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렷한 취향을 지닌 25인에게 최근 주목하는 것들에 대해 물었다.
요즘 프리랜서 에디터 겸 크리에이터 서유석이 보고, 듣고, 읽고, 사고, 즐기는 것.
셀 수 없이 많은 콘텐츠가 범람하는 시대에 또렷한 취향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가는 이들의 시선은 귀중한 경로가 된다.
날 선 감각을 지닌 25명의 문화 예술계 인물에게서
요즘 보고, 듣고, 읽고, 사고, 즐기는 것에 관한 정보를 얻었다.
서유석
프리랜서 에디터 겸 크리에이터
매거진 <B>와 <F>의 컨트리뷰팅 에디터로 일했고, 현재는 런던을 기반으로 요리 관련 콘텐츠를 제작한다.
What’s In My D Bag
웹 플랫폼 ‘안티에그’ 안티에그(ANTIEGG)는 문화 예술 전반에 걸쳐 다양한 소식을 접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여러 에디터가 각자의 시각으로 바라본 이슈를 접할 수 있다. 간단하게 살필 수 있는 단신부터 ‘장인정신은 구시대적 가치인가’ 같은 심도 깊은 질문을 던지는 글까지 시간이 아깝지 않은 글들을 볼 수 있다. antiegg.kr
인스타그램 @iamtonytalks 크리에이터 토니 톡스의 계정은 홀리듯 클릭하게 만드는 묘한 힘이 있다. 그가 미국 흑인 여성들 사이에 일어나는 일상 드라마를 풍자하는 것이 메인 콘텐츠다. 캐릭터 둘을 설정하고 일인이역을 하며 내러티브를 끌어가는데, 한 명은 항상 어처구니 없는 캐릭터다. 가게의 진상 손님, 답 없는 여자친구, 인생에서 ‘파버리고’ 싶은 친구들까지, 캐릭터 설정 능력이 대단하다.
Person
유발 하라리(Yuval Harari) 출간한 지 10년이 넘은 세계적 베스트셀러 <사피엔스>를 느지막이 읽고 저자인 유발 하라리에게 관심이 생겼다. 그는 이스라엘 역사학자로 중세 전쟁사를 연구하는 인물이다. 한 분야에 국한하지 않고 분야를 넘나드는 거시적 통찰을 바탕으로 현재 지구를 마음대로 주무르는 우리 ‘호모사피엔스’의 이야기를 매력적으로 풀어내는 그의 방대한 지식이 놀랍다. 인간의 본질을 당돌하게 파고든 그에게 큰 흥미를 느끼고 있다.
Shopping List
윌파의 유니폼+ 커피 그라인더 2년 전, 노르웨이의 스페셜티 커피 전문가 팀 벤델보에(TimWendelboe)를 인터뷰했는데, 그는 커피를 가장 맛있게 즐기는 방법으로 다양한 추출법보다 좋은 버(burr) 그라인더에 투자
하라 조언했다. 즉, 버 그라인더가 커피 맛을 크게 좌우한다는 이야기였다. 일반 원두 분쇄기에 비해 가격대가 높아 망설이다 블랙 프라이데이를 맞아 윌파(Wilfa)의 ‘유니폼+’를 큰마음 먹고 구입했다. 지난 2년 사이 가장 흡족한 지출이라는 걸 매일 아침의 커피 한 잔이 끝없이 상기시켜준다.
Exhibition / Book / Movie
영화 <소셜 딜레마> 넷플릭스를 구독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다큐멘터리다. 흥미로운 다큐멘터리 가운데에서도 영화 <소셜 딜레마>는 가장 충격적이었다. 별생각 없이 화면을 스크롤하며 보내는 시간 이면에 숨은 덫과 그 완벽한 설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영화다. 순수하게 텍스트만으로 이루어지는 PC통신 시대가 문득 그리워지는 순간이었다.
정유정의 책 <종의 기원> 해외에 거주하며 한동안 한국 도서와 멀어졌다. 지인의 추천으로 읽은 정유정 작가의 <종의 기원>은 한국 소설을 다시 찾아 읽는 계기가 됐다. 작품을 관통하는 어둡고 붉은 감수성이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게 만들었다. 인간의 복잡한 내면을 이토록 간결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에 희열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