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렷한 취향을 지닌 25인에게 최근 주목하는 것들에 대해 물었다.
요즘 큐레이터 맹나현이 보고, 듣고, 읽고, 사고, 즐기는 것.
셀 수 없이 많은 콘텐츠가 범람하는 시대에 또렷한 취향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가는 이들의 시선은 귀중한 경로가 된다.
날 선 감각을 지닌 25명의 문화 예술계 인물에게서
요즘 보고, 듣고, 읽고, 사고, 즐기는 것에 관한 정보를 얻었다.
맹나현
큐레이터
맹나현은 전시를 매개로 시공간에 따라 변화하는 관심사를 충실히 따른다. <un-less>(공동 기획, 2021, 두산갤러리), <오민: 초청자, 참석자, 부재자>(2020, 플랫폼엘), <카럴 마르턴스: 스틸 무빙>(2018, 플랫폼엘) 등의 다양한 전시 기획과 연구에 참여했다.
Place
부르 지하철 언주역 인근에 새롭게 문을 연 컨템퍼러리 다이닝. 이곳에서는 와인이나 맥주, 위스키 등 다양한 주류와 함께 한식과 프렌치 퀴진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우연히 친구의 소개로 알게 된 후 자주 찾아가는 곳. 셰프의 내공이 느껴지는 세련된 메뉴도좋지만, 넓은 공간과 깔끔한 인테리어 덕분에 미팅이나회식 등 다수의 인원이 함께하는 모임에 유용한 장소라는 점도 마음에 든다. 후덥지근한 여름에 샤블리 한 잔과폭신한 트뤼플 푸아그라 교쿠로 시작해 한우 라구 파스타, 홍새우 먹물 파스타, 꽃살, 연잎 생선 카다이프 등 인원에 맞춰 취향껏 즐긴 후 마무리는 꼭 더덕 아이스크림으로 해보길. @vuur.seoul
더 북 소사이어티 온갖 종류의 예술 관련 서적을 접할 수 있는 독립 서점으로, 현재 위치로 이전하기 전부터 자주 방문하던 곳이다. 국내에서 발간된 예술 관련 이론서나 아티스트 북뿐 아니라, 해외에서 발간한 주목할 만한 책도 꾸준히 소개하는 곳. 창성동 MK2 근처 2층에 있을 때는 특유의 자유분방한(?) 디스플레이가 인상적이었는데, 옥인동으로 이사한 후에는 조금 더 정돈된 형태를 띤다. 어떤 방식이든 이곳만의 감각으로 고르고 배치한 책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tbs_book_society
What’s In My D Bag
인스타그램 @heodukgoo ‘결국에는 귀여움이 세상을 지배하겠다’라는 프로필 소개 글에 걸맞게 온 세상 귀여운 동물들의 사진과 영상이 다 올라오는 계정. 근래 본 동물 관련 계정 중 가장 사랑스럽다.
유튜브 채널 <민음사TV> 평소 유튜브를 즐겨 보는 편은 아닌데, 무언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면 유튜브에서 ‘민음사’를 검색한다. 출판한 책을 직접적으로 소개하는 방식이 아니라 직원들의 직장 생활 관련 콘텐츠부터 문화생활비로 구매한 책을 포함해 다양한 물건을언박싱 하는 콘텐츠, 세계문학 전집 월드컵 등 다양하고 알찬 영상이 가득하다. 기획은 물론이고 출연자들의 입담도 재미에 한 몫 톡톡히 한다. 아무 생각 없이 보다가 결국은 읽고 싶은 책 한 권을 떠올리게 만드는 마성의 채널이다.
Person
키키 스미스(Kiki Smith)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묻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시기나 질문하는 대상 혹은 대화하는 장소 등에 따라 달라지곤 한다. 최근에는 조각가 키키 스미스의 작업에 매혹되었는데, 부드러워 보이지만 강인한 그의 작품에서 강한 에너지를 느낀다. 작품 설명을 보지 않아도 느껴지는 에너지가 좋고,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이를 대중에게 전달하는 방식도 흥미롭다.또 그의 인터뷰를 읽다 보면 불현듯 깨닫게 되는 것이 많은데, 최근에 본 한 인터뷰의 마지막 글귀가 생각난다. “당신의 인생이 진정한 삶이 되는 방법은 타인과 공명하는 것뿐이다.”
Shopping List
오덴세의 레고트쿡 프라이팬 우연히 백화점 주방 코너를 구경하다 구입했다. 요리를 아주 가끔 하는 데다, 잘하는 편도 아니어서 기능적인 면보다 색 조합이 마음에 들어 구매했다. 아직 한 번도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주방에 색이 다른 프라이팬 두 개가 놓여 있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이번 주말에는 꼭 무언가를 해 먹어야겠다 다짐하고 있다.
Exhibition / Book / Movie
제프 다이어의 책 <그러나 아름다운> 1940~1950년대 재즈 신을 대표하는 찰스 밍거스, 쳇 베이커, 듀크 엘링턴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책이다. 실제와 허구를 뒤섞어 쓴 글이다 보니 에세이 같기도 하고 소설 같기도 한데, 분명 글로만 이뤄졌음에도 음악이 들리고, 어떤 장면이 눈앞에 보이는 듯한 아름다운 경험을 선사한다.
영화 <슬픔의 삼각형> 직업이 직업인지라 큐레이터가 등장하는 영화라고 하길래, 게다가 작년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니 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정신없이 흘러가는 와중에도 수긍하게 되는 전개 과정, 현대사회가 지닌 병폐를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만의 방식으로 풀어내는 점이 무척 흥미로웠다. 이 영화를 본 뒤 앞으로 책이나 전시를 보고 기억에 남는 문장은 잘 메모해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