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션 우주왕복선싸이드미러

‘니 옆엔 내 자리야/ 말해, 나야 깜비야/ 다 기억한단 말이야/ 내년 어린이날이야’ 각운 맞춰 톡톡 뱉는 ‘내가 다 돼줄게’의 노랫말에 악동뮤지션이 떠올랐다. 무심한 통기타 반주 위로 멜로디 랩 같은 넋두리를 뱉던 보컬 백충원은 이따금 R&B풍 팔세토로 솟구친다. 십센치도 스쳐간다. 그냥 좀 튀는 어쿠스틱 팝 듀오일까. ‘비가추’에선 김오키의 프리재즈 스타일 색소폰 솔로가 가세한다. ‘무동력’의 통기타 후주에선 핑크 플로이드의 ‘Wish You Were Here’가 연상된다. 이쯤 되니 어지럽다. 이 괴비행체는 치솟고 있고 사이드미러는 아직 다 펴지지 않았다.

뮤지션 홍크

K-팝 댄스곡을 끊임없이 재생해뒀더니 아드레날린이 솟는 통에 무려 3일 밤을 꼬박 새웠다는 한 외국인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의 플레이어에 홍크를 가만히 넣어주고 싶다. 이 나른하고 ‘홍무룩’한 싱어송라이터의 음악을 고속도로에서 틀면 위험할 지경이다. ‘한밤에 불을 붙이는 가사를 조심해야 해’라는 가사를 조심하기도 전에 잠들지도 모르니까. 펜더 재규어 전기기타에 걸린 줄을 덤덤히 쓸어내리며 멈블 랩인 양 웅얼대는 홍크의 저음 보컬은 아기의 옹알이만큼 원초적이고 주술적이다. 킹 크룰과 맥 드마르코가 동침하는 서울의 모텔 방.

뮤지션 재키와이

재키와이는 예쁘장한 폭탄을 들고 왔다. 2018년 발표한 1집 <Enchanted Propaganda>. 누군가는 침과 돌을 투척한다. 모든 면해서 과하고 난한 것은 사실이다. 떡칠돼 어지러이 넘실대는 신시사이저와 트랩 비트. 그 위로 오토튠 걸린 멜로디 랩을 쏘아댄다. ‘죽이는 걸 즐겨/ 그게 정신뿐이라도/ 어디든 총을 들어/ 전쟁을 마치고/ 인두겁을 쓰고/ 다시 내 위치로’(‘Digital Camo’). 역하거나 격한 감각을 지나 어느 순간 이런 가사를 되뇌고 있다면 진 거다, 당신 역시. ‘내 프로파간다는 마법에 걸렸어/ 내 프로파간다를 높이 걸어줘’.

피아노 피아니스트 한지호

피아니스트 한지호

1992년생 피아니스트 한지호는 2014년 서울국제 음악콩쿠르 피아노 부문 우승, 독일 뮌헨 ARD 국제 콩쿠르 피아노 부문 우승 및 청중상, 현대음악 특별상 등을 수상하며 자신의 재능과 가능성을 꾸준히 입증하고 있는 연주자다. 지난여름, 자신의 이름을 건 러시아 시리즈 공연을 열었는데 프로코피 예프 피아노 소나타 3번,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소나타 2번 등을 연주하며 정교하고 섬세한 연주와 명료한 음악적 해석을 보여줬다는 평을 받았다. 공연 중간중간 재치 있는 입담으로 대중에게 가까이다가가려는 연주자이기도 하다.

첼리스트 문태국 첼로

첼리스트 문태국

자신의 기억이 시작되는 순간, 그 태초의 기억부터 인생에 늘 첼로가 있었다고 말하는 문태국은 국내 클래식 음악계에 드디어 나타난 신성 첼리스트로 매해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2011년 앙드레 나바라 국제 첼로 콩쿠르 1위, 2014년 파블로 카잘스 콩쿠르 아시아인 최초 우승등 콩쿠르 참가와 동시에 빛나는 이력을 만들어온 그의 나이 스물넷.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진중함과 겸손, 자신의 심성을 그대로 담은 듯한 깊이 있는 연주로 앞으로의 시간이 더 기대되는 연주자다. 새해 2월 피아니스트 한지호와 함께 워너클래식스 인터내셔널에서 데뷔 음반을 발매할 예정이다.

프로듀서 코아 화이트

기리보이의 크루 우주비행(WYBH)과 비스킷 하우스(Biscuit Häus)의 멤버기도 하다. 제이 클레프, 영비, 김승민 등 우주비행과 비스킷 하우스, 인디고뮤직 안팎의 음악가와 고루 작업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곡은 제이 클레프의 ‘지구 멸망 한 시간 전’, 가장 유명한 곡은 <쇼미더머니 777>에 등장했던 ‘공상과학기술’. 일본 서브컬처에서 영향을 받은 듯한 개인 작품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카와이 뮤직’이라고 보기에는 다채로운 문법을 수용하고 있으며, 어떤 음악가와 만나는지에 따라 곡의 분위기도 많이 바뀌는 듯하다. 여러모로 흥미로운 프로듀서이자 작곡가다.

프로듀서 피셔

이미 자신의 이름을 건 앨범을 보유한 작곡가이자 DJ, 프로듀서인 피셔(Fisher)는 긱스(The Geeks)의 ‘가끔’이라는 곡으로 2017년 차트 1위를 경험한 적이 있다. 지금은 주로 기리보이의 크루 우주비행(WYBH) 소속으로 기리보이를 비롯한 크루들과 함께 작업하고 있다. 서울외고 2학년에 재학 중이던 2014년 지금의 XXX와 함께 <힙합엘이>에서 인터뷰한 적이 있는데 이미 비프리(B-Free), 크루셜 스타(Crucial Star) 같은 음악가들과 작업한 상태였다. 최근에는 온전히 자신의 작품에 집중하고 있지만, 일본에도 DJ로 플레이를 하는 등 여러 방면에서 활약하고 있다. 구원찬과 함께 발표한 앨범 <Format>은 무궁무진한 그의 가능성을 볼 수 있는 최근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