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Kids On The Beat ①

그레이 셔츠와 팬츠 모두 문수권(Munsookwon).

PENOMECO

어떤 음악을 만드나? 생각하게 만드는, 호기심이 생기는 음악.

뮤지션의 길에 들어선 계기가 궁금하다. 열한 살 때 힙합 음악을 처음 접했다. 그땐 주변에 힙합을 듣는 친구가 전혀 없어서 ‘너희가 대중가요를 듣고 부를 때 나는 랩을 해. 나는 달라’ 하고 생각했던 것 같다.(웃음) 어릴 때라 남들과 달라 보이는 게 어쩐지 우쭐했거든. 당시에 제일 많이 들었던 곡은 CB Mass의 ‘휘파람’이다. 이후로도 꾸준히 힙합을 들으면서 자랐다. 조금 크고 나서는 생각이 깊어졌다. 힙합은 자신의 전부를 보여주지 않으면 완성할 수 없는, 그 어떤 음악보다 솔직한 장르라는게 와닿았다.

직접 쓴 가사 중 가장 좋아하는 구절은? ‘PNM(Plus and Minus)’에 나오는 가사. ‘애초에 빛나는 것들로만 담아 우리 엄마가 선물해주신 deep brown eyes. 우리 엄마는 나에게 항상 준 게 없단 말 달고 사셨지 아마, 근데 그건 말이야 PENO Just = MAMA. 살맛 나는 꿈을 준 걸 그녀는 모르나 봐.’

<쇼미더머니6>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겠지? 전부터 주변 사람들에게 죽어도 <쇼미더머니>에 나가지 않겠다고 말하고 다녔는데 이번에 참가하게 됐다. 고민하다가 신청 마감 이틀 전에 결정해서 지원서를 냈다. 그러곤 바로 후회했지.(웃음)

<쇼미더머니6>는 어떤 기억으로 남았나?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한다. 프로그램 덕분에 사람들에게 알려진 점은 기쁘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도 하다. TV 프로그램에 나가지 않고 내 음악만 꾸준히 했더라면 이렇게 금세 알려질 수 있었을까 하는 회의감이 들어서. 내 음악만으로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다고 믿었는데 결국 미디어의 효과를 보고 나니 좀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곡을 만들 때 제일 중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음악인지 자주 되새겨본다. 흥미가 떨어졌다 싶으면 중간에 관둘 때도 있다. 만든 사람이 지루한데 리스너가 그 결과물에 어떻게 재미를 느끼겠나.

함께 작업해보고 싶은 아티스트가 있나? 조덕배 선생님.

음악 말고 재미있는 건? 글쎄. 일상이 특별할 게 딱히 없다. 밖에 나가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고, 술도 마시지 않는다.

무인도에 간다면 챙겨 가고 싶은 한 가지. 혼자 있는 걸 워낙 좋아해서 무인도에 가는 게 두렵지 않다. 아, 콜라는 꼭 챙겨야지. 콜라 없이 못 산다.

가장 자주 보는 인스타그램 피드는? 솔트 배(Salt Bae)가 소금 뿌리는 영상을 보고 또 본다.

당신이 인터뷰어라면 지금 어떤 질문을 하고 싶나? ‘지금 진심으로 원하는 걸 하고 있니? 지금 하는 게 맞아?’ 답은 글쎄. 전에 원했던 건 그냥 음악 하는 사람이 되는 거였고, 그걸 이룬 후에는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서서히 알려지고 있으니까 또 새롭게 원하는 게 생기 겠지?

플레이리스트 3곡. 조덕배 ‘그대 내 맘에 들어오면은’, 염따 ‘비가와요’, 프랭크 오션 ‘Lens’.

옐로 니트 스웨터 문수권(Moonsookwon), 네크리스 율린(Yoolrin).

 

화이트 아우터 스톤 아일랜드(Stone Island), 화이트 셔츠 휠라 오리지날레(FILA Originale), 네크리스와 피어싱은 아티스트 소장품.

NAFLA

현재 활동하는 메킷레인(Mkit Rain) 레코즈는 어떤 인연으로 만났나? 모두 친구들이다. LA에 살 때 ‘42’라는 힙합 크루에서 활동했는데 그때 같이 랩하던 친구들이 한국에서 모여 메킷레인을 만든 거다.

자신이 쓴 랩 가사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구절은? ‘짝도 사랑 앞에 두니 혼자가 되나 봐.’ 대학교 2학년 때쯤 쓴 건데 당시 내 마음을 잘 표현한 것 같다. 그때 한창 짝사랑 중이었거든.

<쇼미더머니6>에는 한 번도 참가하지 않았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하다. 그 프로그램을 특별히 싫어하는 건 아니다. 다만 타이밍을 좀 기다리고 있다. 아직까지는 공연이나 음악으로 팬들과 만나는 게 더 좋아서 열심히 활동하는 중이다. 언젠가 나가게 되지 않을까 싶긴 한데 글쎄, 두고 봐야 알겠지.

음악으로 무엇을 표현하고 싶나? 멋. 뭐든 멋있는 게 좋다. 내 생각이나 담고싶은 메시지가 잘 전달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모든 걸 떠나서 아주 멋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다.

어떨 때 멋을 느끼는데? 여유롭고 재치있고 어디서든 꿀리지 않는 당당한 애티튜드. 사람마다 느끼는 스웨그는 다르지만 나는 자신에게 확신을 가지는 게 진짜 멋이라고 생각한다.

협업해보고 싶은 아티스트는? 자이언티, 지코랑 해보고 싶다. 혁오는 오래전부터 팬이다. 그런데 같이 작업하면 스타일이 잘 어울릴지는 모르겠네.

요즘 음악 다음으로 재미있는 건 뭔가? 먹는 거. 두 달째 디톡스를 하느라 하루에 한 끼만 먹는다. 그래서 그 잠깐이 현재 내 삶에서 제일 행복한 시간이다.

주로 어디서 뭐 하고 노나? 전에는 클럽을 다니기도 했는데, 요즘은 어떻게 놀아야 할지 모르겠다. 술도 나랑 안 맞는 것 같고, 또 어딜 가나 매번 똑같은 음악만 나온다. 다 지겹다. 요즘은 스튜디오에서 혼자 술 마시면서 내가 듣고 싶은 음악 크게 틀어놓고 노는 게 제일 좋다.

길티 플레저가 있나? 하루에 네다섯 번 샤워한다. 샤워하면서 음악 크게 틀어놓고 거울 앞에 서서 제스처도 해보고. 혼자 뮤직비디오 찍듯이?(웃음)

최근 주변에서 들은 말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무엇인가? 음악 하는 어떤 여자분이 SNS 메시지로 나 같은 뮤지션이 되고 싶다고, 닮고 싶다고 했다.

자신이 인터뷰어라면 스스로에게 묻고 싶은 말은? 너 언제 돈 벌래?

플레이리스트 3곡. 에이콘 ‘Locked Up’, 소울 포 리얼 ‘Candy Rain’, 라몬즈 ‘Bonzo Goes to Bitburg’.

티셔츠 화이트 콤플렉스(White Complex), 블루종 에이치엔엠 스튜디오 컬렉션 (H&M Studio Collection), 트레이닝팬츠 스톤 아일랜드(Stone Island), 선글라스는 아티스트 소장품.

 

프린트 셔츠 올세인츠(All Saints), 팬츠 라코스테 라이브(Lacoste Live).

DPR LIVE

올해 데뷔 앨범을 냈다. 어떤 음악을 만드나? 나의 요즘을 업데이트하는 음악. 현재의 감정, 최근 겪은 일 등 지금 내가 보고 느끼는 걸 담는다.

어떤 계기로 뮤지션이 됐는지 궁금하다. 음악을 늘 좋아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내 목소리를 녹음하게 됐고, 그때 내 목소리도 좋은 악기가 될 수 있다는 걸 느꼈다. 힙합 음악에는 만드는 아티스트의 성향과 신념, 가치관 등 모든 생각이 고스란히 담긴다. 그래서 음악을 듣다가 그 뮤지션에게 먼저 반하고, 또다시 그의 음악 세계에 빠지는 과정을 반복하게 되는 것 같다. 빅 션(Big Sean)과 로직(Logic)의 음악을 특히 많이 들었다.

직접 쓴 가사 중 가장 좋아하는 구절은? ‘Till I Die’의 ‘God bless you mofuckers hate on me? I believe this shit really, truly meant for me. Ima rap till I die mofucka all on me. 내가 랩을 할 땐 잘들 들어 배고팠으니. 전화가 오네 우리 아버지께, 투 잡을 뛴대 난 놀고 있을 때.’

지금 소속된 DPR은 어떤 팀인가? 친한 친구들이랑 만든 그룹이다. 각자 다른 재능을 가지고 있으니 모여서 무언가를 만들어보자 하고 뭉쳤다. 비즈니스, 영상, 음악 저마다 맡은 분야가 다르다.

음악을 만들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 가사의 의미를 몰라도 들었을 때 좋은 음악을 만들고 싶다. 슬픈 곡은 실제로 슬픈 감정이 느껴지고, 또 흥겨운 곡은 들었을 때 진짜 흥이 돋아야지.

음악 다음으로 일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건 뭔가? 혼자 카페 가는 걸 좋아한 다. 자리에 앉아서 목표를 정리하기도 하고 자기계발서를 읽을 때도 있다. 최근에 읽은 책은 토니 로빈스의 <네 안에 잠든 거인을 깨워라>. 나는 종종 삶의 모든 일분일초가 의미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목표를 잘 되새기면서 살아야겠다 마음도 먹고. 그러다 보면 일상의 소소한 일들이 특별해진다. 아침에 좋아하는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커튼이 젖히는 것 같은 사소한 순간에 감동한다.

최근 자신을 위해 산 물건이 있나? 회사에 좋은 마이크를 사달라고 말했다. 비싼 장비는 확실히 뭔가 다르니까.(웃음)

평소에 어디서 뭐 하고 노나? 강남역 교보문고에 가서 책을 보다가 근처 카페에서 시간을 보낸다. 구석에 앉아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왠지 기분이 좋다.

길티 플레저가 있나? 유튜브 같은 채널의 먹방을 엄청 본다. 혼자 밥 먹을 때 틀어두기도 한다.

앞으로의 계획이 뭔가? 지금 이대로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고 싶다. 음악 작업을 하다 보면 사람들에게 줄 선물을 예쁘게 준비하고 가꾸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그 과정이 참 좋다. 음악은 물론이고 가치관이나 사는 방식도 꾸준히 성장했으면 한다.

플레이리스트 3곡. DJ 칼리드 ‘On Everything,’ 브라이슨 틸러 ‘Somethin Tells Me’, 켄드릭 라마 ‘LOYALTY’(Feat. 리한나)

화이트 톱 에이치앤엠 스튜디오 컬렉션(H&M Studio Collection), 데님 재킷 트렁크 프로젝트 (Trunk Proj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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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세종의 온도

니트 스웨터 닐 바렛(Neil Barrett).

양세종의 눈이 좋다. 멀리서 보면 그저 기분 좋게 생긴 청년이지만 가까이 앉아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 커다란 눈동자에 뭔가가 있다는 것을 대번에 알 수 있다. 나도 모르게 양세종이 앉은 쪽으로 몸이 계속 기울었다. 그는 이야기 꾼이다. 이야기를 잘한다는 건 그 안에 감정이 가득하다는 것. 자신을 괴롭게 할 만큼 매 순간을 독하게 파고드는 그는 질문의 대답조차 최선을 다해 ‘생각’ 했다. 여느 신인 배우의 착하고 예의 바른 대답과는 다른 차원이었다. 최근 종영한 OCN 드라마 <듀얼>에서 선과 악으로 구분되는 1인 2역을 훌륭하게 소화해낸 것이 그저 운이나 우연이 아니었다는 걸 증명하는 대답들. <듀얼> 이 끝나기 무섭게 양세종은 SBS 월화드라마 <사랑의 온도>에서 주연인 ‘온정선’을 맡았다. 전작의 캐릭터와 완전히 다른 온정선이 되기 위해 양세종은 걸음걸이, 즐겨 듣는 음악, 사람들을 대하는 방식까지 바꿨다. “연극 한 번 올 릴 때도 몇 개월 동안 그 인물로 살잖아요. 단 몇 주 만에 어떻게 그 인물이 되겠어요?” 양세종은 자신이 운이 좋아 좋은 스승을 많이 만났다고 했다. 그들이 양세종에게서 무엇을 봤는지 나는 알 것 같았다.

톱과 팬츠 모두 우영미(wooyoungmi), 셔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듀얼>에서 1인 2역이었다. 완벽하게 ‘성준’이 됐다가 다시 ‘성훈’을 오가는 일이 힘들었을 것 같다. 초반에 많이 버벅거렸다. 언제 누구를 찍을 지 모르는 상황이라 성준에서 성훈으로 왔다 갔다 하는 포인트가 빨라야 했다. 그래서 초반에 감독님이 시간을 많이 줬다. 그 덕분에 나만의 ‘주문어’를 찾게 되면서 그 지점을 빨리 왔다 갔다 할 수 있었다. 나도 모르게.

그 주문어가 뭔가? 착한 애인 성준이는 억울한 감정이 크다. “나는 진짜 몰라. 아저씨, 나는 진짜 몰라요. 왜 그래요, 아저씨.” ‘왜’라는 의문형을 가지고 계속 되뇌었다. 성훈이는 “너, 내가 꼭 죽인다, 죽이고 만다. 죽일 거야.” 이런 말을 촬영 들어가기 직전에 계속 되뇌었다. 주문어를 계속 외우다가 감독님이 슛 들어간다고 하면 ‘갈게요’라는 말 대신 손을 올려서 사인을 주는 방식으로 촬영했다. 서로 이렇게 하자고 말을 맞춘 건 아닌데 감정 신이 많아서인지 각자가 서로의 방식을 알아본 것 같다.

역할이 확정됐을 때 감독에게 부담이 커서 못하겠다고 말했다고. 그때 안 했다면 어땠을까? <듀얼>을 하고 몸으로 배운 게 정말 많다. 특히 정재영 선배님이 제일 감사하다. 이 엄청난 경험을 하지 못했다면 정재영 선배님을 못만났을 테고 나는 아직 같은 곳에 머물러 있었겠지. 다른 작품도 <듀얼>에서 얻은 배움으로 잘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든다.

끝나고 어떻게 지냈나? <듀얼> 모니터링을 계속 했다. 뭔가 허무하잖아. 가족같이 3~4개월을 매일 보던 사람을 못 보고 매일 해온 주문어가 한순간에 끊기니, 섭섭하진 않은데 공허한 느낌이 들었다. 성훈, 성준의 호흡이 일상생활을 할 때도 배어 나와서 우선은 그걸 털어내는 작업에 집중했다. 아쉽긴 하지만 그래야 다음 작품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을 테니까. 지금은 곧 들어갈 <사랑의 온도>의 정선이가 되기 위해 대본을 읽고 또 읽는 중이다. 어떻게하면 정선이를 내가 잘 구체화할 수 있을까에 집중하고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에서 연기를 전공했다. 학교 다닐 때는 어땠나? 굉장히 직설적이었다. 지금보다 더 솔직하고 충동적으로 살았다. 싫어하는 사람은 극명하게 싫어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더 좋아하고. 솔직함, 진심이 늘 답이라고 생각한다. 버스 탈 돈이 없어도 동기들이랑 맨날 새벽에 모여 옥상에 텐트 쳐놓고 막걸리 마시고 통기타 치면서 밤새우고 그 상태로 아침에 수업 들어가 또 집중해서 열심히 하는 생활을 이어갔다. 매일 ‘장면 발표’를 15분씩 해야 했는데 동기와 밤새워 그걸 준비하는 시간도 정말 행복했다.

연기는 어떻게 시작했나? 관심이 아예 없었다. 중학교 2학년 때 학교 끝나면 무조건 책방 가서 만화책을 봤는데 사장님이 너 매일 와서 저녁까지 있을 거면 차라리 아르바이트를 하라고 해서 고1 때까지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러다 보니 거기 있는 영화, 만화책, 소설을 다 읽게 됐다. 그만두고 나서도 습관이 남아 매일 영화를 보다 보니 컴퓨터에 저장한 영화가 어느새 5백 편 가까이가 됐다. 마땅히 볼 영화가 없다는 생각이 들면 500편 가운데 본 영화를 또 봤다. 볼 때마다 다르거든. 태권도를 오래 했는데 온전한 취미는 매일 밤 영화를 보는 거였다. 그러다 어느 날 학교에서 연극을 보러 갔다. 내가 태권도 시범단을 준비했던 이유는 사람들 앞에서 환호성 받는 느낌이 짜릿해서였거든. 연극하는 사람들 보니까 대사를 목소리, 행동, 눈빛 등 온몸으로 다 표현하더라. 세종아, 이거다. 그날 집에 가서 곧장 태권도를 그만두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한예종 입시를 준비했다.

그때 보고 또 보던 영화는 무엇이었나?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위플래쉬>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이 세 편만 반복해서 봤다.

보통 영화를 고를 때 기준은 무엇인가? 좋아하는 배우 따라간다. 브래들리 쿠퍼가 나오는 영화는 거의 봤다. 매튜 매커너헤이도 좋아해서 거의 다 봤고.

영화만큼 좋아하는 게 와인이라고 들었다. 와인은 요즘 못 마신다. 작품 들어가면 계속 캐릭터를 생각하니까 할 수 있는 게 없다. 뭘 하더라도 못다 한 숙제가 있는 것 같아 일상생활을 제대로 즐길 수가 없다. 드라마 끝나고 쉬면 좋은 와인을 찾아 떠나겠지.

와인은 어떻게 흥미를 갖게 됐나? 원래는 소주파였는데 대표님 덕분에 와인에 눈을 떴고 시음회도 참여하면서 스스로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와인에 빠지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친구들과 부산 여행을 갔을 때다. 와인을 마시고 싶은데 늦은 시간이라 문 연 곳이 없었다. 인터넷에서 센텀시티에 작은 와인 편집숍이 있다는 정보를 발견하고 찾아갔다. 거기 가서 “이건 뭔가요? 저건 뭔가요?”하고 자꾸 물으니까 사장님이 내가 마음에 들었는지 무슨 장롱 같은 걸 열더라. 가격 책정이 안 되어 있는 와인을 주면서 그냥 싼값에 가져가라고 했다. 부르는 게 값인 좋은 와인이었는데 그대로 사서 바다를 보며 먹었다. 입에 머금는 순간 이미지가 떠오르는 와인은 그게 처음이었다. 영롱한 강가, 초록색 나뭇잎들, 푸른 잔디. 와, 이거다. 알레고리아 말벡이라고, 내 생애 최고의 와인이다. 그 뒤로 이미지가 떠오르는 와인을 찾지는 못했지만 맛이 더 좋은 건 찾았다. 작품 쉴 때는 와인을 찾아다니는 게 정말 좋다. 이어폰 딱 끼고 백화점이든 편집숍이든 가서 “얘는 어때요?”라고 물어보고 다니는 거.

영화나 와인을 뺀 일상은 어떤가? 걷는다. 지금 학동에서 지내는데 학동역에서 시작해 도산공원사거리로 직진해서 청담까지 넘어간 후 골목길로 다시 돌아오면 두 시간 정도 걸린다. 보통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을 때 걷는다. 배역을 생각할 땐 그 배역이 돼 걸어본다. 그 인물이라면 어떤 템포로 걸을까? 그가 듣는 음악은 뭘까? 작품 들어가기 전에 이 작업을 무조건 한다.

<사랑의 온도>의 온정선은 뭘 좋아하는 것 같나? 정선이는 관계에 따라 많이 바뀌더라. 부모님을 대할 때와 현수(서현진)를 대할 때가 다르다. 부모님을 생각할 땐 조금 다운된 음악을, 현수를 만날 땐 설레는 음악을 고른다. 이걸 왔다 갔다 하면서 듣는다. <듀얼>을 할 때는 완전 밑바닥에 있는 것 같이 어두운 음악만 들었다.

예를 들면? 마리아 메나의 ‘Leaving You’, 스탠딩 에그의 ‘Miss You’. 이 두 곡을 반복적으로 들었다.

정선이는 어떤 사람인가?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어떤 분들은 캐릭터에 대해 잘 이야기하는데 나는 사람에게 정답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말을 못 하겠다. 기자님이나 나나 완벽하지도 않고 모든 면을 다 가지고 있잖아. 다만 특정 성향이 강한 것뿐이지. 그래서 정선이 성향에 맞는 느낌을 계속 찾고 있다. 사실 평상시 세종이가 좀 다운되어 있다. 다크하고 우울하다. 그걸 깨려고 계속 좋은 음악 듣고 좋은 음식 먹고 상쾌한 향을 많이 쓴다. 원래는 검은 옷을 좋아하는데 나랑 안 어울려도 밝은 옷을 입고 사람들을 대할 때도 당당하고 밝게, 일단 낙천적으로 행동한다.

원래 어두운 성향의 사람이 밝아지려고 노력하려면 에너지 소모가 엄청 날 텐데? 그래서 운동을 더 많이 한다. 러닝 동호회 리더인데 전보다 더 많이 뛰고 근력 운동도 낮은 무게로 많이 한다. 그러니까, 생활 자체를 바꾸고 있다. 내가 온정선이라면? 내가 온정선이라면 어떤 옷을 입고, 어떤 향을 쓰고 어떻게 사람들을 바라볼 것인가. 내가 온정선이라면 어떻게 걸을까. 내 자세는 어떨까? 이런 게 자연스럽게 몸에 배면 정선이가 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정선과 주위 사람의 관계만 알면, 그 두 개가 자연스럽게 맞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준비하는 시간이 훨씬 더 중요한 타입이다. 일과 일상이 전혀 분리가 안 되는 느낌인데. 전혀 안 된다. 많이 지친다. ‘나 양세종은 어디 갔지?’ 이럴 때가 있다. 세종이로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점점 없어지니까. 선배들 가운데에는 일상과 연기를 정확하게 구분 짓는 분들이 있다.

세종 씨도 그렇게 될 수 있을까? 안 될 것 같다. 안 된다.(웃음) 이미 그렇게 살아와서. 그래서 작품이 끝나면 아예 몇 개월 정도 쉬기로 회사와 상의했다. 그게 나에게 맞는 방식인 것 같다.

서현진 배우와 호흡을 맞춘다. 어떤 느낌을 기대하나? 많이 설렐 것 같다. 리딩을 세 번 정도 했는데 그때마다 설레었다. 몸도 떨렸다. 그건 선배님의 힘이다. 그 선배 자체가 갖고 있는 힘이 있다, 분명히. 그 느낌을 계속 기억해야지. 그 힘에 빨려 들어가면 될 것 같다.

수트 타임(Time), 셔츠 알렌느(Hale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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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ty Rosy Moment

레드 원피스 퍼블리카 아틀리에(Publicka Atelier).

천우희는 둥글게 말한다. 어느 하나에 섣불리 치우치지 않는 답변에 성실히 귀를 기울이다 보면 천우희만의 신중한 시선이 조금씩 엿보인다. “이건 이래서 좋고, 저건 저래서 좋거든요.” 천우희는 그런 자신을 ‘기호가 불분명한 사람’이라고 말했지만, 나는 천우희가 저마다 가진 아름다운 면을 보는 사람, 그래서 자신에게 다가온 삶을 온전히 품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 <어느 날>의 영혼 ‘미소’ 다음으로 천우희가 선택한 역할은 tvN 드라마 <아르곤>의 비정규직 기자 ‘이연화’다. 자신의 말마따나 ‘현실과는 조금 동떨어진’ 역할들에서 강렬한 이미지를 보여준 필모그래피를 돌이켜보면 꽤 흥미로운 행보다. “언제나 나 스스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역할을 선택해왔지만 일상의 소소한 감정을 보여주는 연기에 대한 갈증이 늘 있었어요.” 방송국 탐사보도팀의 비정규직 기자가 되기 위해 천우희는 언론 고시 준비서를 정독하고 방송국별 발성법까지 익혔다. 쉽지 않은 일인데도 천우희는 내내 가느다랗고 섬세한 목소리로 별일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입가에 옴폭 파인 보조개를 드러내며 싱긋 웃는 천우희가 벌써 연화로 보였다.

새틴 칼라 블랙 재킷 골든구스 딜럭스(Golden Goose Deluxe).
베이지 니트 터틀넥 막스마라(MaxMara).
스카프 셔츠 빅토리아 베컴 바이 마이분(Victoria Beckham by My Boon).

정통 드라마에 출연하는 건 처음이죠?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어요. 영화로 시작하기도 했고 영화계에서 많이 찾아주셔서 저 또한 영화가 익숙하긴 한데, 이번에는 새롭게 도전하고 영역도 넓히고 싶었어요.

대본이 흥미로워야 작품을 선택한다고 했어요. <아르곤>은 어떤 점이 끌렸어요? 지금까지 영화에서 제가 맡은 역할이 다 현실과 조금 동떨어진 인물들이었어요. <아르곤>은 드라마라서 그런지 현실과 맞닿아 있는 부분이 많더라고요. 제가 맡은 연화는 비정규직 기자예요.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연화가 그 나이에 겪는 일들이 공감이 많이 돼서 선택했어요.

일상생활 연기에 대한 갈증이 좀 있었나요? 지금까지 선택한 작품이 물론 다 흥미로웠지만 한편으로는 그냥 소소한 이야기, 일반적인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늘 있었어요.

연화는 탐사보도팀 기자라는 전문직 여성이죠. 연기를 하기 전에 그 분야를 따로 배우거나 공부했나요? 제가 직장생활을 해본 적이 없어요. 하다못해 어떻게 기자가 되는지조차 몰랐죠. 그래서 기자들이 쓴 책도 읽고 앵커분을 만나서 이것저것 물어봤어요. 기본적인 생활이나 평소에 갖고 다니는 물건 같은 것들. 방송사마다 다른 발성도 배웠고요.

취재팀 중에서도 탐사보도팀은 업무 환경이 험하기로 악명이 높죠. 그런 환경에서 ‘이연화’는 유일한 여성 기자이고 계약직이에요. 우리 사회의 약자를 대변하는 캐릭터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어디에나 있는 현실적인 인물이기도 하죠. 이 나이엔 다들 힘들잖아요, 모든 게. 아무도 도와주지 않고 시간은 많은 데 돈은 없고, 제대로 된 일을 하고 싶은데 경력이 적으니 잡일만 하고. 그런 부분을 많은 분이 공감할 수 있을 거예요. 저도 겪었기 때문에 잘 표현할 수 있을 것 같고요. 물론 뉴스룸이라는 공간적 특성이 있겠지만 이연화라는 친구가 역경에 부딪히면서 조금씩 성장해가는 과정, 완성되지 않은 ‘미생’이지만 조금씩 커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제 목표예요.

그 부분이 재미있는 관전 포인트가 될 수 있겠네요. 천우희가 실제로 기자였다면 어떤 부서로 가길 원했을까요? 그걸 제가 결정할 수 있는 줄 알았거든요. 처음엔 그럴 수 없더라고요.(웃음) 저야 문화부에 가고 싶겠지만 가서 일하라면 어디서든 열심히 해야죠.

지금까지 함께 연기한 상대 배우 모두 각자 다른 매력이 있었을 거예요. 김주혁은 상대 배우로서 어떤 매력이 기대되나요? 특이하게도 김주혁 선배님은 같이 호흡을 맞춰본 적은 없는데 같은 작품을 꽤 했어요. 곧 개봉할 <흥부>라는 작품에도 저랑 마주치는 부분은 거의 없지만 같이 출연하고 <뷰티 인사이드>에서도 함께 출연했죠. 선배님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무척 일상적이면서도 편안한 매력이 돋보여요. 함께 연기 호흡할 때도 그 부분이 매력적으로, 편하게 다가오지 않을까 기대돼요.

어떻게 보면 <아르곤>은 신념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해요. 천우희가 가진 직업적 신념은 무언가요? 뭐든지 진정성을 가지고 하는 게 가장 중요하죠. 물론 부수적인 문제가 있긴 하지만 그것보다 진심으로 하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연기에 몰입되지 않을 땐 어떻게 해요? 자학하죠, 하하하. 몰입이 안 될 때도 있어요. 제 문제일 수도 있고 상황 때문일 수도 있어요. 그런데 몰입을 포기하는 순간 모든 걸 포기하게 되는 거니까 끝까지 포기 안 하고 어떻게든 해내는데 집에 가서 자학해요. 왜 몰입이 안 됐지? 뭐가 문제였지?

자신에게 좀 엄격한 편인가요? 그 덕분인지 앞으로 행보가 유난히 궁금한 배우이기도 해요. 이제는 시나리오만 봐도 ‘이건 내가 잘하겠다’ 싶은 역할 이 눈에 보일 텐데, 자신이 잘하는 것을 선택하기보다는 어렵지만 호기심이 생기는 역할을 선택하는 것 같아요. 그 이유가 있다면요? 잘하겠다 싶은 건 아직도 모르겠고 일단 제가 뭘 끝까지 하지를 못해요. 집중력이 좀 약한 걸 수도 있는데, 또 어떤 걸 파다 보면 엄청난 집중력을 보일 때도 있거든요.

보통 어떨 때 그 집중력이 나오나요? 그러니까, 단순하게 그냥 제 마음인 거죠, 하하. 그냥 내 마음! 흥미를 느끼는 때가 천차만별이라서 어떻게 보면 변덕스러운 것일 수도 있고 어떻게 보면 저만의 취향일 수도 있는데 작품을 볼 때도 그래요. 그래서 처음부터 끝까지 잘 읽히는 작품이 가장 재미있게 느껴지고, 그래야 관객 또한  재미있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그 맥락이 다 같은지는 모르겠어요. 어쨌든 제가 흥미를 느끼는 걸 중요하게 생각해요. ‘이렇게 연기할 때 이런 재미가 있겠지?’ 상상할 때도 참 재밌거든요. 그런 흥미를 느낄 만한 시나리오가 중요한 것 같아요.

연기가 부각되는 배우들은 인간적인 면이 쉽게 떠오르지 않아요. 사적으로 천우희는 어떤 사람인가요? 되게 평범하고요, 하하. 무척 진지할 때도 있지만 한없이 가벼울 때도 있고. 사람마다 가진 성향을 다 갖고 있어요. B급 코미디, ‘병맛’ 코드도 너무 좋아해요. 그런데 그것만 좋아하는 건 아니고 한 부분 이에요. 특정한 요소요소마다 재미를 찾는 것 같아요.

내향적인 사람이에요, 외향적인 사람이에요? 가깝지 않은 사람을 만날 땐 낯을 가리는데 사적으로 친분이 있다 싶으면 저를 잘 보여주기도 하고, 가까워지는 데 시간이 좀 걸리긴 해요.

술이랑 커피 중에 어떤 게 더 좋아요? 커피는 안 마시고 술은 마실 줄 알아요.

전부 둥글게 말하네요, 둥글둥글. 하하하. 제가 생각보다 기호가  분명하지가 않아요. 성격적으로 호불호가 있기는 한데 기호가. 왜, 가끔 좋아하는 배우가 누구냐고 물어보는 분들이 있잖아요. 얼굴 생김새를 가지고도 충분히 호불호를 가릴 수 있는 건데, 저는 이 배우는 이래서 좋고, 저 배우는 저래서 좋거든요.

마침 제가 마지막으로 준비한 질문이 그거예요.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감독과 그의 작품. 그러니까요!(웃음) 그런 것도 없어요. 특히 누가 롤모델이 있느냐고 물으면 딱히 생각나는 사람이 없어서 곤란해요. 어떤 분은 특정 배우를 보고 나도 저렇게 돼야지 하는 생각에 배우를 하려고 마음먹었다는데, 저는 그냥 연기 자체에 재미를 느껴서 시작했거든요. 그런데 지금 그 질문을 받으니까 드니 빌뇌브가 생각나요. 처음부터 그 감독을 좋아한 게 아니라 여러 작품을 봤는데 좋아서 감독을 찾아봤더니 다 같은 분의 작품이더라고요. 제가 그런 걸 좋아하나 봐요. 진공상태 안에 있는 것 같은 묘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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