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가 열리는 월도프 힐튼 호텔의 살롱에 들어서자 비비드한 플라스틱 스툴이 빽빽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전반적으로 간결하고 원색적인 컬렉션이었다. 파스텔컬러, 스트라이프, 오리엔탈 트로피컬 프린트, 로맨티시즘과 스포티즘이 공존했다. 아주 부드러운 핑크, 라일락, 민트, 베이비블루 컬러의 스트라이프와 플라워 패턴을 풍부하게 활용해 몸을 타고 흐르는 듯 페미닌한 실루엣의 드레스를 디자인했고, 이따금 트레이닝 웨어와 프린트 티셔츠를 등장시켜 단조로움을 벗어났다. 플라워 패턴은 어딘지 모르게 동양적인 느낌이 들었는데, 디자이너들이 일본의 오키나와를 다녀온 후 그들의 꽃꽂이 방식을 떠올렸고 일본계 영국인 화가인 피터 맥도널드(Peter McDonald)의 그림에서 컬러를 착안했기 때문. 룩이 반복적이긴 했지만 여자들이 좋아하는 색과 프린트, 디자인을 영민하게 포착해 조합한 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