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대가족 모임을 할 수 있는 명절이지만
집 말고 다른 곳으로 도망가고 싶은 기분을
누구나 한 번쯤은 느껴봤을 거다.
두세 시간만이라도 혼자 있으려는 이들에게
영화관은 꽤 즐거운 도피처.

다행히 이번 설에도 다양한 장르의 영화가 때맞춰 개봉했다.
취향에 따라 골라볼 수 있는 영화 일곱 편을 소개하니
명절에는 집보다 영화관, 떡국보다 팝콘이 좋다면 참고할 것.

<알리타: 배틀 엔젤>

키시로 유키토의 만화 <총몽>을 원작으로 한 영화
<알리타: 배틀 엔젤>은 ‘고철 소녀’ 알리타의 이야기다.
몸은 기계, 두뇌는 사람, 마음은 그 어떤 존재보다 따뜻한 그녀는
잃어버린 과거의 기억을 되찾고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적과 투쟁한다.
최첨단 슈트를 입은 채 강인하고 날렵하게 공격하는데,
알리타를 연기한 배우 로사 살라자르의 표정과 움직임을 세밀하게 포착해
액터 퍼펫이라는 디지털 모델을 만든 후 CG 캐릭터로 완성시켰다.
<아바타>와 <타이타닉>으로 유명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신작.

 

<극한직업>

수원 왕갈비 통닭은 하루 매출이 234만 원에 달하는 치킨 맛집이다.
맞은편에 있는 범죄조직의 아지트를 감시하기 위해
위장 창업마약반 형사들이 운영하는 곳.
손님이 너무 많아 수사를 뒷전으로 미룰 수밖에 없는
이들의 일은 영화 제목처럼 ‘극한 직업’이다.
<스물>의 이병헌 감독이 만든 코미디 영화로
류승룡, 이하늬, 진선규, 이동휘, 공명 다섯 사람이
요리와 액션을 오가는 반전 매력뿐 아니라
유쾌한 케미스트리까지 선보인다.
과연 그들은 닭뿐 아니라 범인까지 잡을 수 있을까?

 

<우리가족: 라멘샵>

일본인 아버지는 라멘밖에 모르고, 싱가포르 출신 어머니는
돼지 뼈를 삶아 만드는 현지 전통 요리 바쿠테를 좋아한다.
그리고 둘 사이에서 태어난 셰프 마사토가
돌아가신 부모님의 슬픈 가정사와 사랑 이야기를 듣고
두 음식을 합친 ‘라멘테’를 만든다.
단순한 레시피의 결합을 넘어 가족의 소통과 화해,
국가 간의 교류를 담은 인간적인 영화 <우리가족: 라멘샵>.
음식을 내세운 영화인 만큼 스크린을 통해
일본과 싱가포르로 미식 여행까지 떠날 수 있다.

<스윙키즈>

한국전쟁 당시 한 종군 기자가 춤추는 포로들을 촬영한 사진에서
영감을 얻은 뮤지컬 <로기수>를 재창조한 영화 <스윙 키즈>.
거제의 수용소에서 탄생한 탭 댄스 그룹 ‘스윙 키즈’를 다룬다.
남과 북, 미국, 중국 등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지만
포로들은 다 함께 발맞춰 춤을 추며 교감하고 현실의 아픔까지 극복한다.
비틀즈의 ‘Free As A Bird’, 베니 굿맨의 ‘Sing Sing Sing’,
데이비드 보위의 ‘Modern Love’ 등
세계적 명곡이 사용돼 더욱 깊은 여운을 남긴다.
<과속스캔들>과 <써니>의 강형철 감독이 제작했으며
도경수, 박혜수 등이 주연을 맡았다.

<글래스>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3부작 중 마지막 작품으로
<언브레이커블>, <23 아이덴티티>와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글래스>.
24개의 인격이 뒤얽혀 있는 케빈, 강철 같은 신체를 가진 던,
천재적 지능을 갖춘 미스터 글래스 세 사람이
한자리에 모이며 벌어지는 사건에 대한 영화다.
장소는 과대망상증 환자를 치료하는 정신 병원.
이 모든 게 착각일지도 모른다고 설득하는 의사를 마주한 그들은
비현실적 능력에 대한 믿음과 혼란 사이를 오간다.
<엑스맨>의 제임스 맥어보이, <다이하드>의 브루스 윌리스,
<어벤져스>의 사무엘 L. 잭슨 등 출연진도 화려하다.

<뺑반>

F1 레이서 출신 사업가가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는
교통사고의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뺑소니 전담반, ‘뺑반’이 출동했다.
타이어 자국과 깨진 범퍼 조각 등을 증거로 펼쳐지는 두뇌 싸움과
아슬아슬한 곡예 운전이 관객의 심장까지 쫄깃하게 만든다.
<신과함께>와 <부산행>을 비롯한 흥행 영화의 제작진이 참여하고
총 200여 대 이상의 차량이 투입된 대규모 액션 영화.
공효진, 류준열, 조정석이 주연하고 염정아와 전혜진 등
연기력을 인정받은 배우들까지 함께한 것 또한
<뺑반>을 관람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다.

<그린 북>

https://www.youtube.com/watch?v=hK_DHPxE2Xg

<그린 북>의 두 주인공은 천재 피아니스트 돈 셜리와 그가 고용한 운전사 토니.
투어 공연을 위해 미국 남부로 함께 떠나게 된 두 사람은
성격부터 취향까지 모든 게 정반대지만
우여곡절을 함께 겪고 진솔한 대화를 나누며 특별한 우정을 쌓는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로 토니의 아들
닉 발레롱가가 제작에 참여했는데,
여정을 표시한 지도 등 추억이 담긴 물건과
실제 인물의 인터뷰를 각본의 자료로 활용하고
1960년대 당시의 소품까지 공수해 더욱 생생한 감동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