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롯이 여성의,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컬렉션을 구상했다는 사라 버튼이 구현한 알렉산더 맥퀸 쇼엔 ‘여성의 삶’이란 메시지가 강렬하게 담겨 있었다. 관전 포인트는 강인함과 연악함이라는 두 가지 상반된 요소를 조화롭게 버무린 소재의 조합. 자칫 찢어질 듯 얇은 레이스 드레스에 터프한 가죽 에이프런 벨트를 하거나 지극히 여성스러운 플로럴 프린트 벌룬 드레스에 강렬한 스터드 장식 웨스턴 부츠와 메탈 초커, 벨트를 매치하는 등 이번 컬렉션엔 강인한 여전사와 가녀린 귀부인의 모습이 자연스레 혼재하고 있다. 쿠튀르를 방불케 할 만큼 정교한 레이스 디테일과 오리엔탈풍 꽃 자수는 또 어떤가. 사라 버튼이 포토벨로 빈티지 마켓에서 발견한 빅토리아 시대의 웨딩드레스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실루엣 역시 쿨하다(풍성한 레그 오브 머튼 슬리브며 비대칭 헴라인을 보라). 여기에 오필리아의 비극적인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블랙 레이스 가운까지 더해졌으니! 그간 사라 버튼의 존재감에 의구심을 품었던 관객의 마음을 되돌릴 만큼 경이로운 컬렉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