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 직장생활

Q1 일하는 여자의 패션

남초 회사에 다니는 3년 차 사원인데 옷을 어떻게 입어야 좋을지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흔히 말하는 ‘직장인 룩’의 정석인 무채색 수트를 입어야 할지, 내가 원하는 대로 입어도 될지 판단이 잘 안 섭니다. 원하는 대로 입는 것이 장점도 있지만 너무 튀거나 화려해 보일까 신경 쓰여요. 언니들은 어떻게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드셨는지 궁금해요. from 패션센스꽝 홍 사원

김 부장 저 역시 1백 명 동기 중 유일한 여자 사원이라 홍 사원님과 비슷한 고민을 했어요. 남자 동료들과 비슷하게 옷을 입고 행동해야 한다는 생각에 주로 무채색 바지 정장이나 블라우스가 아닌 셔츠만 입었어요. 이직한 외국계 금융사에서도 비슷한 스타일을 유지했는데 어느 날, 회사의 한 여자 선배가 외국인 여자 상사에게 들은 말을 전해주었어요. 남자들과 똑같이 하기보다 자신의 개성을 최대화할 때 훨씬 더 돋보인다고요. 그때는 이 말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수년 후, 미국 출장길에 중년의 평범한 동양 여성이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빨간 치마 정장을 입고 사무실로 걸어오는 모습을 봤는데 너무나 멋지더군요. 단정하고 절제돼 있는 동시에 유연하면서도 강한 느낌.

문 대리 아,카리스마 있는! 굉장히 자신감 넘치는 이미지였나 봐요.

김 부장 그때 아하! 하는 깨달음의 순간이 있었고, 그 이후부터 제가 좋아하는 핑크색 옷을 입기 시작했어요.(전원 웃음) 빨강, 핑크 등 조금 밝은 색상의 옷을 입고 출장을 가니 모든 고객이 다 좋아하는 거예요. 남자들은 “패션 센스가 뛰어난 데!” 이러고, 여자들은 “그거 어디서 살 수 있는 거예요?” 하고 물으면서 대화가 부드러워지더라고요. 서로 처음 만나는 경우도 있고 미팅 자체가 금융과 관련해 서로 논리 싸움을 하는 거라서 자리가 불편한 경우가 많은데, 제 스타일로 자연스레 아이스브레이킹을 한 것이죠.

신 차장 ‘여성성’이라는 단어는 통념적으로 섹시하다, 귀엽다 등의 의미를 내포하지만 이에 동의한다기보다 여성이 가질 수 있는 강인한 우아함이라든지 여성이 낼 수 있는 분위기가 있다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남녀를 불문하고 ‘강인한 우아함’을 지닌 사람은 참 매력적인 것 같아요.

김 부장 그래서 그다음부터는 패션을 큰 무기로 사용하기 시작했어요. 그간 사회생활을 하며 첫인상이 많은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중요한 일이 있을 때면 항상 ‘오늘은 전투복을 입고 나가야 해’ 이러면서 옷차림에 좀 더 신경을 쓰게 되었죠. 내가 가진 재능을 돋보이게 하고 나아가 최대화할 수 있다면, 나만의 전투복을 마련해 우아하고 격조 있는 직업인이 되는 건 어떤 면에서 남자들이 갖기 힘든 경쟁력이 된다고 봐요.

이 과장 학생 때는 편한 스타일을 선호했는데, 직장 생활을 하면서 옷차림에 신경 쓰게 되더군요. 여러 스타일과 다양한 브랜드를 시도하면서 시행착오를 겪었죠. 처음에는 스타일을 잡기가 무척 힘든데 많이 시도하면서 내게 잘 맞는 스타일을 찾았어요. 이름 높은 브랜드의 값비싼 옷을 입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부장님의 핑크처럼 자기만의 시그니처 스타일을 갖는 것이 중요해요. 예를 들어 비싸지 않고, 아주 작은 아이템이라도 나만의 아이덴티티를 살릴 수 있는 거. 저는 진주 귀고리가 그런 아이템이죠.

김 부장 맞아요, 이 과장님이 말씀하신 자기만의 시그니처 스타일은 아주 중요해요. 자기가 좋아하는 옷을 입었을 때 아무래도 자신감도 올라가고 일을 더 적극적으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자기만의 스타일을 만드는 법에 하나 덧붙이자면 저는 TPO를 항상 염두에 두고 정장을 입어야 하는 공식적인 미팅이라도 좀 어려운 자리, 특히 스마트한 인상을 주고 싶을 때는 검정 등 무채색 계열의 옷을, 부드러운 인상을 주고 싶을 때는 따뜻한 색상의 옷을 입어요. 편안한 만남이라 캐주얼한 옷을 입을 때도 경쾌한 느낌을 주고 싶으면 스트라이프나 체크무늬를 선택하고, 상대에 따라 치마나 원피스 길이에도 신경을 쓰는 편이에요. 저를 가장 돋보이게 할 수 있는 옷을 입되, 옷으로 개성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TPO에 어긋나지 않게 늘 조심하죠.

박 사원 홍 사원님의 질문에 언니들이 내린 결론은 ‘강인한 우아함처럼 자신의 매력이 될 수 있는 특성을 극대화하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을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자신만의 전투복을 개발한다. 그리고 자신만의 전투복을 TPO를 염두에 두고 활용해보자.’ 여성 직장인의 패션 센스는 이렇게 요약할 수 있겠네요.

 

Q2 건강한 사내 정치, 어떻게 하면 되죠?

저는 대리 2년 차 직장인입니다. 몇 년 후면 과장으로 승진해야 하는데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과장급 이상에서는 사내 정치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점을 느낍니다. 그래서 사내 정치를 지금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언니들의 조언이 시급합니다. from 마이웨이 엄 대리님

문 대리 사내 정치가 결과로 나오는 건 아무래도 진급 시즌이 아닐까 싶어요. 동기 중에 상사의 입맛에 잘 맞추는 사람이 있었어요. 오로지 그 상사만을 위해 살살거리거나 술자리에 가도 그 상사 비위를 다 맞춰주고, 일할 때도 무조건 “네, 알겠습니다” 하는 식이었죠. 문제는 그 동기의 객관적인 업무 평가는 좋지 않았다는 점이에요. 그런데도 그 동기는 대리로 진급하고 저는 못했어요. 그런 일을 겪으면서 ‘내가 아부를 더 했어야 하나? 아니면 매사 고분고분 “네, 알겠습니다” 했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좀 들기도 했어요.

김 부장 저도 전엔 ‘일 잘한다’ 그러면 곧이곧대로 시키는 일 똑똑하고 센스 있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일을 잘하는 점만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건 딱 실무가 중요한 대리나 과장까지더라고요. 차장이나 부장급 이상에서는 정치가 필요하다는 사실이 크게 다가옵니다. 다만 사원, 대리는 아직 실무자급이기 때문에 일에 집중하는 태도가 좋아 보이지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굴면 좋아 보이지 않더라고요. 대리라면 실력을 키우는 것이 우선이라고 봐요. 이 과장 제가 괜히 ‘눈치 보고 비위 맞추는 이 과장’이라고 별명을 지은 게 아니죠.(웃음) 문 대리님이 예로 든 경우처럼 불공정한 결과를 불러오는 나쁜 사내 정치가 있는 반면, 건전한 정치가 꼭 필요할 때가 분명 있을 텐데, 차장이나 부장인 두 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신 차장 음…, 저는 기본적으로 상사의 가려운 데를 긁어주는 태도가 정치의 하나가 아닌가 해요. 예를 들어 우리 팀장님은 새로운 매니저 역할로 신경 쓸 일이 많아서 제출해야 하는 리포트 같은 걸 가끔 잊어버리는데 제가 알아서 대신 하는 경우가 있어요. 저야 어쨌든 우리 팀이 잘 굴러가기 위해서는 서로 돕는 편이 좋다고 생각해서 한 일인데, “신 차장 은근히 정치를 잘하네?”라는 소리를 들었어요. 시키지도 않았는데 팀장님 일을 돕고 가려운 데 긁어준 것이 소극적 의미의 정치가 된 거죠.

커리어 직장생활

“ 사내 정치를 보통 부정적으로 생각하는데, 정치란 관계 맺기를 원활하게 하는 스킬이라고 보면 조직 생활에서 필요한 또 하나의 능력이죠.”

김 부장 저는 회사에서 팀 간 또는 본부 간 갈등이나 이해관계를 잘 조절하려고 노력했어요. 이런 조정 활동을 잘하려면 팀 간, 본부 간 역학 관계나 히스토리 같은 정보를 잘 알아야 하기 때문에 회사 사람들과 두루두루 사귀며 가까워지려고 노력한 편이 에요. 같이 점심을 먹거나 커피를 마시면서 복잡한 일을 쉬운 방향으로 해결한 경우가 있었는데, 이런 것을 점심 정치(lunch politics)나 커피 정치(coffee politics)라고 부르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술자리가 부담스러운 여성 직장인은 이런 걸 적극 활용해보길 권해요.

이 과장 오, 새로운 형태의 정치네요! 회사가 인생의 1순위가 아니고, 워라밸을 중요시한다면 사내 정치를 덜 신경 써도 되지만, 회사에서 오래 버티고 싶다면 상사와 관계 맺기, 내 편 만들기, 조직 내에서 적당히 포지셔닝하기 등 일종의 사내 정치처럼 느껴지
는 부분을 신경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사내 정치를 부정적으로 많이 생각하는데, 정치란 관계 맺기를 원활하게 하는 스킬이라고 보면 조직 생활에서 필요한 또 하나의 능력이죠. 김 부장 조직에서 높은 위치에 있는 부장 등 임원일수록 일 잘하는 사람보다 내 편이 되어주는 사람을 선호해서 그런 것 같아요. 전자는 쉽게 대체가 가능하지만 후자는 대체하기 어렵죠. 이 과장 맞아요. 회사에서 조직이 굴러가게 만드는 건 혼자서 할 수 없는 일이에요. ‘내 편’을 만들어두는 건 나쁜 일이 아니죠. 대학 때 한 선배에게 들은 얘기가 생각나네요. 어떻게 친해져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사회 나가면 더하겠지만 학교에서도 벌써 싫어도 좋은 척해야 하고 좋으면 더 좋은 척해야 해”라고 하더군요. 그 말을 듣고 한 대 제대로 맞은 느낌이었어요. 그때 ‘아, 이런 게 소위 말하는 정치라는 거구나’ 하고 깨달았죠. 분명한 건 조직에서 일 잘하는 건 기본이고, 관계 맺는 능력이 있어야 오래 버틸 수 있다는 겁니다.

 

Q3 눈치 안 보고 똑똑하게 휴가 쓰는 노하우

올봄에 경력직으로 이직한 2년 차 과장입니다. 직장 생활 11년 차고요. 첫 직장에서는 크게 눈치 보지 않고 여름휴가나 연차를 냈는데 새 회사에서 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잘 몰라서 여름휴가 시즌과 추석 황금연휴를 앞두고 고민입니다. 언니들만의 휴가 신청 방법이나 회사마다 연휴 기간에 휴가 잡는 요령이 있으면 공유해주세요. from 우유부단 정 과장

문 대리 보통 상사가 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하면 아래 직원도 눈치를 덜 보게 되니 아무래도 휴가는 직속 상사의 영향이 큰 것 같아요. 저는 상사가 휴가 내는 걸 조금 불편해하더라도 웬만하면 꼬박꼬박 챙기는 편이에요. 그리고 여름 휴가는 5~6월에 남들이 안 갈 때 미리 다녀오는 방법을 추천해요. 비수기에 가면 비용도 절약될뿐더러 7~8월 휴가철이 되면 사람들이 제가 이미 다녀온 걸 잊고 저를 휴가도 가지 않고 열심히 일하는 직원으로 간주하죠.(일동 웃음) 그래서 다음에 연차 낼 때도 좀 편하게 낼 수 있어요.

이 과장 저는 2017년에는 눈치 보느라 휴가라고는 연차 두 번인가 세 번 낸 것이 전부예요. 금융사는 대부분 대체 인력을 충분히
뽑지 않아서 담당자가 자리를 비우면 그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경우가 많은데 저도 그랬거든요. 문 대리님의 업무는 보통 프로젝트성으로 매일 꼭 해야 하는 업무 비중이 낮을 것 같은데, 저희 회사는 이런 업무의 비중이 큰 편이고, 일이 터지면 돈이 연관돼 있어서 큰 사고가 나니 어쩔 수 없어요.

김 부장 휴가는 결국 직속 상사의 스타일과 본인 업무의 특성, 팀 내 전체적인 분위기 등을 잘 고려해서 신청하는 것이 중요하겠군요. 그런데 여름휴가나 연차 외에 황금연휴 기간이 있죠. 모두 눈치 보게 만드는 3~4일 쉬는 설이나 5월, 추석 같은…. 그럴 때 보통 팀 내에서 어떤 식으로 휴가 가는 순서를 정하나요? 저는 외국계 기업에 다닐 때 나 대기업에 다니는 지금이나 항상 아랫사람들에게 날짜를 먼저 정하라고 하고 저는 남는 날짜를 선택했어요. 물론 장단점이 있지만 문 대리님이나 이 과장님 회사에서는 어떻게 결정하는 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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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휴가는 5~6월에 남들이 안 갈 때 미리 다녀오는 방법을 추천해요. 비수기에 가면 비용도 절약될뿐더러 7~8월 휴가철이 되면
사람들이 제가 이미 다녀온 걸 잊고 저를 휴가도 가지 않고 열심히 일하는 직원으로 간주하죠.”

이 과장 저는 휴가를 잘 낼 수 없으니까 황금연휴에는 해당 연휴 앞뒤로 휴가를 낼 사람들의 수요 조사를 몇 달 전부터 미리 해요. 같은 날 다들 자리를 비울 수는 없으니까. 그런데 저는 좋은 사람이 되려고 아랫사람에게 먼저 선택하라고 하는데 상사도 본인이 원하는 날짜를 먼저 콕 집어서 정하니 이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래서 수요 조사를 시작하면 무조건 날짜를 재빠르게 선점해야 합니다.(일동 웃음) 문 대리 저는 이 과장님과 다르게 휴가를 편하게 내는 편이라서 특별한 것은 없지만, 휴가 잘 내는 방법에 대해서 이렇게까지 이야기해야 하나, 왜 휴가 내면서 눈치를 이렇게 보나 생각해보면 휴가를 꼬박꼬박 내는 사람은 일을 안 한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는 두려움이 깔려 있는 것 같아요. 요즘은 중국 회사들도 우리보다 휴가를 훨씬 많이 내던데, 한국 기업 문화도 좀 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김 부장 전에는 휴가 날짜가 더 짧았지만, 요즘은 미국이나 유럽까지 거론할 것 없이 중국이
랑 비교해도 20일 정도 휴가는 결코 길지 않아요. 정당하게 휴가 내면서 눈치 보니 한국 사람들이 과로사나 무기력증, 번아웃 증세가 심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네요. 우리도 여유를 좀 가지고 휴가를 즐길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