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이 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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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ry Burch

이른 아침 오케스트라의 음악 소리에 맞춰 시작된 컬렉션은 추운 날씨를 잊게 할 만큼 부드럽고 화사했다. 독일의 현대 안무가 피나 바우쉬의 작품 ‘카네이션’에서 영감을 받아 사방을 분홍 카네이션으로 물들인 토리 버치 컬렉션의 장소는 밝고 긍정적이며 우아한 분위기로 가득했다. 미국 사교계의 명사 재클린 케네디의 동생 리 래지윌의 자서전 <해피 타임스>에서 시작된 이번 컬렉션은 클래식한 테일러링과 화려한 플라워 프린트의 조화가 돋보였다. 또 한 가지 눈에 띈 점은 두꺼운 아우터와 시폰 드레스를 믹스 매치하는 등 소재의 반전이 돋보이는 스타일링. 이번 시즌 역시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쇼 자체에 공을 들이기보다 현실적인, 당장이라도 사 입을 수 있는 스타일을 제안하며 실용적인 부분에 포커스를 맞췄다.

Tom Ford

많은 디자이너가 떠난 가운데 굳건히 뉴욕을 지키고 있는 톰 포드가 패션위크의 막을 화려하게 열었다. 1980년대를 떠올리게 하는 컬렉션은 늘 관능적인 글램 룩을 선보여온 톰 포드답게 상상 이상으로 과감하고 파격적이었다. 네온에 가까운 선명한 컬러와 다양한 애니멀 프린트, 반짝이는 비즈와 스팽글이 만나 이룬 궁극의 화려함에 눈이 부실 정도. 디자이너 톰 포드가 이번 컬렉션을 통해 전하고 싶은 건 80년대 레트로 무드만이 아니었다. 컬렉션 곳곳에 페미니즘과 관련된 키워드가 숨겨져 있었다. 모든 모델이 착용한 넓은 헤드밴드와 실버 컬러의 스타킹은 앤디 워홀의 뮤즈 에디 세즈윅을 연상시켰고, 시그니처라고 할 수 있는 절제된 수트 역시 남성성을 벗고 화려한 패턴을 덧입었다. 특히 톱 모델 그레이스 하첼이 ‘푸시 파워 (pussy power)’라고 적힌 가방을 당당하게 들고 워킹하는 모습에서 페미니즘이라는 주제를 단번에 떠올릴 수 있었다. 톰 포드는 그가할수있는가장강력한방법으로 #MeToo 운동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Coach 1941

이번 시즌 코치 1941은 관객을 낙엽과 연기로 뒤덮여 호러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가을의 숲으로 초대했다. 쇼장의 분위기에서 느껴지듯 런웨이의 주제는 고스 룩. 무드에 완벽하게 어울리는 한국 모델 최소라가 쇼의 시작을 알렸고, 컬렉션이 이어지는 내내 줄지어 등장한 페이즐리와 플라워 패턴의 롱 드레스에는 레더 재킷을 매치했다. 이 밖에도 룩 곳곳에 태슬과 꼬임 장식, 참 장식 등 브랜드의 본질인 가죽 디테일을 더해 컬렉션의 완성도를 높였다. 가죽 브랜드에 뿌리를 둔 코치 1941은 최근 새로운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다. 뮤즈인 셀레나 고메즈는 레드카펫 드레스로 코치의 롱 드레스를 선택했고 배우 박신혜, 모델 미즈하라 기코 등 전 세계의 패셔니스타들이 쇼장의 프런트로에 자리 잡았다. 코치 1941이 뉴욕의 주요 브랜드로 성장한 것만으로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스튜어트 베버가 능력 있는 디자이너임이 이미 충분히 입증된 것 아닌가.

Alexander Wang

형광등이 깜빡거리고, 하이힐이 또각거리는 소리와 함께 런웨이가 시작됐다. 사회 초년생 시절 잡지사의 어시스턴트로 일한 경력이 있는 알렉산더 왕이 컬렉션 장소로 선택한 곳은 과거 <보그> 매거진 본사였던 타임스 스퀘어의 한 사무실. 그는 지난 시즌의 부진을 설욕이라도 하듯 아주 강렬한 런웨이를 선보였다. 보디의 실루엣이 그대로 드러나도록 완벽하게 테일러링된 레더 소재의 옷에 지퍼, 체인 디테일을 가미해 스포티함은 덜어내고 섹시함과 강렬함은 한층 업그레이드했다. 블랙과 화이트가 주를 이루는 컬러 팔레트에 마젠타 핑크로 포인트를 더했고, 애슬레저 무드의 룩에도 살갗이 비치는 스타킹과 하이힐을 매치해 강렬한 이미지는 그대로 유지했다. 여기에 지난 시즌부터 꾸준히 트렌드의 중심에 있는 사이파이 선글라스를 더해 위트 있는 터치도 잊지 않았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은 올겨울 강인한 여자를 대변하는 알렉산더 왕의 룩이 가장 세련된 오피스 룩이 될 것임을 예감케 했다.

Bottega Veneta

“뉴요커들은 참 용감하고 대담해요. 불가능한 것이 없어 보이죠.” 디자이너 토마스 마이어는 뉴요커들에게 깊은 인상을 받은 듯했다. 줄곧 밀라노에서 쇼를 펼쳐온 보테가 베네타의 뉴욕행이라니, 정체성의 위기를 맞은 뉴욕 패션위크에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마이어는 치열한 일상을 보내지만 휴식할 땐 완벽히 고립되는 양극단의 삶을 사는 뉴요커들이 이번 쇼의 배경이 됐다고 설명했다. 평소 건축적 요소에 일가견이 있는 토마스 마이어가 표현한 이중적인 뉴요커의 삶은? 콘크리트나 철제 블록을 사용한 건축양식인 브루탈리즘을 바탕으로 설계한 공간에 우아한 보테가 베네타의 가구를 배치한 컬렉션 장소부터 밀라노와 뉴욕의 무드가 동시에 느껴졌다. 룩 역시 두 도시의 무드가 공존했는데 실크 파자마, 라운지웨어, 이브닝드레스 등 기존의 우아한 모습을 유지한 채 뉴욕의 다양성과 역동적 무드를 표현한 폭넓은 컬러 팔레트가 더해졌다. 런웨이 직후엔 관객과 모델 모두가 어우러져 즐기는 자유로운 칵테일파티를 마련해 이번 시즌 야심차게 선보인 탬부라 토트백과 언뜻 보면 놓치기 쉬운, 가히 보테가 베네타다운 정교한 디테일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