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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구, 시계꽃, 쌀겨에서 추출한 페이셜 오일 성분을 함유한 마에스트로 글로우 파운데이션 SPF30을 발라 촉촉하고 매끈한 스킨광 피부를 완성한다.
아이 앤 브로우 마에스트로 #04 앰버를 사용해 눈썹에 따라 결을 살리면서 모양을 잡고, 누드 핑크 컬러인 루즈 아르마니 #510을 입술 가득 채워서 바른다.
사용한 제품은 모두 조르지오 아르마니(Giorgio Armani)

스마트폰과 SNS 계정만 없으면 어디서든 은둔 가능한 시대라지만, 지난 2015년을 빠듯하게 보낸 두 배우와 함께 우리는 좀 더 완벽히 숨어들고 싶었다. 미세먼지에 잠식당한 지난해 12월, 서울을 떠나 일본 북단에 자리한 눈의 고장 아오모리 현으로 향했다. 1시간 30분의 비행으로 지구 반대편쯤와 있는 듯한 깨끗한 자연이 거기 있었다. 자체 음소거 된 고요한 마을의 적막을 깨고 싶지 않은 듯 서행하는 자동차와 차분한 목소리의 사람들을 만났다. 열대지방의 북적이는 활기도, 유럽 겨울의 스산함도 아닌 차갑지만 맑은 날들이 계속됐다. “간밤에 놀랄 만큼 아주 깊이 잠들었어요. 먼지 알레르기가 있는데 이곳에서는 매 순간 개운해요. 호흡하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아지죠. 물은 얼마나 맑은지 머리를 감았을 뿐인데 마치 트리트먼트를 받은 것 같고요.” 하지원이 환한 표정으로 미소 지었다. 우리는 3박 4일 동안 한 끼 식사나 몇 잔의 커피를 나누는 것으로는 알 수 없는 배우 하지원과 진백림의 일상을 공유할 수 있었다. 그녀는 촬영하는 시간 이외에는 주로 료칸 주변을 산책했고, 그는 온천에서 자주 목격됐다. 두 사람 모두 누구의 안내나 도움 없이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만의 시간을 보냈다. 떠들썩한 무리에 파묻히기 보다 지금 자신에게 필요한 일들을 찾아 움직였는데, 그 모습이 어딘가 많이 닮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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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적인 디자인의 톱, 실키한 소재의 맥시스커트 모두 조르지오 아르마니(Giorgio Armani)

한국으로 돌아와 촬영 중 진행했던 인터뷰를 정리해보니, 두 사람은 약속이나 한 듯 서로를 닮은꼴로 여기고 있었다. 스무 살 무렵 데뷔한 이래 매년 적어도 한 작품씩을 선보이며 끊임없이 자신을 단련해온 두 배우. 같은 분야에서 나와 비슷한 속도와 방향 감각을 지닌 동료를 보며 느끼는 반가움과 안도감이 두 사람을 단단히 묶고 있었다. 하지원은 <다모> <시크릿 가든>으로, 진백림은 <연애의 조건>을 통해 아시아적 신드롬을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두 배우는 신기루처럼 존재하려 하기보다 화려한 찬사를 뒤로하고 다시 카메라 앞으로 향했다. 출근에 충실한 직업인 같은 성실함만으로는 최고가 될 수 없는 배우의 세계에서 이례적인 성취를 이뤄낸 두 사람. 이들의 필모그래피에서 또 하나 발견된 공통점은 단단함이다. 일례로 하지원은 연약해서 아름다웠던 적이 없다. 칼을 휘두르고 와이어에 몸이 매달린 상황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진백림 역시 한중 합작영화 <나쁜놈은 반드시 죽는다>에서 뜻 모를 한국어 대사를 4일 만에 통으로 암기하며 한국어 더빙을 마스터했고, 최근 싱가포르 감독과 함께한 작품에서는 1인 3역을 감행했다.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아온 두 배우가 2월 말 개봉하는 영화 <목숨 건 연애>에서 만나 오래만에 편하게 웃고, 기분 좋은 자극과 응원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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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에스트로 글로우 파운데이션 SPF30을 깔끔하게 펴 바른 다음, 스무스 실크 아이 펜슬 no.10 브라운으로 아이라인을 뒤로 살짝 빼듯이 그려준다.
블랙 엑스터시마스카라 #01 블랙으로 눈매가 깊어 보이게 연출한 뒤 입술엔 푸크시아 핑크 컬러인 루즈 아르마니 마하라자 #513으로 포인트를 준다.
사용한 제품은 모두 조르지오 아르마니(Giorgio Armani)

Ha Ji Won

해프닝처럼 지나간 열애설 때문에 조금 걱정했는데, 커플 화보 촬영에 쿨하게 응해주었어요. 심지어 그 기사가 <목숨 건 연애> 촬영 전에 났어요.(웃음) 영화상에서도 남녀의 묘한 분위기가 흐르는데, 저나 진백림씨나 뭘 의식하고 어색해하는 성향은 아니라 친구처럼 재미있게 촬영했어요. 이번 화보도 영화의 연장선이라 생각했고요.

진백림씨는 일전의 인터뷰에서 하지원씨와 닮은 부분이 많다고 답했어요. 동의하시나요? 닮은 부분이 꽤 있어요. 예를 들어 과자 취향 같은거요.(웃음) <목숨 건 연애> 촬영 같은 경우는 한국 스태프만 있는 현장이다보니 어렵고 답답한 점이 많을 텐데도 백림씨 특유의 오픈 마인드로 스태프 한 명 한 명을 모두 친구로 만들었어요. 단순히 일을 하는 게 아니라 현장에서 자기 삶을 찾는 사람처럼 보이죠. 되레 그에게 배운 것이 많아요.

아오모리에 오기 전, 포털 사이트에서 하지원이라는 이름을 검색했는데 ‘남녀 불문 믿고 보는 하지원’이라는 문장을 첫 페이지에서 발견했어요. 여성 관객의 신뢰와 사랑을 받는 여배우는 흔치 않죠. 배역이 좋았던 것 같아요. 작품을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이 ‘지금 이 이야기 속에 살아보고 싶은가’거든요. 제가 좋아하는 이야기 속 여성 캐릭터 대부분이 남자에게 의지하거나 사랑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스스로 쟁취하는 성향을 지니고 있어요. 영화나 드라마를 보다가 속된 말로 빙의한다고 하죠. 본인의 이야기로 쉽게 이입되는 캐릭터들을 맡아온 것 같아요. 남성 캐릭터의 사랑을 받으면 질투가 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일처럼 설레는 거죠. 대리 만족하고요. 연기적인 면에서는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카메라 앞에 선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액션 한 동작, 춤 사위 하나도 완벽하게 하고 싶었거든요. 배우의 삶을 즐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프로라면 당연히 가져야 할 책임을 소홀히 한 적은 없어요.

배우의 책무라는 명분 아래 자신을 혹사하는 배우들도 있죠. 어떤 편인가요? 적어도 에너지를 남기지는 않아요. 누군가는 혹사라 할 수 있겠지만 드라마 <기황후>는 51부작에 분량도 아주 많았죠. 한겨울 산속에서 촬영했으니 핫팩 20개를 몸에 붙이고 일주일에 5일 밤을 새웠어요. 후반부 촬영 때는 걸음을 못 걸을 정도로 몸이 많이 아팠죠. 발이 허공에 떠 있는 것 같고요. 정말 신기한 게 극한의 순간에서 초인적인 힘이 나더라고요. 대사 NG가 없었어요. 아무리 긴 대사도 단번에 오케이였죠. 인간의 무한한 가능성을 몸소 체험했달까요.(웃음)

철두철미한 성향이 일상으로도 이어지는 것 같아요. 연예계를 떠도는 무수한 풍문에서는 늘 비켜나 있는 배우기도 하니까요. 20대에는 촬영장과 집만 무한 왕복했어요. 사실 바깥 세상으로 나온 지 몇 년 안 됐어요.(웃음) 밖에 나오면 안 되는 줄 알았고요. 2009년부터 밖에서 술도 마셨죠.

뒤늦게 눈 뜬 바깥 생활의 즐거움은 어때요? 내 삶도 재미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작품을 마치고 나면 종종 ‘나는 하지원으로 돌아오면 왜 이렇게 재미가 없고 심심하지?’ 했거든요. 그래서 서둘러 다른 누군가의 삶을 선택하고, 그 속에서 살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제는 내 생활에 흥미를 느껴요. 배우들이 작품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본인의 삶으로 제대로 돌아오지 못하면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문제들이 있잖아요. 예전에는 작품에서 못 나오고 힘들어지는게 겁나서 공포영화는 아예 안 하려고 했어요. 하지만 지금이라면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작품을 끝낸 뒤 힘든 시기에 무엇을 하면 인간 하지원으로 예쁘게 돌아올 수 있고, 마음이 편안해지는지 깨닫게 됐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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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원_ 은은한 스트라이프 패턴의 보디수트, 텍스처가 독특한 동양적 실루엣의 재킷 모두 조르지오 아르마니(Giorgio Armani)
진백림_ 불규칙한 날염이 돋보이는 그레이 니트 톱, 그레이 팬츠 모두 조르지오 아르마니(Giorgio Arma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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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원_ 스트라이프 재킷, 화이트 팬츠 모두 조르지오 아르마니(Giorgio Armani)
진백림_ 스트라이프 셔츠, 실키한 소재의 은은한 패턴이 매력적인 재킷 모두 조르지오 아르마니(Giorgio Armani)

Chen Bolin

아오모리의 첫인상은 어떤가요? 평화로운 분위기가 좋아요. 구멍 난 부분들이 서서히 메워지고 치유되는 느낌이에요. 지난 한 해 동안 무려 5편의 영화를 촬영했어요. 매 순간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너무 많은 말을 했어요. 그러다 보니 정작 혼자 있을 시간이 없어 스트레스를 좀 받았죠.

5편의 작품 중 <목숨 건 연애>와 <나쁜놈은 반드시 죽는다>까지 무려 두 작품을 한국에서 촬영했네요. 낯선 환경에서 촬영했으니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했을 것 같아요. 영어와 중국어, 한국어를 넘나들었죠. 때때로 다중인격자가 된 것 같기도 했어요.(웃음) 하지만 이 혼돈을 즐겼어요. 사실 제게 어느 나라의 작품인가는 중요하지 않아요. 촬영 환경이나 프로세스는 국적이 아니라 작품 장르와 감독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이거든요. 무엇보다 전 분주한 ‘러너(learner)’예요. 새로운 문화나 언어를 배우는 데 재미를 느끼는 편이라 마냥 고되지는 않았어요. 새로운 환경이나 사람들에게서 설렘과 에너지를 얻은 부분도 물론 있고요.

<목숨 건 연애>는 어떻게 선택하게 됐나요? 하지원씨는 추리소설 작가이고, 천정명씨는 한국 경찰, 저는 미국 FBI 요원으로 등장해요. 세 사람이 연쇄살인 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로 삼각관계도 만들어지고요. 미스터리 로맨틱 스릴러죠. 보통 작품을 설명할 때 비슷한 내러티브를 지닌 작품이나, 영향을 받았을 법한 계보 같은 작품을 예로 들기 마련인데 <목숨 건 연애>는 그게 불가능해요. 어디서 본 것 같은 느낌이 전혀 없어요. 독자적으로 서 있는 독특한 작품이에요. 미스터리 로맨틱 스릴러라는 전무후무한 장르죠.

하지원씨는 어떤 배우인 것 같나요? 배우는 10~20년 차가 되면 작품도 현장도 다 그게 그거라고 치부해버리고 독단에 빠질 위험이 있어요. 낯설고, 서툴고, 새로운 것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죠. 반면 지원씨는 늘 반짝여요. 카메라 불이 꺼진 순간에도요. 호기심과 애정을 지닌 채 새로운 것을 배우고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데 주저함이 없는 사람이죠. 이미 많은 것을 성취했음에도 자신이 더 나아지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듯이 앞으로 가죠. 저 역시 그런 삶의 태도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우리는 닮은 부분이 꽤 많아요.

연기를 시작한 지 10년이 지났네요. 좋은 배우의 역할에 대해 조금은 짐작할 수 있는 때가 되지 않았나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준비하고 성장하는 것은 배우가 마땅히 해야 하는 일이지만 그 다음은 관객의 몫 같아요. 아무리 연기를 잘한다 하더라도 연기하는 존재에 대해 알지 못한다면 배우라는 직업에서는 아무 의미가 없으니까요. 저는 보고 싶게 만드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 거죠. 좋은 연기, 좋은 배우에 대해 고민하기도 하지만 모든 예술이 그러하듯 연기 역시 비교 판단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다만 그 순간에 관객이 어떤 것을 더 선호하는지만 있을 뿐이에요.

어떤 배우로 나이 들고 싶나요? 20년 뒤쯤이면 아이가 있을 테니 아이들과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를 찍고 있지 않을까요? 조니 뎁이 <캐리비안의 해적>의 잭 스패로우를 연기했듯이 저 역시 아이들에게 내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보여주기 위한 작품도 선택하게 될 것 같아요. 물론 한 인간을 내밀하게 들여다본다거나 다소 무거운 철학적 주제를 담은 이야기도 욕심내겠지만 최고의 배우 혹은 세계적인 배우가 되는 건 제 목표는 아니에요. 의미나 깊이를 떠나 다양한 캐릭터를 아우르는 배우가 되고 싶죠. 우리 삶도 그렇잖아요. 홍삼 엑기스가 건강에 좋은 걸 알지만 종종 콜라도 당기잖아요. 그 사이에서 균형을 찾고 싶을 뿐이지 한가지 색깔의 배우는 되고 싶지 않아요. 매 순간의 감정과 호흡을 자연스럽게 따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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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원_ 러플이 달린 여성스러운 원피스, 손에 든 클러치 백, 메탈릭한 스틸레토 힐 모두 조르지오 아르마니(Giorgio Armani)
진백림_ 안에 입은 블루 셔츠, 은은한 광택감의 재킷, 오버핏 그레이 팬츠, 블랙 슈즈 모두 조르지오 아르마니(Giorgio Arma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