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흐름을 읽는 건 중요한 일이다.
더군다나 패션에는 암묵적인 규칙 같은 트렌드가 존재하니까. 하지만 알베르타페레티 급의 디자이너는 이를 깔끔히 무시해도 좋다. 알베르타 페레티만이 할 수 있는 것, 브랜드가 갖고 있는 강점을 매 시즌 업그레이드하기만 해도 성공이 보장될 테니까. 알베르타페레티는 이번 시즌, 트렌드라는 흐름에 몸을 싣기로 결정한 듯했다. 1980년대 스타일의 오버사이즈 재킷에 플리츠 팬츠를 매치한 수트, 볼드한 골드 주얼리, 머리부터 발끝까지 헤본 옷으로 차려입은 모델들은 센‘ 언니’ 포스가 넘쳐흘렀다. 알베르타 페레티 식의 데이웨어에 반기를 들고 싶지 않지만 그녀의 강점인 이브닝 웨어에 더 눈이 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과하디 과한 러플 드레스, 크리스털을 촘촘하게 장식한 오간자 드레스는 뼛속까지‘페레티!’를 말하고 있었다. 메탈릭 실버미니드레스, 넉넉한 핏의 가죽 플리츠팬츠도 예쁘긴 하지만 이자벨 마랑이나 베르사체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룩이다. 개인적인 소망이 있다면 조금 뻔하더라도 다음 시즌에는 고전적인 알베르타 페레티의 옷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