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에도 기상이변은 경신된다. 매일 전해지는 폭우와 폭설, 폭염의 경보 속에서도 인간은 여전히 무분별하게 생명을 죽이고, 먹고, 낭비하고, 버린다. 그 가운데 절망을 딛고 내일에 오늘의 재난을 대물림하지 않을 것이라, 재앙의 시나리오대로 살지 않겠노라 다짐하고 행동하는 이들이 있다. 내일을 변화시킬 수 있는 건 오늘, 우리, 이곳임을 믿는 새 시대의 새 사람들. 이들이 쟁취할 내일에 대하여.

임소현

1995, 컷더트래쉬 대표 (@cutthetrash_kr)
해양 문제를 패션이라는 수단으로 알리고 싶은 마음으로 브랜드 ‘컷더트래쉬’를 설립했다. 버려진 그물을 업사이클링하는 등 해양 쓰레기를 유의미하게 줄이는 방법을 통해 바다를 보다 푸르게 지켜나가기 위한 실천을 이어가고 있다.

행동의 시작 패션학과에 진학해 공부하던 시기에 패스트 패션 시대가 도래했다. 그때 패션 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이 크다는 사실을 알았다. 아무리 내가 사랑하는 일이어도 환경을 해치면서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다. 오랜 고민 끝에 내 오랜 꿈을 ‘지속 가능하게’ 만들겠다고 결심했다.

최대 관심사 해양오염, 그중에서도 해수면 상승. 어린 시절 제주가 고향인 어머니를 따라 바다를 벗삼아 놀았고, 그러다보니 바다에서 위로를 받는 사람이 되었다. ‘바다는 나를 비롯한 인간에게 많은 것을 선물하는데, 우리는 바다한테 무엇을 주고 있나?’ 하는 생각이 어느 날 문득 들었다.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내가 기억하는 아름다운 바다를 나와 우리, 후대 사람들을 위해 지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낙담 속 희망 난 바다로부터 마음의 안정을 찾고, 산을 오르며 도전할 용기를 얻고, 강가에서 자전거를 타면서 조급하게 보내던 나의 일상을 재정비한다. 자연을 가까이하면 마음이 편해지는 경험을 자주 한다. 우리는 ‘인간’이기 이전에 ‘지구인’이고, 지구에 빚지고 있다. 환경을 위한 행동을 최후의 순간까지 미루더라도 인간은 언젠가 변화할 거라 믿는다. 그 믿음이 내게 힘을 준다. 인간은 가장 반환경적 동물이지만, 역설적이게도 환경오염을 해결할 수 있는 주체이기도 하다.

우리가 바꿀 내일은 긍정적 과거로 가는 뒷걸음질. 어릴 때 어머니의 옷장을 열면 마치 놀이터에 온 것처럼 즐거웠다. 그 옷장에는 지금도 당시의 추억이 드문드문 걸려 있다. 옷 한 벌을 몇 년이고 입던 그 시대로 회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옷뿐 아니라 여러 영역에서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