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즌 패션위크에서 가장 크게 이슈가 된 컬렉션을 꼽자면 단연 에디 슬리먼의 미감이 깃든 셀린느 쇼일것이다. 피비 필로가 창조하고 탄탄하게 일궈놓은 셀린느를 찬양하는 팬들은 에디 슬리먼이 셀린느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됐을 때 강한 의구심을 드러냈고, 그 예상은 적중했다. “피비 필로와 내가 내세운 비전은 명확히 차이가 있으며 나는 내 방식으로 새로운 장을 시작할 거예요.” 한 매체와 인터뷰하며 에디 슬리먼이 말했듯 셀린느의 이번 시즌 쇼에선 피비 필로의 흔적을 전혀 찾을 수 없다. 충성도 높은 고객이 많은 하우스 브랜드에 새로 왔을 때 전임자를 의식하지 않을 수는 없다. 그러나 문제는 ‘파리의 밤’을 타이틀로 선보인 이번 쇼가 슬리먼의 이전 생 로랑 쇼를 그대로 복사해 붙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똑같았다는 점이다. 비쩍 마른 남녀 모델부터 블랙 르 스모킹 크롭트 재킷, 마이크로 미니 베이비돌 드레스, 모터사이클 부츠까지 그 옛날 디올 옴므와 입생로랑의 회고전을 보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판단은 각자의 몫이지만, 에디 슬리먼의 데뷔 컬렉션이 아집의 결과물로밖에 보이지 않는 것은 나만이 아닐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