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처럼 비투비

육성재 체크 티셔츠 데어로에(Der Rohe), 롱 코트와 슬랙스 모두 (MUNN), 슈즈 도우칼스(Doucal’s).
이창섭 그린 니트 톱 우영미(WooYoungMi), 슬랙스 프라다(Prada), 베이지 슈즈 도우칼스(Doucal’s).
임현식 버건디 티셔츠 커스텀멜로우(CustoMellow), 재킷과 팬츠 모두 디올(Dior), 스니커즈 아디다스(adidas).
서은광 핑크 셔츠 코스(COS), 팬츠 시스템 옴므(System Homme), 슈즈 브로이어(BREUER).
이민혁 플라워 패턴 셔츠 김서룡 옴므(Kimseoryong Homme), 팬츠 아미(Ami), 슈즈 자라(Zara).
정일훈 셔츠 아미(Ami), 팬츠 꼼데가르송 셔츠(Comme des Garcons Shirt), 슈즈 펜디(Fendi).
프니엘
팬츠 꼼데가르송 셔츠(Comme des Garcons Shirt), 베이지 재킷과 스니커즈 모두 코스(COS).

우리가 이미 수없이 많이 보아왔듯이 해마다 수십 팀의 새로운 아이돌이 등장하고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금방이라도 세상의 중심에 다가갈 것처럼 달려 들지만, 단시간에 대중의 관심과 수익을 끌어내지 못하면 팀의 내일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가혹하리만치 매 순간이 치열한 아이돌의 세계. 그 가운데 어느새 데뷔 6년 차를 맞은 아이돌 비투비(BTOB)가 있다. 2012년 발표한 데뷔 앨범 로 첫발을 내딛고, 올해 3월에 열 번째 미니 앨범 <Feel’eM>을 선보이기까지 부단히 자신들의 자리를 만들어온 비투비. 그들이 멈추지 않고 나아가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누가 뭐래도 일곱 멤버 스스로 결정한 길을 걷는 것이다. 6년 동안 다져온 균형을 바탕으로 뮤지컬과 작곡, 랩, 연기 등 서로 다른 꿈을 꾸기 시작한 7명의 아티스트. 서은광, 이민혁, 이창섭, 임현식, 프니엘, 정일훈, 육성재를 만났다. 아이돌계의 흥부자들답게 한시도 조용할 틈이 없던 비투비와 함께한 시간. 카메라 앞에 서서 잠깐 심각 해지는가 싶더니 서로 눈을 마주치자 금세 참았던 웃음을 터뜨리고야 마는 이들과 마주 앉아 가볍고도 진지한 대화를 나눴다.

 

프니엘 베이지 셔츠 알렌느(Haleine), 티셔츠 노앙(Nohant), 팬츠 에디시옹 M.R 바이 비이커(EDITIONS M.R by BEAKER).
이창섭 화이트 티셔츠 하울린 바이 플랫폼 플레이스(HOWLIN by Platform Place), 머스터드 셔츠 오디너리 피플(Ordinary People), 쇼츠 3.1 필립 림 바이 톰 그레이하운드(3.1 Phillip Lim by Tom Greyhound), 슈즈 도우칼스(Doucal’s).
육성재 블랙 니트 스웨터 프라다(Prada), 베이지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이민혁 버건디 티셔츠 챔피언 바이 비이커(Champion by BEAKER), 더블 버튼 셔츠 코스(COS), 슬랙스 커스텀멜로우(CustoMellow).

 

롱 슬리브리스 셔츠 오디너리 피플<.b>(Ordinary People), 화이트 셔츠 꼼데가르송 간류(Comme des Garcons Ganryu).

 

서은광 스트라이프 셔츠, 재킷과 팬츠 모두 김서룡 옴므(Kimseoryong Homme).
정일훈 셔츠 맨온더분(Man on the Boon), 팬츠 커스텀멜로우( CustoMellow), 앙고라 리본 타이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프니엘 니트 톱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체크 재킷 맨온더분(Man on the Boon), 슬랙스 우영미(WooYoungMi).

앨범 <Feel’eM>을 발표한 뒤 그간 개인 활동을 주로 해왔다. 각자 어떻게 지내고 있나? 은광 뮤지컬 <햄릿> 공연을 한참 열심히 했다. 요즘은 공연 막바지라 조금 여유로운 편이다. 일훈 사실 은광이 형은 최근 쇼핑에 눈을 떴다. 예전에는 멤버들이 패션에 관심 좀 가지라고 놀릴 정도였거든. 근데 요즘은 별명이 ‘광렌시아가’다, 푸하하. 창섭 곧 뮤지컬 <나폴레옹>공연을 시작한다. 7월 18일이 첫 무대다.

스케줄을 소화하기가 힘들어도 같이 다니면 재미있는 일이 많을 것 같다. 여름휴가는 안 가나? 일훈 최근에 현식이 형이랑 둘이 캘리포니아에 다녀왔다. 현식 단지 놀러 간 건 아니고, 음악적 영감을 받고 곡 작업도 하러 간 거다. 새로운 환경에서 작업해보고 싶어서. 술도 꽤 마셨고, 기타랑 피아노 치면서 음악도 만들었다. 성재 영감? 창섭 왜 불러? 거기서 무슨 술 마셨어? 일훈 코냑.

직접 만나니 듣던 대로 멤버 모두 흥부자라는 게 실감난다. 비투비를 검색하니 무대나 앨범 활동 자료뿐 아니라, 아무말대잔치나 개그짤 같은 웃기는 자료가 유난히 많더라. 아이돌이 이렇게 코믹해도 되나? 현식 앞으로도 웃긴 자료는 계속 나올 것 같다. 우리 원래 이렇다. 무대 위의 진지한 모습과 평소 모습의 차이가 큰 점이 팬들이 우리를 좋아해주는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민혁 일부러 웃기려고 꾸며내는 게 아니라 멤버들이 성격이 워낙 밝고 재미있다. 성재 근데 창섭이 형은 일부러 웃기려고 하잖아. 형이 요즘 개그감 떨어졌다고 속상해하던데. 아무도 뭐라 한 적 없는데 혼자 자기반성을 한다.

이런 밝은 에너지는 어디서 오는 것 같나? 은광 멤버끼리 한 번도 다툰 적이 없을 정도로 사이가 좋다. 일훈 초창기에는 은광이 형이 워낙 착해서 리더가 이래도 되나 싶었는데, 지내다 보니 멤버 모두 이렇게 행복하게 활동할 수 있는 건 모두 은광이 형 덕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성재 은광이 형 덕분인 걸 이제 와서 깨달았어? 난 원래 알았어, 흐흐.

비투비에서 가장 흥이 많은 멤버는? 은광 성재가 아무래도… 성재 나는 조울의 격차가 큰 편이다. 피곤할 때나 졸릴 때는 우울하다. 현식 그래도 요즘은 ‘조’일 때가 훨씬 많잖아.

 

육성재 플라워 프린트 셔츠 니포알로하 × 카호리 마키 바이 톰 그레이하운드(Nipoaloha × Kahori Maki by Tom Greyhound), 네이비 재킷 에디시옹 M.R 바이 비이커(EDITIONS M.R by BEAKER), 팬츠 클럽모나코(Club Monaco).
이창섭 플라워 프린트 셔츠 클럽모나코(Club Monaco), 베스트 브로이어(BREUER), 팬츠 타임 옴므(Time Homme).

 

임현식 베이지 레터링 티셔츠 챔피언 바이 비이커(Champion by BEAKER), 그린 셔츠 아스페시 셔츠 바이 비이커(Aspesi Shirts by BEAKER), 팬츠 아크네 스튜디오(Acne Studios).
정일훈 니트 톱 프라다(Prada), 핑크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이민혁 핑크 티셔츠 새러데이즈 바이 비이커(Saturdays by BEAKER), 스트라이프 셔츠 에디시옹 M.R 바이 비이커(EDITIONS M.R by BEAKER), 쇼츠 시스템 옴므(System Homme).

리더이자 맏형인 은광이 보기에 가장 컨트롤이 되지 않는 멤버는 누구인가? 일훈 리더 스스로 컨트롤이 잘 안 될걸, 하하. 은광 굳이 컨트롤하려 하지 않는다. 무조건 믿어주고 싶다. 그럼 믿는 만큼… 창섭 풉, 오글오글. 민혁 왜? 멋있잖아. 계속해. 은광 끊임없이 믿고 응원하면 각자 알아서 잘한다.

가족처럼 지내니까 일상에서 각자 맡은 역할이 다를 것 같다. 이를테면 엄마같이 포근한 존재라든지, 막냇동생처럼 챙겨줘야 하는 멤버라든지. 민혁 숙소가 다 달라져서 모르겠다. 나랑 일훈이 같이 살고, 프니엘은 혼자 살고, 나머지 4명이 함께 산다. 성재 그쪽 집은 누가 엄마야? 우리 숙소에서는 창섭이 형이 제일 지저분하다. 자기 방은 깨끗이 관리하면서 거실에 쓰레기를 다 갖다 버린다. 민혁 창섭이 여전하구나! 창섭 예전부터 쓰레기를 어딘가에 숨겨 두는 버릇이 있다.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닌데 과자 봉지 같은 게 있으면 나도 모르게 가구 틈 같은 데 숨기게 된다. 프니엘 최근에 빈 물통 몇 개 나왔다고 하지 않았어? 창섭 어디서? 언제? 내 침대에서? 모르겠는데…

비투비는 히트곡 하나로 단숨에 스타가 되었다기보다는 다양한 시도를 꾸준히 하면서 차근차근 자리 잡은 팀이다.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면 꽤 뿌듯한 마음이 들 것 같다. 일훈 돌계단을 한 칸씩 오르고 있다고 느낀다. 갈 길이 많이 남았다. 성재 어디 가서 데뷔 6년 차라고 하면 많이들 놀란다. 아직 신인인 줄 아는 사람도 많고. 근데 우리 스스로도 그렇게 느낀다. 아직 보여주고 싶은 게 훨씬 더 많으니까.

그룹의 호흡도 좋지만 각 멤버의 특성을 잘 살리면서 활동하는 모습도 보기 좋다. 뮤지컬이나 연기 활동, 그리고 매달 멤버별로 솔로곡을 발표하는 <월간 비투비(Piece of BTOB)> 프로젝트 앨범도 흥미롭고. 그래서 비투비의 미래뿐 아니라 멤버 각자의 내일 또한 기대된다. 창섭 각자의 활동도 중요하지만 비투비 활동을 이어가겠다는 마음은 7명 모두 같다. 이 생각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 같고. 개인적으로는 <나폴레옹>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치는 것이 우선적인 목표다. 현식 내가 쓴 곡이 앨범의 타이틀곡으로 선정되면 굉장히 부담스럽다. 타이틀곡은 비투비가 위로 한 단계 올라갈 수 있을지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니까. 곡 작업을 하는 데 더 많은 힘을 쏟을 생각이다. 창섭 현식이나 일훈이가 쓴 곡에는 두 사람이 멤버들을 생각하면서 작업했다는 게 느껴지는 부분이 많다. 멤버들이 뭘 좋아하는지 잘 아니까 음악에도 고루 녹여낼 수 있는 거지. 그 마음을 느낄 때면 고마운 마음이 든다.

팬들에게 받는 사랑을 양으로 따질 수는 없겠지만, 각자 활동량이 다른 만큼 그때마다 주목받는 정도가 달라지는 건 사실이다. 멤버별 주목도의 차이가 느껴질 때 종종 불안하기도 할 것 같은데. 창섭 시기별로 주목받는 정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비투비라는 팀을 좋아해주는 팬들이 훨씬 많다고 느낀다. 민혁 서로 응원하고 축하해준다. 불안해하기보다는 각자 개인적인 부분을 더 고민하게 되지. 나도 더 열심히 해서 잘해봐야겠다 다짐하면서.

각자에게 비투비는 어떤 의미인가? 일훈 햇빛. 사람들에게 언제나 밝고 따뜻한 기운을 전하고 싶어 하는 팀이니까. 프니엘 일훈이가 말한 햇빛이라는 표현이 너무 좋다. 민혁 친정 같은 느낌? 언제 찾아가도 좋은 곳. 성재 친정 이라… 숙소 생활을 오래해서 그런지 가족이 있는 본집에 가도 여기가 내 집 맞나 싶고, 반대로 숙소에 있을 때도 여기가 내 집인가 싶다. 그래서 최근 든 생각인데 어디든 멤버들과 같이 있는 곳이 내 공간인 것 같다.

7명이 모이면 비투비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겠지? 은광 우리가 가장 우리답게 표현할 수 있는 건 어떤 음악일까,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고 싶다. 주로 이런 주제로 대화한다. 현식 예전부터 멤버들끼리 비투비만의 길을 만들어서 가자고 다짐했었다. 여느 아이돌 팀을 보면 선배들이 닦아놓은 루트대로 따라가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는 우리만의 것을 하자고 약속했었다. 물론 아직 멀었지만 지금까지는 나름 잘해오지 않았나 싶다.

활동하는 6년 동안 변한 부분도 많을 것 같은데. 특히 성재와 일훈은 활동 중에 성인이 됐다. 은광 원래 좀 조용한 성격이었는데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 창섭 나는 외려 성격이 많이 누그러진 것 같은데. 맞지? 현식 창섭이 형은 6년 동안 서서히 안 웃겨지고 있다. 성재 내가 아직 어리구나 하는 생각이 종종 드는데, 요즘 데뷔하는 신인 팀 보면 중·고등학생 멤버도 있더라. 그럴 때면 또 이쪽 세계에선 나이가 든 편인가 싶기도 하고. 무조건 열심히 달려야 할 때라는 건 분명하다. 아, 이제는 멤버 모두 성인이니까 술을 마실 수 있지.

멤버들끼리 모여서 술을 자주 마시나? 서로 술버릇도 잘 알고 있겠다. 민혁 창섭이는 오늘 아침까지 마셨을걸? 창섭 아니거든! 민혁 난 술버릇이 없다. 그냥 필름이 가끔 끊기는 거지. 일훈 아, 현식이 형 에피소드 얘기해도 되나 모르겠네. 중국에서 스케줄 끝내고 현식이 형이랑 둘이 술을 엄청 많이 마신 적이 있다. 그날은 호텔에 어떻게 돌아왔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취했었다. 자다가 아침 일찍 한국으로 돌아와야 해서 깼는데 현식이 형이 침대에 누워 허공에 대고 중국말로 ‘기사님, 여기 세워주세요!’ 하면서 계속 택시 기사와 대화를 하고 있었다.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 너무 웃겼다.

하하, 그럼 프니엘을 제외하고는 스트레스를 술로 푸는 편인가? 은광 해소 안 해도 된다. 지금 이대로 좋으니까. 민혁 자, 마음이 지칠 땐 비투비의 ‘괜찮아요’를 들읍시다. 성재 요즘 힘든 일을 깊게 파고들려고 하지 않는다. ‘단순하게 살기’를 실천 중이다. 일훈 여행을 좋아한다. 바쁠 때는 자린고비가 굴비를 엮어놓고 쳐다보는 것처럼 여행 사진을 꺼내 보면서 위로받는다. 은광 아, 요즘 현식, 성재랑 ‘방탈출’ 카페에 자주 간다.

인스타그램 피드를 훑어보니 같은 팀인데도 취향과 성격이 제각각 다르더라. 특히 민혁이 인스타그램에 가끔 올리는 영화 감상평을 재미있게 읽었다. 일훈 프니엘 형은 파워 블로거가 꿈이고, 민혁이 형은 영화 칼럼니스트가 꿈이다. 민혁 최근에 본 영화는 <네 무덤에 침을 뱉어라>와 <드라이버>. 두 편 다 잔인한 작품이다. 충격적인 장면도 많고. 옛날 영화 찾아 보는 걸 좋아하는데, 이번엔 좀 평화로운 작품으로 골라볼 참이다. 은광 윽, 잔인한 거 싫어.

창섭의 인스타그램 피드에는 역시 ‘예지앞사(예전이나 지금이나 앞으로도 사랑해)’가 가장 눈에 띈다. 이렇게 로맨틱한 신조어를 만들었으니 팬들이 무척 좋아할 것 같다. 창섭 작년에는 어디선가 올해의 신조어 3위로 뽑혔다. 반응이 괜찮아서 기분이 좋았다. 성재 창섭이 형은 자기가 만든 말이면서 풀어서 설명해보라고 하면 이렇게 또 쑥스러워한다.

가수가 되지 않았으면 무슨 일을 하고 있었을지 궁금하다. 워낙 재미있는 사람들이니까. 은광 프로 게이머. 창섭 어떤 식으로든 음악과 관련된 일을 했을 것 같다. 성재 낚시터 사장. 낚시가 너무 좋다. 그러다 <VJ특공대>에도 출연하고. 프니엘 포토그래퍼. 창섭 얼마 전에 일본에서 발표한 내 솔로 앨범 재킷 사진도 프니엘이 찍어줬다.

20대가 가기 전에 이루고 싶은 게 있나? 일훈 돈과 상관없이 꼭 하고 싶은 일에 용감하게 달려드는 것. 현식 4개 국어 마스터하기. 앞으로 4년 남았으니까 서둘러야 한다. 창섭 록 스타가 되고 싶다. 혼자 록 콘서트를 해보는 게 꿈이다. 성재 20대에는 30대를 준비하고, 30대가 되면 40대를 대비할 거고. 일훈 뭐야, 그럼 언제 하고 싶은 걸 해. 맨날 준비만 해? 성재 아, 그런가? 다시, 다시! 은광 자, 그럼 여기까지. 수고하셨습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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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엄지원

블랙 시스루 블라우스 마더오브펄 바이 무이(Mother of Pearl by MUE), 금장 헤어밴드 데뷰턴트(Debutante), 이어링 미리엄 해스켈 바이 더퀸라운지(Miriam Haskell by THE QUEEN Lounge).

배우 엄지원 하면 그 특유의 우아함과 아름다움을 먼저 떠올렸다.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이하 <미씽>)를 보기 전까지 그랬다. 오랫동안 쌓아온 이미지를 자신의 의지로 전복시켜버린 <미씽> 속 그 녀는 강하고 멋있는 여성이었다. 소중한 존재를 잃고 광기에 가까운 추적을 벌이고, 이 과정에서 동시대 여성의 비극을 목도하는 뜨거운 이야기의 주체자로서 그녀는 단 한순간도 집중력과 지구력을 잃지 않았다. 그간 한국 영화 속 여성 캐릭터에 대한 갈증과 남성 중심 영화에 대한 짙은 피로감이 그 두 시간 동안만은 완전히 해소됐다고 느꼈던 건 엄지원이라는 좋은 배우의 내공 덕분일 터다. 그런 그녀가 올 여름 SBS 새 월화드라마 <조작>의 열혈 검사 ‘권소라’로 분한다. 여성 검사가 두 명의 남성 기자 한무영(남궁민), 이석민(유준상)과 함께 기득권 세력에 맞서는 이 이야기는 <추적자> <펀치> 등 사회성 짙은 웰메이드 드라마를 내놓은 SBS 사회파 드라마의 계보를 이을 하반기 기대작이다. 지금껏 ‘남자 이야기’로만 그려지던 정치, 언론의 세계에 그녀가 합류했다는 소식이 유독 반갑다. 저돌적으로 연기하는 남자 배우들의 에너지에 밀리는 법 없이 능란함과 강인함을 지닌 전문직 종사자 고유의 분위기를 풀어낼 배우 엄지원만의 힘을 기대한다.

 

원피스 발렌티노(Valentino), 사이하이 부츠 살바토레 페라가모(Salvatore Ferragamo), 이어링 불가리(Bulgari), 헤어핀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목걸이 케이트앤켈리(KateNkelly).
드레스 펜디(Fendi), 목걸이 케이트앤켈리(KateNkelly), 와인 글라스와 저그 모두 이딸라(Iittala).
드레스 노르마 카말리 바이 네타포르테(Norma Kamali by NET-A-PORTER), 진주 목걸이 프레드(Fred), 블랙 오픈토 힐 세르지오 로시(Sergio Rossi).
슬립 원피스 더 센토르(The Centaur), 드롭 이어링 젤라시(Jealousy).

헤라 익셉셔널 오 드 퍼퓸

새벽과 저녁의 상반된 아름다움을 표현한 헤라 ‘익셉셔널 오 드 퍼퓸’. 뱀부 워터, 제주 만다린, 재스민 티의 섬세하고 부드러운 스파클링 시트러스 노트로 시작해 매화 향기를 중심으로 재스민 삼박, 오렌지 플라워, 로즈버드, 일랑일랑이 어우러진 플라워 부케의 하모니가 펼쳐지는 미들 노트로 이어진다. 마지막으로 샌들우드, 오리스, 화이트 머스크가 어우러진 관능적이고 중독적인 향이 여운을 남긴다. 새벽을 연상시키는 그러데이션된 퍼플 컬러에 다이아몬드 커팅 디테일과 골드빛 테두리, 블랙 마개가 어우러진 보틀 또한 고급스럽고 우아하다.

 

드레스 에트로(Etro), 골드 앵클부츠 살바토레 페라가모(Salvatore Ferragamo), 이어링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새 드라마 <조작>의 이야기로 안부를 물어야 할 것 같다. 4년 만의 드라마다. 영화로 데뷔해서인지 영화 촬영할 때 느끼는 기쁨이 더 크고, 내 성향도 더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드라마도 좋지만 영화 현장이 더 재미있지’라는 마음이 항상 있었는데 이번 작품은 ‘드라마를 또 하고 싶다, 또 할 수 있겠다’는 마음이 들 정도로 현장 분위기가 좋다.

좋은 스태프들과 함께하고 있나 보다. 감독 데뷔작에, 신인 작가의 대본 이라고 알아챌 수 없을 만큼 작품이 재미있고 완성도가 높다. 많은 감독들과 일해왔지만 손에 꼽을 정도로 아주 똑똑한 감독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홍보를 위해 하는 말은 아닌가?(웃음) 홍보 기간이라 해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 그냥 ‘열심히 촬영하고 있어요’라고 했겠지. 내 역할, 내 이야기만 하지 다른 사람까지 거론하지는 않았을 거다. 진심이다.(웃음)

영화 <미씽> 이후 차기작으로는 행복한 코미디를 하고 싶다고 했는데 드라마 내용을 보니 아무래도 그 바람을 이루는 데는 실패한 듯하다. 이 다음 작품을 코미디로 정했기 때문에 엄연히 실패는 아니다. <미씽>에서 감정을 너무 썼기 때문에 그런 농담이자 진담을 한 것 같다. 하지만 이번 드라마처럼 지적인 작품을 할 수 있게 된 것 역시 배우에겐 큰 행복이다. 전문직군의 인물을 연기하고 싶다는 바람은 항상 있다. 그런 점에서 <조작>은 한 인물을 직업적인 앵글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에서 흥미롭게 접근하고 있다.

드라마 <싸인>에서 검사 역을 맡기도 했다. 이밖에 형사, 판사, 의사도 하지 않았나. 유독 전문직 캐릭터를 많이 맡아왔다. 왜인지는 잘 모르겠다. 실제로 반은 허당인데···.(웃음) 준비는 철저히 한다. 드라마 <싸인>에서 검사 역을 처음 맡았을 때는 영화를 준비할 때처럼 여성 검사님들을 만나 인터뷰하고, 서울지검에 가서 부장검사 분들과 점심도 먹고 현장도 봤다. 검사라는 직업을 준비했던 그 기간 덕분에 이번 작품은 조금 수월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권소라는 어떤 인물인가? 원칙주의자에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다. 목표를 정하면 돌진하는 성향, 욱하는 성격 탓에 타인과 부딪히는 일도 잦다. 배우가 한 인물을 연기할 때 ‘왜’라는 목적성을 중요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데 초반에는 소라가 왜 이렇게까지 원칙을 지키며 거칠게 돌진하는 걸까, 검사라는 직업이 무엇이길래 목숨을 걸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 그런 그녀를 이해하는 데 검사선언문이 도움이 됐다. 의사들의 히포크라테스 선서처럼 검사에게도 검사선언문이 있는데 이 선언문 속 문장들이 울림이 있다. 검사라는 직업은 공동체와 약자를 지키고 대변해야 한다는 내용이 마음에 와닿더라. 소라가 주위의 압력에 맞서 끝까지 사건을 책임지려는 이유와 명분이 그 문장들 속에 있었다. 이 사명감이 권소라라는 인물의 동력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됐고, 그러자 그녀가 더 좋아졌다.

영화 <소원>이나 <미씽>을 거치며 배우의 사명감과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힌 적이 있다.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은 작품에 관심을 두는 것 같다. 이번 작품도 마찬가지다. <조작>에도 ‘성완종 리스트’를 비롯해 실제 사회적 이슈가 연상되는 일련의 사건이 있다. 배우는 연기를 하는 사람이지 사회운동가는 아니기 때문에 매 순간 광장에 나가 목소리를 낼 수는 없다. 하지만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연기를 통해 많은 사람들과 대화하고 공유할 수 있다면 배우로서 그만큼 값진 일은 없는듯하다.

개인적으로 영화 <비밀은 없다>와 <미씽>을 2016년의 영화라고 꼽는 이유는 여성 감독, 여성 배우에 대한 갈증이 최고조에 달했던 때 만난 작품이기 때문이다. 여성 캐릭터에 대한 고민도 늘 품고 있을 것 같다. (손)예진이를 비롯해 여성 동료들이 모두 고민하고 있는 문제다. 한국 영화계는 물론 할리 우드에서도 똑같이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여성 배우가 직접 제작사를 차려 원하는 방향의 작품을 만드는 등 다양한 시도들을 하고 있지 않나. 우리 역시 시장의 흐름 안에서 노력하면 변화할 수 있고, 후배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줄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래도 운이 좋았던 걸까. 비교적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를 맡아왔다. 전혀 그렇지 않다. 주로 수동적인 역할이 주어졌었다. 작품에 임하면서 수동적인 캐릭터가 주도적인 인물이 될 수 있게끔 바꿔왔다. 감독님과 대화하고, 의견을 제시하고, 신을 새로 만들어보는 등 천편일률적으로 그려진 여성 캐릭터에 힘을 싣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간 내가 맡은 역할이 주체적인 인물로 비쳐졌다면 배우로서 기쁜 칭찬이다.

<미씽> 개봉 당시 남성 중심의 영화계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젠더 이슈에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 않나? 활동한 지 꽤 됐고 나 같은 배우가 말하지 않으면 누가 할 수 있겠나 싶었다. 어린 배우들은 조심스러울 것이고, 아직은 크게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다. 계속해서 화두를 던지다 보면 이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그 이후에는 더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상황을 개선하려는 이들도 생길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는데 지금 엄지원이라는 배우가 이 말을 하는 것이 그래도 밉지는 않겠다, 내 일을 열심히 하면서 의견을 이야기해도 되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배우 엄지원 하면 안정적이고 성숙한 배우라는 인상이 있다. 그 바탕에는 탄탄히 쌓아온 일상의 내공이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 일상을 잘 돌보는 것.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다양한 인물을 연기하는 사람이다 보니 나 자신이 단단하고 건강하지 않으면 정신적으로 데이지가 크더라. 현장에서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다가 집으로 돌아왔을 때, 이상한 괴리감이 엄습할 때가 있다. 현실이 가짜 같다는 느낌이 드는 거다. 작품 역시 허구의 이야기가 아닌가. 사건과 인물 모두 허구인데 이 가짜를 진짜라고 믿으며 그 이상으로 연기해내는 이 직업 자체에 현실감을 느끼기 어려울 때가 있다. 그러니 내 삶이 행복하고 건강하지 않으면 견디기 힘들다. 즐겁고 건강하게 살려고 노력한다. 물론 타고난 성격 덕도 있지만, 신앙이 중심을 잡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남편 오영욱 건축가와 함께 ‘우연한 배낭여행’이라는 청년 여행 프로젝트를 오랫동안 지원하고 있다. 환경이나 경제적 어려움 탓에 여행을 할 수 없는 젊은 친구들에게 여행을 선물하자는 취지로 시작했다. 최근 네 번째 팀이 꾸려졌다. 고생은 남편이 다 하고 나는 돈만 낸다.(웃음) 한 달간의 여행은 물론 여권 사진 촬영부터 비행기 티켓 예약, 배낭 구입 등 모든 준비 과정에 남편이 함께한다. 약 5개월간 준비해 대학생들의 방학인 1~2월에 함께 여행을 떠난다. 사실 타인을 위해 시간을 낸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 않나.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가질 수 있는 모든 베니핏을 포기한다는 거니까. 그런데도 기꺼이 즐겁게 하고 있는 건 가장 재미있는 것을 나누는 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살면서 가장 재미있는 일이 여행이었고, 여행을 통한 성장의 크기를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그걸 선물하자는 마음으로 하고 있다. 10년을 채우는 게 목표다.

배우로서의 목표는 무엇인가? 오래 연기하고 싶다. 예순이 넘고도 연기 하는 고령의 배우가 되고 싶다.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를 재미있게 봤는데 예진이가 우리도 나중에 이런 작품 다 같이 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30~40년간 인생을 함께 지나온, 눈빛만 봐도 서로를 아는 동료들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다.

그날이 오면 단체 인터뷰를 하자. 좋다. 꼭 다시 보자. 지치지 말고, 오래 오래, 즐겁게.

 

원피스 셀프포트레이트 바이 네타포르테(Self-Portrait by Net-A-Porter), 플라워 셔츠 칼라 트렁크 프로젝트(Trunk Project), 이어링 미리엄 해스켈 바이 더퀸라운지(Miriam Haskell by THE QUEEN Lou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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