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당산동 조용한 골목에 숨어든 ‘오버그린파크’는 식물과 환경에 관한 책을 다루는 식물 서점이다. 주인 손예서가 식물을 깊게 공부하고 싶어 한적한 동네에서 작업실로 시작했다는 작은 공간에는 녹색 식물과 책이 공존하고 있다. “식물은 말이 없지만 곁에 두면 교감하고 치유받는 느낌이 들어요. 그리고 책은 내면 깊숙이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을 주고요. 책을 읽는 것과 식물을 돌보는 일은 진정한 휴식을 준다는 점에서 닮았어요.” 그녀에게 식물과 책은 휴식과 위안을 준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돌봐야 할 때 드는 품이 제각각인 것은 어쩔 수 없다. “여기 있는 식물 대부분은 고온 다습한 환경을 좋아하는데 책은 습한 데 있으면 상하기 쉬어요. 그래서 책과 식물을 나눠서 관리해요. 책 주변에는 선인장이나 다육식물처럼 건조한 환경을 좋아하는 식물을 놓고, 책은 매일 닦아요. 그러지 않으면 흙먼지가 쌓여 금세 헌책 같아지거든요.”

오버그린파크의 서가에는 식물 초보자들이 읽기 좋은 식물 세밀화가 그려진 책부터 식물 애호가들이 깊이 탐구해볼 만한 식물학 책까지 폭넓은 수준의 식물 서적이 채워져 있다. “저처럼 식물을 공부해보고 싶은데 선뜻 접근하기 힘든 분들께 식물 관련 서적을 추천해드리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식물을 기르는 방법이나 관찰하는 법을 배울 수 있는 책은 물론이고 식물을 인문학적으로 풀어낸 책과 만화가가 자연을 관찰하며 그린 그림책 등 분야도 다양하게 소개하려고 해요.” 자연 재배로 탐스러운 사과를 길러낸 농부의 흙 이야기, 숲 해설 전문가가 사계절 동안 관찰한 꽃 생활사, 사라져가는 멸종 위기종 입장에서 쓰인 에세이 등 책장 속 다양한 식물 이야기들은 그녀가 식물과 책에 들이는 애정만큼 풍성하다. “특히 식물의 역사를 다룬 책을 좋아해요. 식물 세밀화와 함께 식물에 이름이 붙게 되는 에피소드를 담은 <2천년 식물 탐구의 역사>는 7백 페이지가 넘지만 식물이 오랜 역사 속에 간직한 일화들을 되짚어 읽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몰라요.”

패션 회사를 다니며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에 익숙했던 손예서는 이제 느리지만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성장을 계속하는 식물을 돌보는 데 집중한다. 그녀는 이곳이 자신에게도 그랬듯 도시 생활자들이 편하게 쉬어갈 수 있는 녹색 휴식처가 됐기를 바란다. “사방이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도시에서 저희 서점이 비밀 정원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손님 발길이 뜸해도 괜찮아요. 그만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집중하며 식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테니까요.” 4월의 오버그린파크에는 곧 허브와 꽃 피는 식물들이 들어올 예정이다.

주소 서울시 영등포구 당산로20길 14-1
문의 02-2677-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