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SHOW #ASMR

마크 제이콥스 컬렉션이 열린 파크 애비뉴 아모리의 광활한 공간을 무대로 삼은 모델들은 수백 보를 걸었고, 그 덕분에 쇼는 꽤 긴 시간 펼쳐졌다. 그리고 그 시간 내내 BGM은 깔리지 않았다. 대신 묵직한 구둣발 소리, 옷이 바스락거리는 소리, 시퀸이 찰랑이고 비즈가 부딪는 소리, 재킷이 바닥에 끌리는 소리가 넓은 쇼장을 채웠는데, 디자이너의 능숙한 레이어링 스타일을 보고 듣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신의 한 수는 이럴 때 쓰는 표현이 아닐까?

 

RIHANNA IS IN EVERYWHERE

뉴욕 컬렉션 내내 리한나의 소식이 끊이지 않았다. 우선 무려 40여 종의 스킨 컬러 파운데이션과 가지각색 메이크업 제품을 갖춘 코스메틱 브랜드 펜티 뷰티를 론칭했다. 그 덕분에 세포라엔 세계적인 프레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고, 그들이 양손 가득 쇼핑백을 들고 나오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다. 9월 10일 열린 펜티 × 푸마 컬렉션 역시 화제의 중심에 섰다. 카메라를 절로 들게 만드는 핑크빛으로 물든 사막을 재현한 무대와 현란한 오토바이 퍼포먼스는 순식간에 인스타그램 피드를 장악하기에 충분했다.

 

 

COOL REVIVAL

테일러링과 미니멀리즘, 아방가르드와 블랙. 명확한 상징성을 지닌 헬무트 랭의 부활은 도통 쉽지 않은 이야기 같았다. 그만큼 아이코닉한 아카이브 피스를 엄선한 리에디션 컬렉션으로 새로운 시작을 알린 건 현명한 판단이었다. 이후의 행보는 후드바이에어의 셰인 올리버에게 맡겨졌다. 그가 선보인 첫 헬무트 랭 컬렉션은 과거의 영광을 오늘날에 맞게 재현한 스타일로 가득했고, 신문지를 들거나 문신을 드러내는 등 개성 넘치는 일반인 모델의 제스처 역시 멋스러웠다.

 

 

SWEET AS CANDY

포근한 계절에 꼭 어울리는 산뜻한 컬러 테라피가 뉴욕 곳곳에서 펼쳐졌다. 달콤한 셔벗 컬러가 런웨이를 장악한 것. 토털 패션 브랜드로 진화한 만수르 가브리엘의 컬렉션을 채운 솜사탕이 연상되는 색색의 코트, 빅토리아 베컴의 핑크 투피스, 마이클 코어스 컬렉션의 청키한 연보라 니트와 시스 마잔의 민트색 점프수트 등등. 보기만 해도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순간이었다.

 

 

THE NEW STAR

신디 크로퍼드의 딸, 파파라치의 표적 혹은 매거진 커버 모델? 스타 기질을 타고난 카이아 거버가 이번 시즌 뉴욕에서 런웨이 모델로 정식 데뷔했다. 캘빈 클라인의 옐로 팬츠를 입고 첫 런웨이를 능숙하게 누비고, 알렉산더 왕 컬렉션의 오프닝을 차지해 브루클린 길거리를 장악하더니, 코치와 마크 제이콥스를 비롯한 굵직한 쇼에서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후 런던과 밀라노, 파리 컬렉션에서도 타고난 모델의 면모를 드러낸 건 슈퍼모델의 딸에겐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