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 콘스트룩티프 미술관(Museum Haus Konstruktiv)과 쿤스트 하우스 취리히(Kunsthaus Zürich)는 현재 데이비드 치퍼필드 아키텍츠 (David Chipperfield Architects)의 환상적인 계획에 따라 리노베이션에 들어갔다. 여기에 브루노 비쇼프베르거(Bruno Bischofberger), 에바 프레젠후버(Eva Presenhuber) 같은 세계적 명성을 지닌 갤러리들이 취리히 예술의 중심부를 구성한다.

유명한 이름들 사이에서 볼테랑과 마르크 뮐러(Mark Müller)처럼 틈새시장을 파고드는 젊은 갤러리들은 응용 예술 디자인을 비롯한 참신하고 다양한 전시를 기획한다. 아나 볼테는 자신들의 활동을 이렇게 소개한다. “우리는 11년 전에 전통적인 갤러리 모델로 시작했어요. 고전적인 작품으로 갤러리를 채웠죠. 그러다 점점 체계적으로 젊은 예술가를 발굴하기 시작했어요. 우리는 계속해서 볼테랑 갤러리의 컨셉트를 변화하고 있는 예술 세계에 맞춰왔습니다. 이를 반영하는 건 파네사 빌리(Vanessa Billy), 비앙카 브루너(Bianca Brunner), 다니엘 구스타프 크라머(Daniel Gustav Cramer) 같은 예술가들의 단독 전시회예요. 이뿐 아니라 아티스트와 디자이너들이 콜라보레이션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퍼포먼스에 도전하기도 하죠. 그렇게 예술가들의 허브가 될 수 있도록 여러 재미있는 기획을 하고 있습니다.” 볼테랑은 부르카르트 멜처(Burkhard Meltzer)가 기획한 전시 <의자, 투사된(A Chair, Projected)>을 개최하는데, 여기에는 젊은 디자이너 디미트리 벨러(Dimitri Bähler)와 화가 헤닝 스트라스부르거(Henning Strassburger)가 함께한다.

한편 인테리어 디자이너 자라 큉(Sarah Kueng)과 로피스 카푸토 (Lovis Caputo)는 최근 볼테랑과 가까운 곳에 취리히 곡물 창고를 마주 보는 곳에 들어선 레스토랑 ‘사일로 사일로(Silo Silo)’의 인테리어를 디자인했다. 이제 젊은 갤러리들이 취리히를 대표하는 예술의 거리 레미에만 등장하지 않고 보다 다양한 곳에 자리를 잡고 있다.

뎀나(Demna)와 구람 바잘리아(Guram Gvasalia) 형제가 베트멍 본사를 파리에서 서 취리히 지역으로 옮긴다는 소식은 패션계에 일대 파란을 몰고 왔다. 뎀나 바잘리아가 <NZZ 벨뷔(NZZ Bellevue)>와 한 인터뷰에 따르면, 그는 삶의 질과 강력한 디자인 문화 때문에 본사를 취리히로 옮겼다고 밝혔다. 20명으로 구성된 베트멍의 한 팀이 현재 멋진 빈츠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바움슐라거-에베를레(Baumschlager-Eberle) 건축사무소에서 설계한 틱 트릭 트랙 빌딩 앙상블(Tic Tric Trac Building Ensemble)의 새로운 스튜디오 외르크 보너(Jörg Boner)는 코어(Cor), 비트만 (Wittmann), 무빙월스(Moving Walls), 에보(Ewo), 올루체(Oluce), 셰티(Schätti) 등의 회사를 위한 조명 기구, 의자, 책상, 사무 가구, 소파 등을 디자인하고 있다. 스위스 디자인 그랑프리 수상자이며 주요 현대 디자이너 중 한 명인 50세의 디자이너가 낳은 작품들은 기술적으로 완벽해 기능성이 우수하면서도 디자인은 무척 아름답다. 취리히에서 아내, 딸과 함께 사는 보너는 취리히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리트베르크 박물관과 그 주변의 드넓은 공원은 내가 시내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이에요. 날씨가 좋은 주말이면 소풍을 가기도 좋죠.” 그는 취리히가 운영하는 가장 큰 박물관의 역사적인 차고를 완전히 리노베이션했고, 현재 이곳은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다채로운 워크숍이 열리는 교육 센터로 사용되고 있다.

디자인에 관심이 많다면 취리히에서 다음 두 곳을 꼭 찾아가야 한다. 첫째는 아우스텔룽 거리에 있는 취리히 게스탈퉁 박물관. 1933년에 지은 전통적인 건물이자 근대 스위스 건축물을 대표하는 곳이다. 얼마 전 광범위한 보수를 마치고 지난봄 다시 문을 열었다. 이곳은 1875년부터 매일 예술적으로 정교한 디자인 작품을 수집하고 있다. 다양한 영역의 예술 작품은 50만 점이 넘는다. 방대한 예술품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다면 도슨트 투어를 추천한다. 둘째는 토니 아레알(Toni Areal)이 지은 샤우데포트의 별관인데, 이곳은 다양한 디자인이 혼재해 색다른 건축물을 발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