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말의 파리 날씨는 정말이지 제멋대로다. 이번 시즌에는 특히 더했다. 영상 20℃를 웃도는 봄 날씨였다가 다음 날엔 비를 뿌리며 뼈가 저릴 듯한 추위를 몰고 왔다. 자크뮈스는 음침하고 자욱한 연기가 강물을 따라 번지던 파리 외곽의 한 창고에 베네치아 근처의 섬마을 무라노를 연상시키는 세트를 펼쳐놨다. 분명 지극히 겨울 날씨였지만 자크뮈스는 ‘여름’을 외치는 것 같았다. 데이비드 호크니를 연상시키는 선명한 파랑과 오렌지, 초록, 빨강이 컬렉션에 힘을 실었다. 새하얀 코트와 터틀넥, 뉴트럴 컬러의 카고 베스트, 자크뮈스 특유의 위트가 돋보이던 생화를 장식한 수트 등 눈에 띄는 룩은 많았지만 팝한 컬러가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리고 가방보다는 액세서리에 가까운, 지난 시즌보다 더 작아진 ‘르 치퀴토(Le Chiquito)’ 백. 2013년 혜성처럼 등장한 주목받는 ‘신예’ 자크뮈스는 이제 파리 컬렉션에서 빼놓을 수 없는 디자이너로 자리 잡은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