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부터 마르쉐@와 함께했어요. 부모님이 파주에서 농사를 지으시는데 처음에는 엄마가 효소를 가지고 참여하셨고 그곳에서 만난 다른 요리사들을 보면서 요리에 더 큰 관심이 생겼죠. 엄마가 농사짓는 재료로 음식을 만들고 싶었고 집 앞마당에 있는 살구나 철이 지나 핀 배추꽃 등으로도 요리했어요. 그렇게 만든 음식을 마르쉐@에서 선보였는데, 음식을 맛본 분들이 그 자리에서 바로바로 피드백을 주시니까 더 즐겁게 요리하게 됐죠.” 양파와 마늘 씨앗 밥상을 함께한 신민주 요리사는 마르쉐@ 초창기부터 함께했다. 마르쉐@에서 만난 농부, 요리사들과 인연을 맺으며 먹거리를 더 깊고 세심하게 이해하게 됐고, 지금은 농가와 함께 메뉴를 개발하거나 계절 재료로 만든 메뉴로 팝업 식당을 열기도 한다. 신민주 요리사는 이번 씨앗 밥상에서 동생 신민우 농부의 밭에서 가져온 양파와 마늘로 ‘구운 마늘 퓌레 가지 구이’와 소‘ 금 발효 양파를 올린 감자 양파 수프’를 선보였다. “오랫동안 지속 가능한 농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밭에 비닐 멀칭도 하지 않았죠. 비닐 대신 잡초나 왕겨로 멀칭을 하는데, 그렇게 하면 잡초가 확실히 덜 자라고 흙의 습기도 잘 유지돼요. 홍성 근처 서산에서 난 마늘을 가져와 심었고 양파는 농사학교 다닐 때 선생님이 키우던 모종을 가져와 심었어요. 가을에 땅을 갈고 심은 다음 왕겨를 두껍게 덮어서 잡초를 막았고요.”(신민우)

시간과 정성을 들여 오래 조리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김낙영 요리사도 함께했다. 작은 이탤리언 레스토랑 ‘카밀로 라자네리아 & 첸토 페르첸토’의 셰프인 그는 꽃비원의 양파와 마늘을 요리에 활용했다. “SNS로 알게 된 지 꽤 됐는데 꽃비원에 직접 찾아가 그곳 작물을 쓰기 시작한 건 얼마 안 됐어요. 아마 작년이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다품종 소량 생산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니 훨씬 더 흥미롭더군요. 여러 작물이 어우러져 있는 모습도 인상적이었고요. 밭에 가서 마늘과 양파를 보니 또 다른 재미가 있더라고요. 양파는 대가 누우면 뽑을 때가 된 거잖아요. 꼿꼿하게 서 있을 때는 아직 알이 안 맺혀 있을 때죠. 그런 식으로 식물이 시그널을 보내는 것도 재미있어요. 이번 씨앗 밥상은 운명처럼 느껴졌어요. 스승인 세르지오 셰프 님에게 요리를 처음 배울 때 ‘너 양파랑 마늘이 뭔지 알아’라고 질문하셨거든요. 그 후로 오랫동안 왜 그 질문을 하셨을까 궁금했는데 여전히 그답을 찾아가는 과정인 것 같아요. 기본에 충실하게, 그리고 복잡하지 않고 단순하게 음식을 만들면서요.”(김낙영) 그렇게 만든 요리가 통삼겹살 요리인 스‘ 팀 판체타’와 직접 뽑은 면으로 만든 ‘흑마늘 오일 생면 파스타’이다. 김낙영 셰프와 함께한 정광하, 오남도 농부는 논산에서 ‘꽃비원’이라는 이름의 밭을 일구고 있다. “80종 정도의 농작물을 길러요. 그만큼의 농작물이 한 번에 자라는 건 아니고 1년 동안 심고 거뒀다 다시 심고 그러죠. 그런데 사실 종류가 그렇게 많은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오래전부터 자급자족을 위해 텃밭을 가꾸던 분들은 이런 식으로 재배했으니까요. 대형 유통망 때문에 생산되는 작물이 획일화, 단순화되는 건 아쉬운 일이죠.”

언제 어디에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마늘과 양파가 씨앗 밥상에서 보다 원재료에 가까운 맛을 살려 색다른 요리로 완성됐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만나는 마르쉐@는 도시와 시골의 거리를 점점 좁혀가고 있다. 마르쉐@를 통해 토종 작물 씨앗이 돌기도 하고, 먹을거리에 관한 깊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새로운 요리가 탄생한다. 마르쉐@의 인연으로 시작된 씨앗 밥상이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을 내 몸과 이 땅을 위한 먹거리에 관심을 갖도록 이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