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바람에, 정전기에, 공들여 완성한 헤어스타일이 한순간에 망가졌다고? 이번 겨울만큼은 완벽한 스타일을 유지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 삐뚤 삐뚤하고 잔머리가 제멋대로 삐져나온 ‘불완전한(Imperfect)’ 헤어스타일이 독특하고 세련된 스타일로 주목받고 있으니까. 메종 마르지엘라 쇼에는 마치 책받침으로 머리를 비빈 것처럼 잔머리가 하늘로 솟은 모습의 모델이 등장했고, 프린 바이 손턴 브레가치 쇼의 모델들은 엉키고 헝클어진 머리를 한쪽 이마 위로 흘러내리게 한 채로 런웨이를 활보했다. 이 쇼의 헤어 스타일링을 맡은 유진 슐레이만은 마돈나의 헝클어진 웨이브 헤어와 큰 리본이 인상적인 영화 <수잔을 찾아서>에서 영감을 받아 1980년대 여배우의 부스스한 텍스처와 비대칭적 스타일을 재현했다.

메탈릭한 소재의 의상으로 강인한 여성상을 보여준 크리스토퍼 케인 쇼의 헤어 스타일리스트 귀도 팔라우는 헤어스프레이를 잔뜩 뿌린 뒤 한쪽 방향으로 거칠게 빗어 넘겨 남성적이고 불완전한 스타일을 완성했다. 안토니오 베라르디 쇼에서는 지저분하게 땋은 머리가 영화 <글래디에이터>의 여전사를 연상시키는 강인한 인상의 소녀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불규칙한 커트로 위트를 더한 쇼도 있다. 블랙 턱시도 수트로 고혹적인 젠틀레이디를 표현한 하이더 아커만 쇼에서는 처피뱅처럼 앞머리를 삐뚤삐뚤하게 자른 쇼트커트가 묘한 긴장감을 자아냈고, 브리지트 바르도가 떠오르는 1960년대 복고풍 헤어스타일을 선보인 모스키노 쇼에서도 대충 자른 듯한 비대칭의 앞머리로 위트를 더했다. 헝클어진 머리와 삐뚤삐뚤한 앞머리가 부담스럽다면 잔머리를 살짝 빼는 것으로 전형적인 포니테일 스타일에 변화를 준 제이슨 우와 마르케사 쇼를 참고하길. 올겨울에는 불완전함의 미학을 마음껏 즐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