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조 장강명 책이게뭐라고 팟캐스트

청취자를 다독가로 이끄는 방송

<책, 이게 뭐라고?!> 요조ㆍ장강명

음악인 요조와 소설가 장강명이 진행을 맡아 각 분야의 다양한 저자를 만나 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책, 이게 뭐라고?!>. ‘남들이 궁금한 게 뭔지 궁금한 요조와 남들이 안 궁금한 게 궁금한 작가 장강명’이라고 소개하는 오프닝 멘트처럼 꼼꼼하게 선별한 깊이 있고 날카로운 질문이 방송의 품격을 높인다. 팟캐스트에 소개할 책과 저자가 정해지면 스태프 전원이 치열한 회의와 토론을 거쳐 게스트를 맞기 때문에 진지하고 성실한 태도가 방송에 고스란히 담기는 것이다. 그렇다고 지루할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깊이와 재치를 균형 있게 오가는 두 사람의 케미가 청취자를 친근하고 편안하게 만든다. 그 덕분에 책 좀 읽는 사람도, 책 좀 읽어야 하는 사람도 어느새 열렬한 청취자가 된다. 그야말로 독서의 즐거움을 제대로 일깨워주는 팟캐스트다. 두 사람의 매력에 빠져들면 남은 건 서점으로 달려가는 자신을 발견하는 것뿐이다.

개인적으로 두 사람의 조곤조곤한 말투와 목소리가 꽤 매력적이다. <책, 이게 뭐라고?!>의 인기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나?
요조 게스트 덕을 많이 본다. 최대한 준비된 상태에서 저자와 만나 밀도 높은 대화를 나누는 것이 우리 프로그램의 장점이다. 장강명 우리 입으로 말하기 민망하지만, 이만큼 진지하게 책을 다루는 방송이 몇 안 된다. 이렇게 열심히 읽기도 힘들겠다 싶을 정도로 스태프 모두가 진지하게 임한다. 그러다 보니 질문 자체가 피상적이지 않고 꼼꼼해지는 거다. 책을 잘 읽어줘서 고맙고, 질문이 너무 좋다는 피드백을 자주 받는다. 아마 청취자도 느끼는 게 아닐까? ‘저 사람들이 진짜 대화를 하고 있구나’ 하는 거.

소개할 책에 관해 전 스태프가 토론하는 구글 시트가 굉장히 활성화돼 있다고 들었다.
장강명 책을 읽다가 인상적인 부분이나 궁금한 점이 있으면 링크를 붙이고, 에피소드를 읽으며 떠오르는 경험도 검열 없이 이야기할 만큼 스태프 모두가 적극적이다. 아마 이상적인 독서 모임이 이렇지 않을까 싶다.

검열 없이?
요조 맞다. 가감 없이 피드백을 주고받으니 서로의 장점과 치부를 동시에 알고 있다. 우리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비결이다. 사이가 틀어지면 큰일 나니까.(웃음)

<책, 이게 뭐라고?!>를 해서 좋은 건 뭔가?
장강명 함께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 것. 나이 들어 얻은 친구 같다. 진한 동료애와 소속감을 얻어서 좋다. 요조 마찬가지다. 훌륭한 분들을 오래 만나는 행운을 얻어서 많이 배우고 있다. 친구로서 내게 늘 좋은 가르침을 주는 사람들이다. 장강명 다른 저자들을 만날 수 있는 점도 꼽고 싶다. 생각지도 못한 소득이랄까. 나 또한 저자의 입장에서 다른 저자를 만날 기회가 많지 않은데, 팟캐스트를 통해 많은 저자를 만났다. 첫 만남의 어색함을 뚫고 2~3시간 밀도 높은 대화를 나누며 그들의 고민을 듣다 보면 덜 외롭다. ‘아, 남들도 이렇게 고민하는구나’ 하는 깨우침을 얻는다.

팟캐스트를 시작한 지 벌써 2년 6개월쯤 됐다. 시즌 2부터 합류한 장강명 작가도 1년 6개월 가까이 되어가고. 요조의 경우 어떤 인터뷰에서 ‘고정 수입이 주는 안정이 좋아서 팟캐스트 일에 목을 매고 있나 봐’라고 말하기도 했다. 팟캐스트가 두 사람의 삶에 어떤 의미로 자리 잡고 있는지 궁금하다.
요조 농담처럼 고정 수입에 대해 언급했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아예 농담이라 말할 수도 없지만. 어쨌든 <책, 이게 뭐라고?!>는 내 일상의 정말 중요한 무엇이 됐다. 타 스케줄, 여행이나 친구와의 약속조차도 팟캐스트에 영향을 주는지 아닌지 먼저 염두에 두고 잡을 정도다. 거의 모든 일이 팟캐스트를 중심으로 이뤄진다고 해도 무방하다. 책을 볼 때도 ‘이 작가님 팟캐스트에 모시면 좋겠다’라는 생각과 태도가 생겼고, 사적 즐거움에서도 큰 지분을 차지한다.

녹음하는 모습을 보니 그래 보인다. 정말 화기애애하다.
요조 팟캐스트 멤버가 거의 유일한 술친구다. 그러다 보니 내밀한 이야기도 이 사람들과 가장 많이 나눈다. <책, 이게 뭐라고?!>는 진짜 여러 의미로 내게 각별한 곳이다. 장강명 나 역시도 그렇다. 비록 2주에 한 번 녹음을 위해 만나지만, 책을 읽고 의견 나누는 공간이 있어서 그사이에도 끊임없이 대화를 나눈다. 나의 가장 내밀한 모임이다. 집 밖을 나갈 일이 많지 않은데 유일하게 소속된 곳이기도 하고. 일 때문에 회사에 다닌다는 느낌보다는 좋은 동아리나 독서 모임이라는 느낌이 더 강하다.

삶의 큰 일부가 됐다는 얘기겠지?
요조 작은 일부가 아니고, 큰 일부라고 강조하고 싶다. 의미가 커지면 어려운 점이나 고민도 함께 커지게 마련이다. 고민은 없나? 요조 지극히 사적인 독서 시간이 줄었다. 프로그램 진행을 위해 읽어야 할 책이 우선순위에 있다 보니 개인적으로 읽고 싶은 책은 뒤로 밀리는 상황이 누적된다. 그런 책들을 의식적으로 지척에 늘어놓는다. 그래야 손에 닿는 대로 읽을 수 있으니까. 다만 그렇게 널브러진 책이… 천지다.(웃음) 내가 발 뻗을 곳을 위해라도 책을 정리해야만 하는 아쉬움이 생기는 정도. 장강명 팟캐스트 때문이라기보다 고정적인 스케줄이 생기면서 온전히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이 줄었다. 예전에는 원고 마무리를 위해 아무도 안 만나고, 보름 정도 연락을 안 받기도 했다. 하지만 만약 다시 몰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면 다 끊게 되겠지. 물론, 현재로서는 <책, 이게 뭐라고?!>가 가장 중요하다.

각 분야의 다양한 저자를 만난다. 책과 작품이 주는 인상이 일치하는 저자가 있나?
장강명 신형철 평론가.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을 다룬 적이 있다. 평론이 섞인 산문집인데, 모든 사람에게 섬세하게 상처를 주지 않고 다가가겠다는 의지로 썼더라. 의식하지 않는 순간까지 그런 태도를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뜻하지 않게 투박해지기도 하는 의지 밖의 무의식을 통제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 이루려는 태도를 몸과 말에서도 신경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든 분이다. 본인도 말씀하셨다. 말을 글에 맞추고 싶다고. 신영철 평론가의 태도에 감명받았다. 요조 생각해보면 이런 분이 꽤 많았다. 생각만큼 좋았던 저자도, 만나보니 훨씬 더 괜찮고 호감이 가는 저자도 말이다. <매일 아침 써봤니?>의 저자 김민식 PD와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의 저자 권일용 교수도 생각난다.

책을 매개로 둔 만남이기에 가능한 것 아닐까?
요조 살면서 이렇게 최선의 대화를 나눠본 적이 있나 싶다. 최대한의 예의와 최선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는 사람들을 만나 그에 대해 질문하고 알아가는 자리라서 가능한 거다. 서로에게 단순한 동경이나 홍보를 위한 자리가 아니니까. 토론이나 논쟁, 홍보가 아닌 ‘대화’를 하는 자리에서 서로 수평적으로, 교양있게, 지적인 대화를 2시간 동안 나눈다고 생각해보라. 어디에 가서 그런 경험을 하겠나.

‘요조’라는 이름을 들으면 이제 뮤지션이라는 이미지보다 먼저 책이 떠오른다. 책을 팔고, 책을 쓰고, 책에 대해 이야기하니까. 책과 너무 잘 어울리는 인물이다.
요조 내가 자처한 거니 뭐 어쩌겠나.(웃음) 싫지 않다.

영화나 음악을 만드는 것, 책을 쓰고 팔고 소개하는 것 가운데 가장 어렵고, 자신을 힘들게 하는 건 뭔가?
요조 굳이 꼽아야 한다면 뮤지션으로서 느끼는 고통이다.

요조의 정체성이 뮤지션임에 틀림없다는 의미로 들린다.
요조 당연하다. 글이든 영화든 만들어낸다는 고통은 다 있지만, 음악을 만드는 건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스스로를 더 후벼 파는 고통이 있다.

장강명 작가는 요즘도 하루에 8시간씩 타이머를 맞춰두고 글을 쓰나?
장강명 그렇다.(웃음) 요조 너무 이상하지 않나? 보통은 노트북 펴고, 워밍업의 시간을 갖다가 ‘지금 38분이니까 정각에 시작하자’라는 식의 생각을 하고, 작업이 끝나면 ‘오늘은 한 3~4시간 썼구나’ 하지. 대체 누가 스톱워치를 켜놓고 ‘아, 나는 오늘 7시간 28분 글을 썼다’ 이러는지…. 정말 이상하다. 변태도 아니고.(웃음) 장강명 안 그러면 너무 놀 것 같다.(웃음)

살면서 가장 많이 읽은 책은 뭔가?
장강명 제임스 엘로이의 <블랙달리아>. 무엇보다 재밌고, 작법에 도움이 될까 싶어서 읽기도 했다. 나도 이런 걸 한번 써봐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든 책이다. 요조 횟수로 따지면 가장 많이 본건 트리나 폴러스의 <꽃들에게 희망을>이라는 책이다. 금방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책방을 오갈 때마다 눈에 띄는 대로 읽고 샀다. 해석이나 필체, 그림이 다른 6~7개 버전을 가지고 있었는데 지인들에게 나눠주다 보니 지금은 한 권도 가지고 있지 않다.

팟캐스트의 제목을 인용해 질문해보자면, ‘책 그게 뭐라고’ 그렇게 두 사람에게 중요한 걸까?
요조 일단은 배우는 게 너무 많아서! 가장 큰 이유다. 게다가 책을 읽는 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다. 너무 대단하지 않나? 재미있으면서 배우는 것도 많다는 사실이. 요즘은 책을 읽는 행위가 버릇이 되어버려서 책이 왜 좋으냐, 왜 중요하냐, 왜 읽어야 하느냐고 질문하면 좀 막막한 느낌이 든다. 나조차도 종종 책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되묻는 질문이다. 돌이켜보면 대학생 때부터 책을 읽기 시작했고, 그때보다 지금 훨씬 나은 사람이 되어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아마 책 때문이 아닌가 싶다. 책을 읽으면 앞으로도 그렇게 미래의 나를 떠올릴 때 지금보다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낙관을 품게 된다. 장강명 글자 속에 있으면 편안하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는데, 만성적 허무감 같은 것이 있다. 눈앞에 보이는 건 의미 없다는 느낌에 자주 잠긴 달까. 나는 어떤 ‘의미’가 산소처럼 지속적으로 필요한 사람이다. 요조 나도 그렇다. 완전 의미 중독이다. 장강명 우울한 인간들이라 그렇다.(웃음) 책에는 풍성한 의미가 담겨 있다. 가장 명료하게. 그래서 책을 읽으면 허무감이 사라지고 안심이 된다. 비록 책이 담고 있는 의미에 찬성하는 입장이 아닐지라도 말이다. 책 밖의 세상은 뭔가 허망하다. 가끔은 내가 책 속에 사는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들 만큼.

‘더 나은 사람’을 언급했는데 어떤 사람이 되고 싶나?
장강명 의미 있는 일을 하는 사람? 요조 장 작가가 말한 허무와도 연관이 있을 거다. 어떻게 보면 책을 읽는 행위 자체가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겠다는 어떤 의지의 실천이 아닐까 싶다.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다. 장강명 가치 있는 일을 하면 삶이나 시간에 대한 나의 허무감이 좀 사라질 것 같다. 가치 있는 인간이 되고 싶다.

 

PODCAST

첫방송 2016년 6월
에피소드 71회
업로드 매 주 화ㆍ수ㆍ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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