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찬희

1995, 울퉁불퉁 팩토리 대표 (@wtbt_factory)
요리사가 돼 버려지는 식재료들에 충격을 받고 낭비 없이 식재료 전체를 사용하는 제로 웨이스트 조리법에 관심을 갖게 됐다. 울퉁불퉁 팩토리를 운영하며 전국에서 수확한 싱싱하지만 못생긴 친환경 농산물을 모아 맛있는 저장 식품을 만든다.

 

모두가 조금씩 더 자신이 먹는 음식에 대해
가격과 편의성만을 좇지 않고
장기적으로 어떤 음식이 자신과 모두에게 이로운지
한번 더 고민하고 선택하는 문화가 생기는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연쇄적으로 모든 분야가 차츰차츰 지속 가능해지지 않을까.

 

행동의 시작 고등학교 때 요리를 배우고 졸업 후 바로 음식점 주방에서 일을 시작했다. 고급 레스토랑 막내 시절의 업무는 대부분 식재료 선별과 다듬기인데, 요리를 하기도 전에 모양이 적합하지 않거나 질이 조금이라도 떨어지는 식재료를 모두 선별해 걸러냈다. 그렇게 선택되지 못한 재료들은 직원용 음식을 만드는 데 쓰거나 양이 너무 많을 경우에는 모두 버렸다. 처음에는 ‘아, 너무 아깝다. 질 좋은 재료만 들여오는데 이렇게 다 버려지네’ 이렇게 생각하는 데 그쳤지만 점점 ‘이런 방식의 식문화가 누구에게 이로울까’ 하는 고민이 생기며 제로 웨이스트 식문화에 관심이 생겼다. 이후에는 음식물 낭비를 최소화하고 채식을 지향하는 몇몇 해외 레스토랑에서 5년간 일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2021년부터 못난 이 농산물로 식료품을 만들어 유통하는 울퉁불퉁 팩토리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울퉁불퉁 팩토리는 단순히 주방에서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는 것을 넘어 주방으로 식재료가 배송되기 전 농장에서 1차로 걸러지는 농산물에 집중했다. 요리사의 색다른 시선으로 국산 못난이 농산물을 소스, 절임 등 식료품으로 재탄생시키고 있다.

최대 관심사 식문화의 지속 가능성.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자재 값이 대폭 상승하고, 특히 수입품의 가격이 폭등했다. 고물가, 운반비와 인건비 상승, 불안한 국제 정세 등으로 수입 식료품의 의존도가 높은 국내 소상공인과 기업의 불안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불안정한 상황일수록 국산 농산물과 식료품을 소비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모두에게 이로운 지속 가능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국내의 곡물 소비량은 쌀과 콩을 제외하면 1% 미만으로 대부분 수입품에 의존한다. 국내 기업이 국산 농산물을 적극 활용해 제품을 만들면 국내산 농산물의 소비량과 생산량이 늘고, 해외 운송에 필요한 탄소와 각종 온실가스를 줄이며 가장 중요한 우리 식량 주권을 확보할 수 있다.

낙담 속 희망 제품을 기획하고 생산할 때 조금 더 쉽고 저렴한 옵션이 눈에 아른거릴 때가 있다. 그럼 소비자가도 더 낮아지고 경쟁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단순하게 이 일을 왜 시작했고 우리가 하는 일이 왜 의미 있는지를 생각한다. 먼저 이 사업을 시작하신 멘토로 여기는 대표님들이 잘되는 기업일수록 더 정직하고 투명하고 단순하다고 말씀해준 적이 있다. 이것저것 작은 이익을 계산하기보다 단순하게 브랜드 철학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 돌아봤을 때 후회 없고 잘한 결정인 것 같다.

우리가 바꿀 내일은 개인의 일상이 바빠지고 물가도 오르면서 편의점에서 점심을 때우고 프로틴 바로 저녁을 대신하는 등 저렴하고 간단하게 식사를 ‘해결’하려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 소박하게나마 내가 바라는 이상적인 미래는 모두가 조금씩 더 자신이 먹는 음식에 대해 가격과 편의성만을 좇지 않고 장기적으로 어떤 음식이 자신과 모두에게 이로운지 한번 더 고민하고 선택하는 문화가 생기는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연쇄적으로 모든 분야가 차츰차츰 지속 가능해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