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티노만큼 예술을 낭만적인 패션으로 승화하는 브랜드가 또 있을까? 20세기 초 우드스턱에 터를 잡고 활동하던 메버릭 예술가들을 떠올리며 컬렉션을 구상했다는 피에르파올로 피치올리는 이번 시즌 ‘지상낙원’ 에 대해 이야기한다. “현대인은 모두 현실도피를 꿈꾸죠. 하지만 난 그걸 믿지 않아요. 자신이 어디 있든 자신만의 굳건한 아이덴티티가 있다면 그곳이 파라다이스예요.” 크리스틴 맥메너미가 입은 블랙 오프숄더 벌룬 가운을 시작으로 마티스와 고갱의 작품에서 차용한 컬러의 드레스들, 깃털을 장식한 로고 프린트 스웨트셔츠와 가죽 플리츠스커트, 레이스 파자마 수트 등 실생활에서 입고 싶은 아이템이 줄줄이 모습을 드러냈다. 여기에 쿠튀르를 방불케 할 만큼 정교한 디테일의 스트로 햇과 액세서리까지 더해졌으니! 발렌티노가 구현한 현대적 판타지는 이토록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