를 공유해주는
유튜버이자 작가인 초식마녀.
그가 비건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그리고 주말에 대한 이야기까지 나누어 보았습니다.

초식마녀 인스타그램 @tozeetoon

 

초식마녀님의 주말 루틴이 궁금해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달리기나 요가를 한 후 개운한 샤워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주말과 평일, 큰 차이는 없지만 주말에는 단 1시간이라도 꼭 책을 읽는 시간을 가져요. 집에서 주로 작업하다 보니 평일에는 퇴근 시간 없이 마냥 일 하게 될 때가 많아서, 주말에는 저를 위한 시간을 조금이라도 만들려고 해요. 보통은 거실의 빈백 위에 누워서 독서를 하곤 했는데, 최근에는 마음에 드는 동네 카페를 발견해서 산책 겸 걸어간 다음 차를 마시며 책을 읽었답니다. 새로운 공간이 주는 영감이 좋아서 주말마다 나갈 것 같아요. (웃음) 저녁에는 늘 그렇듯 비건 식사를 차려 먹고 빨래나 청소를 한 후, 마지막으로 잠자리에 들기 전 토마토와 아스파라거스 화분에 물을 줍니다. 이것이 저의 주말 루틴이에요.

 

비건을 시작한 계기가 궁금해요. 

<카우스피라시(cowspiracy)> 와 <몸을 죽이는 자본의 밥상>이라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두 편이 제 인생을 바꿔놓았습니다. 지금껏 살아오며 만난 동물들과 책, 그리고 영화들에서 접한 육식에 대한 불편함이 누적되어 왔기 때문에 비건이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다큐멘터리를 통해 진실들을 마주하니, 불편함이 한계치를 넘은 거죠. 저는 육식을 불편해하는 이 기간을 ‘비건 잠복기’라고 표현하는 걸 좋아하는데요, 아닌 것처럼 보여도 대부분의 사람이 ‘비건 잠복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폭력과 살생을 싫어하는 존재니까요.

인스타와 유튜브를 통해 사람들에게 비건을 알리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로 비건 레시피를 공유하게 된 계기는 윤리적인 이유나 가치관을 떠나 쉽고 맛있는 레시피라면 누구나 좋아할 수 있기 때문에, 단 한 명이라도 거부감 없이 비건 한 끼를 먹을 수 있길 바랐어요. 비건 식사를 먹는 이유가 모두 다르더라도 행동의 결과는 같으니까요. 그리고 막상 비건을 해보니까 생각보다 특별할 것도 없고 어렵지 않아서, 비건을 실천하는 평범한 제 모습을 공유하며 비건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고 싶었어요.

 

 

초식마녀님이 좋아하는 비건 레스토랑이나 카페가 있나요?

비건 레스토랑은 아니지만 비건 옵션이 있는 식당으로 해방촌 ‘모로코코카페’를 좋아해요. 오버 라이스를 비건으로 주문할 수 있는데 그걸 먹는 제 모습을 본 사람들은 전부 밥을 왜 이렇게 잘 먹냐고 감탄을 했어요. 평소에도 식사를 맛있게 하는 편이긴 하지만, 이 음식을 먹을 때면 저 스스로도 식사에 푹 빠져있는것을 느끼곤 하죠.

디저트도 함께 파는 식당으로는 숙대입구역 근처의 ‘카페 시바’ 를 추천합니다. 비건 새우 오일 파스타, 두부 꿔바로우 등 굉장히 다양한 메뉴들 모두 맛있는 놀라운 비건 식당이에요.

 

 

비건을 실천하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월요일 밤 9시에 클럽 하우스를 통해 채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월요일의 채식 토크>방의 모더레이터(운영자)로 활동 했어요. 지난 10월,  <월요일의 채식 토크> 마지막 회의 게스트로 정관 스님을 모시게 되며 천진암에서 하루 묵었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정관스님은 제가 비건을 실천하기 이전부터 흠모하던 분이었는데 엄청난 행운이었죠. 방송이나 업무처럼 공적인 느낌이 아닌, 스님의 일상 속에 제가 쏙 들어간 느낌이었어요.

스님이 차려주신 저녁을 먹고, 자고 갈 거냐며 내어주신 방에 묵게 되고,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고, 스님이 예뻐하는 고양이를 만지고 … 스님께 최근에 이혼했다는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혼자가 자유로우니 씩씩하게 살라’ 며 응원해주셨어요. 아무리 제가 한 선택이었다고 해도 가족이란 존재를 상실한 외로움과 우울감이 있었지만, 스님께서 주신 긍정적인 에너지 덕분에 진짜로 씩씩해졌어요.

제가 조금 안쓰러웠는지 선물도 주시고 연락처도 주시며 감사하게도 무척 잘 챙겨주셨어요. 스님처럼 좋은 에너지를 전하는 사람이고 싶다는 다짐을 하며 절에서 내려왔습니다.

월요병을 퇴치할 수 있을 만큼 맛있는 비건 레시피 하나를 소개해주세요.

쌀쌀한 바람이 부는 요즘 같은 때엔, 간단하면서 맛있게 끓일 수 있는 비건 누룽지탕을 추천합니다. 청경채와 버섯, 콩으로 만들어진 비건 새우 등을 사용하여 해물 없이 해물누룽지탕 맛을 낼 수 있어요! 매콤한 고추기름을 살짝 뿌려 먹는다면 칼칼하니 더 맛있게 음식을 즐길 수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