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송재림

송재림 인터뷰 화보 - 마리끌레르 코리아
코트와 셔츠, 니트 베스트 모두 우영미(WooYoungMi), 바지 암위(AM.WE), 신발 리치오 안나(Riccio Anna).

프라이팬을 들고 허둥지둥 주방을 서성이던 허당, 무신경한 표정으로 툭툭 말을 던지며 자신만의 동굴 속으로 성큼 들어가버리는 워커홀릭. 이 두 남자 사이에 현실 속 송재림 이 서 있다. 한껏 부풀여야 할 ‘폭탄계란찜’을 폭삭 내려앉은 불발탄으로 만들고, 멀쩡히 잘 삶아진 칼국수 면을 물에 헹궈 뚝뚝 끊어지게 만들어버리는가 하면, 김치에 넣을 고춧가루에 뜬금없이 석류식초를 털어 넣던 엉뚱한 이 남자. 얼마 전까지 <집밥 백선생>에서 어눌한 매력을 한껏 드러내던 그가 주방을 떠나 배우의 자리로 돌아왔다.

“지금까지 배운 레시피를 다 외우지는 못해요. 하지만 뭐랄까요, 요리에 대한 느낌적인 느낌은 많이 생긴 것 같아요. 백 선생님이 요리는 곧 상상력이라고 했거든요. 그런 쪽으로는 꽤 감을 잡은 것 같아요.(웃음) 집에서 혼자 밥 해먹을 정도는돼요. 아, 사람들이 촬영장에서 먹는 거 진짜 맛있느냐고 자주 묻던데, 거기서 먹은 거 정말 다 맛있어요.”

까칠한데 로맨틱하고, 담담하게 간질거리는 고백을 내뱉던 <착하지 않은 여자들>의 검도 사범 ‘이루오’를 연기한 지도 어느덧 1년이 지났다. 그간 예능 프로에도 출연하고, 짬짬이 여행도 다니며 조용히 서른을 넘긴 그가 새 드라마 <굿바이 미스터 블랙>에 출연한다. <굿바이 미스터 블랙>은 황미나 작가가 지은 동명의 만화를 드라마화한 작품이다. 이 드라마에서 송재림 이 연기하는 ‘서우진’이라는 남자는 명문대 법대를 수석으로 졸업한 재원으로, 법보다는 언론의 영향력과 대중의 힘을 믿는 출판사 편집장이다. 잘생긴 얼굴은 촌스러운 안경테에 가려지고 늘씬한 몸매는 꼬질꼬질한 단벌 옷 속에 숨어 있다. 공부와 일밖에 모르는 모태 솔로이며 사무실에 콕 박혀 있느라 여자 만날 생각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안 하는 남자, 부러질 만큼 단단하고 이래저래 앞뒤가 꽉 막힌 캐릭터다. 그런 인물이 송재림 이라는 배우를 만나 두꺼운 껍질을 벗고 말랑말랑한 사랑을 꿈꾸기 시작한다. 툭툭대는 말투 어딘가에 따뜻함이 배어나고, 온통 일만으로 빽빽이 채웠던 일상이 조금씩 헐거워진다.

송재림 인터뷰 화보 - 마리끌레르 코리아
베이지 셔츠 비욘드 클로젯(Beyond Closet), 코트 솔리드 옴므(Solid Homme).

송재림 이라는 배우의 필모그래피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작품 <해를 품은 달>. 2012년 이 작품에서 맡았던 호위무사 ‘운’ 캐릭터의 성격처럼 묵묵하게 자신의 존재감을 알린 후, 2013년 <투윅스>, 2014년 <감격시대: 투신의 탄생>과 <잉여공주>를 거쳐 2015년 <착하지 않은 여자들>까지 한 해도 빠짐없이 작품 속 인물이 되어 달려왔다. “작품 수는 많지 않지만 데뷔한 이후로 꾸준히 연기 활동을 해왔어요. 이번 작품도 매번 그랬던 것처럼 맡은 캐릭터를 완성하는 데 최선을 다하는 중이에요. <우리 결혼했어요>나 <집밥 백선생>은 있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내보이는 예능 프로그램이라 별다른 걱정 없이 찍었어요. 하지만 작품 들어갈 때는 달라져야죠. 인물 연구도 많이 하고, 작품에 대한 고민도 깊이 해야 하고요.”

그가 맡았던 배역을 돌이켜 떠올려보면, 무관심해 보이는 듯한 표정에 약간은 차가운 눈빛, 호들갑스럽지 않은 잔잔한 말투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게 사실이다. 비중이 적었던 캐릭터까지 모두 합하면 생각보다 꽤 다양한 성격의 연기를 선보였는데도, 대중을 관심을 받은 역은 대부분 이렇게 과묵한 인물이다. “파격적인 이미지 변신, 물론 욕심나죠. 하지만 처음 패션모델이 되겠다며 맨땅에 헤딩하는 각오로 뛰어들 때에 비하면 지금도 많은 변화를 이룬 거라고 생각해요. 막연한 먼 미래부터 꿈꾸기보다는 뭐든 하나하나 눈앞에 놓인 것부터 꾸준히 하는 편이에요. 그렇게 사는 일상이 매일 똑같은 날들 같지만 시간이 지나고 뒤돌아보면 어느새 출발지에서 아주 멀어져 있게 되잖아요. 그렇게 한 폭씩 서서히 전진하는 게 좋아요. 매번 주사위를 던지고, 나온 숫자에 따라 또 최선을 다해 살고요. 열심히 주사위를 던지다 보면 모두가 알아챌 수 있을 만큼 충격적인 변신을 보여줄 날이 올 거라 생각해요.”

송재림 은 주사위를 한 번 굴린 후, 그러니까 한 작품을 마치거나 중요한 일을 매듭지을 때면 다음 주사위를 집어 들기 직전에 잠시 숨을 돌리는 시간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직장인처럼 매일의 출퇴근 시간이 정해지지 않은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은 그만큼 자신만의 시간을 잘 배분하고 페이스 조절을 철저히 해야 나태해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항상 일상생활에 선을 긋고 경계를 의식하면서 계획적으로 살려고 노력해요. 작품은 하나의 프로젝트라고 생각해요. 중간중간 쉼표를 넣어주지 않으면 사적인 일상과 업무가 섞여 뒤죽박죽이 될 수밖에 없잖아요. 분명 이번 작품이 끝날 때쯤에도 늘 그래왔던 것처럼 다음 시즌을 위해 무언가를 차근차근 계획하고 있겠죠.”

송재림 인터뷰 화보 - 마리끌레르 코리아
맨투맨 셔츠 솔리드 옴므(Solid Homme).

올해 서른두 살이 된 송재림 은 요즘 서른이 두렵게만 느껴졌던 스물아홉 때를 돌아보면서, 무슨 일이든 벌일 것처럼 뜨거웠던 청춘의 시간들을 조금씩 정돈하는 중이다. 고요한 방에서 반려묘 ‘올라’, ‘레옹’과 함께 보낸 여유롭던 오후도, 간단하게 짐을 꾸려 강원도며 제주도며 전국 곳곳으로 무작정 떠난 여행도 모두 그가 자신의 진짜 얼굴을 찾아가는 데 도움이 되어준 시간 들이다.

“서른을 코앞에 둔 때는 모든 게 다 불안하게 느껴졌어요. ‘내 삶이 제대로 흘러가고 있는 걸까?’ 하면서요. 그런 여러 걱정들에서 벗어나고 싶기도 했고, 제 자신에 집중하고 싶었죠. 그래서 책도 많이 읽고, 혼자만의 시간을 자주 보냈어요. 그렇게 지내면서 취미가 많이 생겼죠. 작품에 들어갈 땐 일에만 집중하는 편이지만, 시간이 나면 이것저것 하는 게 많아요. 여름엔 오토바이를 타고 전국을 다 다녔어요. 가볍게는 팔당댐 근처에 다녀오고, 강원도도 자주 찾아갔어요. 아, 혹시 서해에 동막해수욕장이라고 아세요? 전망이 진짜 근사해요. 꼭 한번 가보세요. 반대로 겨울에는 완전 집돌이예요. 고양이들이 고로롱거리는 소리를 들으면서 늘어지게 한숨 자기도 하고, 중국어 연습도 하다가 몇 시간씩 색소폰을 불기도 해요. 원래 알토만 있었는데, 작년에 테너 색소폰을 새로 샀거든요. 요즘 한창 연습하고 있어요.”

일상 속의 소소한 것부터 자신을 조금씩 채워나간 송재림 은 모든 것이 불완전하게 느껴지던 서른을 지나고, 이젠 익숙한 것에서 느껴지는 안정적인 감정에 감사할 줄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물론 연애나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가까운 사람들을 더 살뜰히 챙기게 됐고, 우직하고 단단한 사랑을 꿈꾸기도 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서른 살이라는 시점이 별것 아닌데, 어쩜 그리 많은 고민들이 스쳐 지나갔는지 모르겠어요. 지나오니 우습지만 그런 시간들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제가 있는 거겠죠? 20대 때도 그랬지만 요즘은 인간관계가 더 좁아진 것 같아요. 협소하지만 깊고 오래 사귀는 편이에요. 오랜 시간 제 곁에 머물러준 사람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연애도 그래요. 쉽게 뜨거워지고 결국엔 서로 할퀴게 되는 사랑 말고, 익숙하고 튼튼한 연애를 하고 싶어요.”

어느 인터뷰에서 그는 화려하고 멋진 배우이기 전에 ‘좋은 사람’이고 싶다고 한 적이 있다. 송재림 이 되고 싶은 ‘좋은 사람’이란 과연 어떤 사람일까? “‘좋은 사람’과 ‘착한 사람’은 다르다고 생각해요. 저는 착하지 않아도 좋은, 애써 꾸미지 않아도 괜찮은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제 사람들에게만큼은 그냥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송재림 인터뷰 화보 - 마리끌레르 코리아
니트 스웨터 올세인츠(All Saints), 가운과 바지 노앙(Nohant), 신발 리치오 안나(Riccio Anna).

송재림의 일상에서 발견한 것들

나는 이달부터 다시 혼자 사는 남자다. 이사는 2월 27일, 손 없는 날로 정해뒀다. 3년 동안 여동생과 둘이 살았다. 차곡차곡 모은 돈으로 부모님 집도 마련해드렸고, 여동생 결혼 자금도 어느 정도 모아뒀다. 상냥한 아들은 아니지만 장남으로서 역할은 잘해내고 싶다.
우울할 때, 막막할 때 가장 먼저 찾는 건, 올라와 레옹이다. 이제 여섯 살, 일곱 살이 됐다. 고양이들 품에 얼굴을 폭신하게 묻고 고로롱거리는 소리를 듣는 건 참 기분 좋은 일이다.
내가 꿈꾸는 나이는 서른 일곱. 고등학교 때 서른을 꿈꿨던 것처럼 이제는 30대 후반을 기대한다. 왠지 막연한, 오지 않을 것 같은 서른일곱이라는 나이. 결혼도 딱 그때 하고 싶다.
치킨은 정말 맛있다. 밥은 뭘 먹는지보다 누구랑 먹는지가 중요하다고 했지만, 치킨은 언제 누구랑 먹어도 한결같이 맛있다. 오후 6시 이후로 밥 안 먹으려고 버티다가 밤 11시, 12시쯤 되면 꼭 야식으로 치킨을 시킨다.
만화를 사랑한다. 예전보다는 덜하지만 요즘도 만화나 일본 애니메이션 엄청 본다. 중학교 때는 만화책 대여점에서 회원 랭킹 1등에 오르기도 했다. 학원물, 시대극 등 장르도 안 가린다.
나는 여름 스포츠 마니아다. 추위를 많이 타는 편이라 여름에만 엄청 돌아다닌다. 이번 여름에는 스쿠버다이빙 라이선스를 취득해볼 예정이다. 비치발리볼도 해보고 싶은 운동이다.
요즘 빠져 있는 음악은, 김광석과 재즈. 한 3개월 전부터 김광석 앨범을 달고 산다. ‘뉴욕 재즈 라운지’라는 연주 그룹 앨범도 꾸준히 듣는다. 요즘 테너 색소폰으로 연습하는 곡은 ‘Just the Two of Us’.

 

송재림 인터뷰 화보 - 마리끌레르 코리아
셔츠와 재킷 모두 아크네 스튜디오(Acne Studios), 바지 노앙(Nohant), 신발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BEHIND SCE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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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늘, 사랑의 순간

김하늘 웨딩
베일 브라이드앤유(Bride and You), 이어링 스와로브스키(Swarovski).

김하늘 웨딩 화보 비하인드 스토리

여전히 차가운 기운이 가득한 한겨울의 어느 날, 김하늘은 오랫동안 함께해온 스태프들과 하와이로 떠났다. 그리고 이 길에는 곧 그녀의 남편이 될 남자친구도 동행했다. 우기가 하와이에 머무는 동안 그 흔한 스콜 한 번 지나가지 않았고, 그늘에서는 뜨거운 햇빛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시원한 바람을 느낄 수 있는 화창한 날들이었다. 김하늘 웨딩 화보 촬영을 앞두고 우리가 그린 그림은 이런 거였다. 결혼 전 마지막 화보를 편한 사람들과 촬영하며 아름다운 신부의 모습도 사진으로 남기고, 또 그 시간을 기록하면 좋겠다는 바람. 20년 가까이 여배우로 살아온 김하늘이 이제 누군가의 아내가 되는 크다면 크고, 또 지극히 자연스러운 변화를 앞둔 어느 날이었다.

김하늘
레이스 디테일 드레스 소유 브라이덜(SOYOO Bridal), 헤어밴드 브라이드앤유(Bride and You), 이어링 스와로브스키(Swarovski).

“결혼을 앞두지 않았더라도 웨딩 화보를 찍을 수 있잖아요. 그런데 돌이켜 보니 전 한 번도 웨딩 화보를 찍은 적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화보에 기대가 더 컸어요. 사진이 기대되기도 하고. 그리고 지금은 배우가 아니라 여자로서 특별한 순간이잖아요. 이 행복한 순간을 사진으로 남겨 나 혼자 보는 게 아니라 저를 응원해주는 팬들에게도 보여줄 수 있다는 점도 의미 있는 것 같아요.”

김하늘 화보
언밸런스한 라인의 실크를 더한 원피스 르베이지(LeBeige).

그녀의 말마따나 이번 화보의 경계는 모호했다. 어느 부분은 여느 셀러브리티 화보와 다를 게 없었지만, 그녀가 직접 의견을 내고 손수 준비한 부분도 많았다. 그녀가 일하는 모습을 직접 본 건 처음이라는 남자친구는 화보 촬영 내내 장난스럽게 그녀를 놀리기도 하고, 새벽부터 시작된 촬영에 지친 스태프들이 힘들어 보인다며 챙기기도 했다. 영화나 드라마가 아니고서는 대중에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기보다는 감추는 데 익숙한 여배우와 처음 만난 스태프들에게 일부러 말을 많이 걸고 이런저런 질문을 하며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하는 이 남자는 김하늘과 닮은 점보다는 다른 점이 더 많을 것 같았다.

“친구도 많고 사람을 아주 좋아하는 남자예요. 낯선 사람들을 대하는 게 익숙하죠. 저와 다른 부분이에요. 전 그런 사회생활이 몸에 배지 않았거든요. 함께 출장 간 스태프들이 자신을 불편해할까봐 하와이에서 있는 내내 먼저 다가가고 싶었대요. 그런데 남자친구의 그런 모습이 제게는 오히려 편해요. 나와 다른 부분인데, 남자친구가 사람들을 그렇게 잘 챙겨주니까 좋아요.”

김하늘
화이트와 스카이블루 스트라이프 코튼에 니트를 가미한 원피스 르베이지(LeBei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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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이렇게 촬영장에 남자친구가 함께한 건 처음이죠? 일하는 모습을 본 남자친구의 반응은 어땠어요? 처음엔 표정이랑 포즈를 따라 하며 놀렸어요. 그러더니 나중엔 너무 멋져서 꼭 안아주고 싶었다고 하더라고요. 왜 다른 사람들 있을 때 그렇게 말해주지 않았느냐며 원망했죠.(웃음)

닮은 사람을 만난 것 같나요? 다른 것 같으면서도 닮았어요. 사실 전 밝은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에 가는 시기에 이쪽 일을 시작하다 보니 밝고 가벼운 청춘의 시절을 보내지 못한 것 같아요. 좀 더 해맑게 보냈으면 좋았을 때에 기 세고 경쟁이 치열한 곳에 들어온 거죠. 그렇게 강한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버티기에 나라는 존재는 너무 약했어요. 그래서 주눅이 들고 원래 가지고 있던 밝은 기운이 점점 감춰졌던 것 같기도 해요. 어린 나이에 자꾸 혼자 생각하고 고민을 해결하려고 애쓰다 보니 힘들었던 것 같아요.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모두 좋은 경험이긴 한데 그땐 그게 힘들었어요. 그러면서 밝았던 성격이 조금씩 변했죠. 그래서 예전에 제 안에 있던 그 밝은 기운을 가진 사람에게 눈길이 갔나봐요. 남자친구를 만난 지 1년이 좀 넘었는데 만나기 전이랑 지금의 제 모습이 달라졌어요. 이제 점점 예전 성격이 다시 드러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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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밸런스한 라인의 실크를 더한 원피스 르베이지(LeBeige).

남자친구도 당신이 달라지고 있다는 걸 느껴요? 처음 만났을 때랑 지금의 제가 많이 다르대요. 예전에는 저한테서 가시를 봤대요. 친구들한테 이 얘기하면 ‘유치하다’며 놀려요.(웃음) 사실 개인적으로는 그 얘기가 무척 감동적이었어요. 나에게 돋친 가시를 그 사람이 알아봐주고 그 가시를 뭉툭하게 만들어주고 싶어 했다는 게 큰 감동이었어요. 그 사람 덕분에 이젠 예전 제 모습을 다시 발견하게 되었어요. 남자친구는 에너지가 많고 밝은 사람이에요. 솔직하고요.

자신의 이상형에 가까운 사람인가봐요. 이렇게 설명하기 많이 쑥스럽긴 한데, 몇년 전에 원하는 이상형에 대해 구체적으로 써놓은 게 있어요.(웃음) 그런데 그때 적어둔 것과 거의 일치하는 사람을 만났어요. 밝은 데다 열정이 있고 여행을 좋아하는 것도 그렇고. 정말 너무 똑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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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원피스 로맨시크(Roman Chic), 선글라스 발렌시아가 아이웨어 바이 브라이언 앤 데이비드(Balenciaga Eyewear by Bryan & David) .
김하늘 웨딩 화보 - 마리끌레르
튜브톱 드레스 휴고 보스(Hugo Boss), 프레임에 ‘LOVE’라고 새겨진 선글라스 랑방 아이웨어 바이 세원ITC(Lanvin Eyewear by Sewon ITC).

화보 촬영을 하면서 ‘진짜 결혼하는 것 같아’라는 스태프들의 얘기에 살짝 눈물을 보였잖아요. 그땐 어떤 생각이 들었어요? 진짜 결혼한다고 생각하니까 갑자기 기분이 이상해졌어요. 연기를 하면서 결혼식 장면을 찍은 적은 있어도 제 결혼을 위해 촬영한 건 처음이잖아요. 왜 눈물이 났는지 정확히 설명하진 못하겠어요. 이상하게 친구나 친척의 결혼식에 가면 꼭 울어요. 다른 사람 결혼식에 가서도 이렇게 우는데 제 결혼식 때는 눈물이 얼마나 많이 날까요? 벌써부터 남자친구랑 다짐하고 있어요. 절대 부모님 눈 마주치지 말자고. 그렇지 않으면 분명히 울 테니까요.

결혼이란 사실 큰 변화의 시작이에요. 새롭게 생기는 역할도 많아지니까요. 그래서 두렵진 않나요? 두렵다는 표현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과연 내가 잘해나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은 들어요. 주변에 보면 결혼해서 행복한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잖아요. 예상치 못한 힘든 일을 겪게 되더라도 현명하고 지혜롭게 잘 헤쳐나갈 수 있을지 걱정도 돼요. 전 오랫동안 배우로 살아왔잖아요. 이젠 제 일과 관련된 일은 어떤 문제에 부닥쳐도 헤쳐나갈 수 있는 구멍을 잘 찾아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어요. 경험이 많으니까요. 그런데 결혼이란 건 처음 경험하는 거잖아요. 예상치 못한 문제를 마주했을 때 해쳐나갈 방법을 잘 찾아낼 수 있을지 걱정되긴 해요. 지금은 남자친구에게 ‘무조건 남편이 잘하면 돼’라고 주입하는 중이에요.(웃음) 그런데 사실은 저도 잘해야한다고 생각해요. 좋은 가정을 이루기 위해서는 저도 많이 노력해야겠죠. 전 매일 아침 어떤 일을 하든 현명하고 지혜롭게 해낼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해요. 그런데 요즘 또 이런 생각도 들어요. 너무 잘하려고 하다 보면 오히려 더 힘들어지는 건 아닐까? 오랜 시간 부모님의 품속에서 보호 받으며 살아왔는데 이제는 남편과 손을 잡고 인생을 함께 살아가야 하잖아요. 막상 결혼이 눈앞에 다가오니까 두렵긴 해요.

김하늘 마리끌레르
긴소매 롱 드레스 아틀리에쿠(atelier KU).

꿈꿨던 이상적인 부부는 어떤 모습이에요? 많은 걸 바라지 않아요.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단둘이 외딴섬에서라도 잘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어떤 상황에서든 무엇을 하든, 설령 그 상황이 우리가 미처 상상하지 못한 최악의 상황이라 하더라도 함께라면 잘 살아갈 수 있는 게 제가 꿈꾸는 이상적인 부부예요.

결혼을 기점으로 배우로서도 변화가 생길지도 몰라요. 그건 잘 모르겠어요. 결혼은 인생의 자연스러운 한 부분이잖아요. 다만 기대하는 건 있어요. 배우이기 전에 여자니까 한 여자로서 행복했을 때, 행복하게 제 삶을 잘 살아갈 때 배우로서도 좀 더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인생에서 결혼이란 물론 아주 큰 변화지만 그렇다고 흐름을 거스르는 변화는 아니잖아요. 그렇게 잘 살아가다 보면 배우로서도 잘 지낼 수 있을 거예요. 물 흐르듯이 그렇게요.

앞으로 기대되는 변화도 있나요? 올해 김태용 감독님의 <여교사>가 개봉해요. 영화에서 제가 맡은 역할은 삶에 지칠 대로 지친 인물이에요.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작품을 선택하고 연기할 때 저 자신은 정작 남자친구 덕분에 아주 행복한 시간을 살고 있었어요. 그래서 오히려 그 영화를 선택할 수 있었던 거예요. 자신이 지치고 삶이 너무 무거웠다면 아마도 그 영화를 선택하지 못했을 거예요. 그런 변화들이 기대돼요. 내 달라진 환경이 나의 연기와 선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말이에요. 지금과는 다른 선택을 하게 될지도 모르죠. 그래서 기대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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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 네이비 컬러의 보트넥 루스 핏 원피스 르베이지(LeBei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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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한 느낌을 주는 폴리 코튼 소재의 벨티드 원피스 르베이지(LeBeige).

결혼 준비는 거의 끝나가나요? 이제 한 달 정도밖에 남지 않았어요. 결혼식이라는 게 이렇게 준비해야 할 게 많은지 몰랐어요. 청첩장 문구 하나하나까지 정해야 하더라고요. 재미있는 건 원래 조용하고 소박한 결혼식을 하고 싶었다는 거예요. 소란스럽지 않고 조용한 결혼식 말이에요. 아마 친구가 많지 않다 보니 더 그랬던 것 같아요. 가까운 사람 몇 명만 초대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남자친구를 만나서 많이 변했어요. 워낙 친구가 많은 사람이다 보니 그 많은 친구들 모두에게 축하받고 싶은가봐요. 많은 사람을 초대해야 하는 결혼식으로 마음을 굳히고 보니 준비해야 할 게 무척 많더라고요. 소중한 사람들을 초대하는 만큼 그들 모두 좋은 기억을 안고 식장을 나서야 하니까요.
다른 듯 닮은 사람을 만난 것 같아요. 결혼에 대한 확신이 든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나요, 아니면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둘 다인 것 같아요. 전 제 안으로 숨는 사람이거든요. 그런데 이 사람이 제 그런 모습을 금세 눈치챈 거예요. 계속 저한테 실없이 장난도 많이 치고 농담도 하고 그랬어요. 처음엔 ‘도대체 이 사람이 나한테 왜 이러지?’ 하는 생각이 들었죠. 그런데 그 농담 속에 그 사람의 진심이 보이더라고요. 우스운데 감동스러웠다고 해야 할까요? 그런 지점들이 반복되면서 자연스럽게 이 사람과 결혼하고 싶어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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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결혼과 연애는 달라요. 한 남자만이 인생에 들어오는 게 아니라 그 남자의 가족을 새로운 가족으로 받아들여야 해요. 좋아하는 사람을 낳아준 부모님을 만나서 오히려 감사해요. 저는 원래 사람을 좋아해요. 다만 이 일을 시작하고 그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살아온 것 같아요. 이번 설에 남자친구의 가족들도 만나고 친척 분께 인사도 하고 세배도 드렸어요. 그런데 그 순간이 참 행복한 거예요. 그 가족에게 속해 있는 그 시간이 너무 좋았어요.
어쩌면 20년 가까이 배우로 살아오면서 평범한 시간이 그리웠던 건지도 모르겠어요. 맞아요. 남자친구의 가족들 모두 배우 김하늘로서 대하지 않아요. 이번 설에는 남자친구 집에 가서 과일을 깎는데 제가 너무 허둥지둥하는거예요. 옆에서 남자친구는 계속 키득키득 웃었어요. 도와주지도 않으면서 막 내모는 느낌?(웃음) 그런데 그 상황이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이번 촬영을 하면서 예상 밖의 김하늘을 본 것 같아요. 여배우란 사실 자기 자신을 드러내기보다는 감추는 데 익숙하니까요. 아마 함께한 사람들이 주는 힘이었던 것 같아요. 오랫동안 함께 호흡을 맞춰온 제 식구들과 제 밝은 모습을 끌어내준 남자친구 덕분 아닐까요?

김하늘 웨딩 화보
드레스 소유 브라이덜(SOYOO BRIDAL).

김하늘의 wedding beauty note

보면 볼수록 빛나는 피부를 원한다면 목련 추출물과 진주모 콤플렉스가 끝없이 퍼지는 화사함으로 온종일 화사한 피부를 선사하는 설화수 퍼펙팅쿠션 브라이트닝 21호 제품을 발라 온종일 화사한 피부 빛을 유지한다. 여기에 바르자마자 입술을 감싸주는 고보습 보호막으로 수분 보유력을 높이고 생기 있는 매끈한 입술로 만드는 설화수 에센셜 립세럼 스틱 5호 블라썸 코랄을 발라 입술에 자연스러운 생기를 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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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뒤 투웨이로 착용 가능한 빅 칼라 코튼 스트라이프 셔츠, 아이보리 코튼 데님 팬츠 모두 르베이지(LeBeige).
김하늘
아웃 포켓 포인트의 아이보리 린넨 셔츠, 네이비 롱 니트 스커트 모두 르베이지(LeBei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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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라의 나날들

강소라 화보 - 마리끌레르
블랙 시스루 레이스 드레스와 헤드피스 모두 미스지 컬렉션(Miss Gee Collection), 볼드한 크리스털 링 스와로브스키(Swarovski).

강소라 의 나날들

강소라 화보 - 마리끌레르
블랙 니트 드레스와 헤드피스 모두 미스지 컬렉션(Miss Gee Collection), 크리스털 네크리스 스와로브스키(Swarovski).
강소라 화보 - 마리끌레르
오프숄더 블랙 레이스 드레스와 헤드피스 모두 미스지 컬렉션(Miss Gee Collection).

강소라 가 드라마 <맨도롱 또똣>의 여주인공 ‘이정주’를 연기한 지 훌쩍 일곱 달이 지났다. 지난 봄과 여름 종일 드라마의 배경이 된 제주도에 머무는 동안 SNS를 통해 엿볼 수 있었던 촬영장의 그녀는 퍽 즐거워 보였다. 그이전 드라마에서는 줄곧 치열하게 살아가는 도시 여자였던 그녀가, 그보다 두 박자 정도는 느린 제주도민의 일상을 연기하는 모습이 한결 편안해 보인 것도 사실이다. 시종일관 따스한 기운을 주던 드라마를 마친 후, 강소라 는 문득 그동안의 일상과는 다른 일상을 살아보기로 한다. 무작정 쉬고, 무작정 떠나기로 한 거다.

“지금까지 한 작품 끝내고 다음 작품까지 석 달 이상 걸린 적이 없었어요. 그 석 달 동안에도 광고나 화보 촬영을 계속했고요. 그러면서 조금씩 제 안에서 바닥이 보이는 듯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자꾸 꺼내서 보여주기만 했으니까요. 그래서 결단을 내렸어요. <맨도롱 또똣>이 끝나자마자 상하이에 짧은 일정으로 다녀온 후에, 지난해 9월에 처음으로 2주 넘게 여행을 가봤어요. 런던에서 일주일, 파리에서 일주일 이렇게요. 이번에 확실히 느꼈어요. 여행은 이제 언제든지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비행기 타는 것도 정말 좋아요. 어떤 사람들은 갇혀 있는 기분이 들어 싫다고 하는데, 전 무언가 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없는 비행 시간이 참 좋더라고요.”

그 후로 다시 짧은 국내 여행과 일본 료칸 주말 여행까지 섭렵한 후에야 그녀의 방랑기는 막을 내렸다. 그동안 셀피 실력이 부쩍 늘었고(강소라 는 한동안 인터넷에서 ‘사진을 그렇게 찍을 거면 그 얼굴은 나를 달라’는 네티즌의 아우성이 자자할 정도로 셀피에 젬병이었다), 일주일에 다섯 번씩 친구들과 만나면서 인맥도 넓어졌다. 연말에 열린 연기대상 시상식에서는 우수연기상도 받았다. ‘꿈을 꾸는 것 같았다’는 수상 소감은 꼭 그녀의 지난 휴식기를 말하는 것 같기도 했다. 쉼 없이 일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부러워할 법한 달콤한 시간들이었을 것이다.

강소라 화보 - 마리끌레르
화이트 러플 블라우스, 블랙 비딩 재킷, 헤드피스, 와이드 팬츠, 골드 컬러 메리제인 슈즈 모두 미스지 컬렉션(Miss Gee Collection).
강소라 화보 - 마리끌레르
화이트 리넨 세일러 블라우스, 네이비 와이드 팬츠, 헤드피스 모두 미스지 컬렉션(Miss Gee Collection), 진주 롱 네크리스 루시에(Lucie).

그렇게 처음으로 공백기다운 공백기를 보낸 강소라 는 3월에 방송을 시작하는 <동네변호사 조들호>로 안방극장에 돌아온다. 박신양이 맡은 민생 변호사 ‘조들호’를 도우며 그와 일하면서 진정한 법조인으로서 자아를 찾아가는 ‘이은조’ 역할이다. 명문대에 간신히 턱걸이로 입학하고, 사법연수원에서도 꼴등을 벗어나지 못하는 ‘용의 꼬리’ 같은 이은조는 뭐든지 척척박사이던 <미생>의 ‘안영이’와는 사뭇 다른 캐릭터다. 이제 막 촬영이 시작되는 단계라 속단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어쩐지 당찬 구석이 있을 것 같다는 예감은 강소라 가 이제껏 연기했던 역할들을 떠올리면 자연스레 연상되는 점이다. 우리가 아는 배우 강소라 는 그렇다. 그녀를 세상에 알린 영화 <써니>의 골목대장 ‘하춘화’였을 때부터, <못난이 주의보>의 차도녀 ‘나도희’와 <닥터 이방인>의 냉철한 의사 ‘오수현’을 거쳐 <미생>의 에이스 신입사원 ‘안영이’와 <맨도롱 또똣>의 부지런하고 거침없는 ‘이정주’에 이르기까지 성격도 직업도 달랐지만 언제나 화면 속 강소라는 강단 있고 솔직한 여자였다. 배우의 필모그래피는 곧 그의 목소리다. 어떤 목소리로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는 각자의 개성만큼이나 다양하다. 매번 다른 캐릭터에 도전하며 자신의 재능을 시험하고 여러 모습을 보여주려는 배우가 있는가 하면, 많은 작품에서도 말하고자 하는 바가 하나의 줄기를 이루며 또렷한 배우도 있다. 강소라 는 후자, 그러니까 분명한 목소리를 가진 배우 중 하나다.

“일단 저 자신이 그런 여성상을 좋아해요. 사실 전 <써니>의 하춘화 같은 리더 기질은 전혀 없거든요.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대리 만족을 느끼기도 하고, 제 성격도 작품 속 인물을 닮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도 여전히 가지고 있죠. 무엇보다 그런 당당한 여성상을 많이 보여드리고 싶어요. 수동적인 인물을 연기하는 건 아직은 엄두가 안 나기도 하고요. 성격 급한 저로서는 아마 마인드 컨트롤을 엄청 해야 할 테죠. 물론 그런 역할 또한 도전해봄 직하지만, 지금보다 나이가 더 들어 침착해지고 내공이 쌓였을 때 가능할 것 같아요.”

강소라 화보 - 마리끌레르
네이비 시스루 슬릿 드레스와 헤드피스 모두 미스지 컬렉션(Miss Gee Collection), 크리스털 드롭 이어링 스와로브스키(Swarovski).

꾸무럭거리며 시간을 보내는 게 도통 성미에 맞지 않는다는 일상의 강소라 는 쉬는 동안에도 무던히 바빴다. 한강변에 산책을 나가는가 하면 영화와 공연, 전시회도 부지런히 보러 다녔다. 칼로리가 폭발할 듯한 먹방 또한 그녀의 SNS에 줄을 이었다. 몸매 관리에 심혈을 기울이는 여배우의 인스타그램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든 군침 도는 사진들이다.

“맛집 포스팅이요? 그것도 많이 자제한 거예요.(웃음) 촬영이 없을 때는 운동할 시간이 많이 나니까 먹고 더 열심히 달려요. 제가 하루에 딱 한 끼만 챙겨 먹거든요. 그래서 더 맛있는 걸 찾아다녔죠. 제가 여러모로 성격이 좀 계획적인 편이에요. 항상 다음 주 스케줄을 미리 짜놓고, 약속은 번개보다는 선약을 좋아해요. 메뉴도 ‘아무거나’를 못 참아요. 모임을 주도해야 직성이 풀리는 건 아니지만 ‘우리 식당 예약했나? 그냥 내가 할까? 나한테 넘겨’ 이런 식이죠.”

털털한 성격으로 누구에게나 격의 없이 대할 것 같은 그녀지만, 마냥 남들처럼 평범하긴 어려운 유명인이 되었다는 자각 또한 있다. 내가 남들을 보는 시선은 여전한데, 남들은 나를 확연히 다른 사람으로 보게 되었다는 건 좀체 익숙해지기 어려운 사실이다. 그녀에게도 그런 시기가 있었다. “이번에 쉬면서 친구들을 일주일에 다섯 번씩 만나고 그랬어요. 친구의 친구와도 어울리고, 인맥이 많이 넓어졌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에 예전보다 경계심이 좀 없어진 것 같아요. 처음에 대중이 저를 알아봐주기 시작하면서는 자신을 노출하는 데 대한 두려움이 컸거든요. 어릴 때라 스스로를 통제하기도 힘들었고요. 이제는 좀 ‘리스크 관리’에 능해졌나, 싶기도 해요.(웃음)”

겉으로 견고해 보이는 사람일수록 껍질 안쪽이 연약한 경우가 많다. 그리고 특히 연애는 사람을 연약하게 만든다. 내색하지 않고 잘 참는 법을 일찍 터득한 그녀도 좋아하는 사람에게만큼은 그러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또한 지난 연애는 자신을 성장하게 했다고,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게 했다고 그녀는 말한다.

“그만큼 매일 연락을 주고받는 사람이 사귀는 사람 말고는 없다시피 하잖아요. 절친한 친구나 부모님과도 그러지는 않으니까요. 그렇게 저를 몰두하게 만들고 제 머릿속에 하루 종일 생각나는 사람이 생긴다는 것 자체가 굉장한 일인 것 같아요. 그러면서 상대에 따라 없던 취미가 생기기도 하고, 관심사가 변하기도 하고요. 좋은 방향이건 나쁜 방향이건 그렇게까지 타인에게 깊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건 일종의 축복인 것 같아요. 전 제가 강하고 독립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해왔어요. 의지하고 기대는 걸 싫어했고요. 제 안 좋은 면을 드러내는 것 같았거든요. 하지만 연애 경험이 생기면서는 상대에게, 남들에게 민낯을 드러내는 법도 알게 되었어요. 꾸미지 않은 저 자신도 그것대로 좋더라고요.”

2월생인 그녀는 이제 막 만 스물여섯이 되었다. 찬란한 청춘의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그녀에겐 어떤 목표가 있을까? “예전에는 제가 그리는 스스로의 모습을 완성하려는 목표에 매달렸어요. 근데 살아보니 생각한다고 그대로 다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웃음) 어느새 저 자신을 너무 엄격하게 몰아 붙이고 있었어요. 솔직히 저도 저를 잘 모르겠어요. 특히 배우로서는, 베테랑도 아마추어도 아닌 조금 모호한 지점에 와 있는 느낌이 들어요. 주변 선배님들의 말을 들어보아도 제 연차 때쯤 그런 생각이 든다고 하더라고요. 이제는 큰 틀과 방향성은 정하되, 나머지는 경험에 맡기려고 해요. 더 많이 보고 많이 배우고 싶어요. 좋은 선생님, 좋은 배우와 함께 작업해보고 싶고, 좋은 사랑도 하고 싶고요. 물론 후회하는 과거도 있지만 행여 돌아갈 수 있다 해도 다른 선택을 하고 싶지는 않아요. 시행착오를 겪기 싫어서 안전한 것만 할 테고, 그런 식으로 지금의 저를 잃고 싶지는 않거든요. 버티고, 알아가려고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깊이 생각하고 마음껏 누리며 충전을 마치고 현장으로 돌아온 강소라 는, 다시 달릴 준비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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