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의 시대가 돌아왔다. 예전만큼 백화점 1층의 뷰티 카운터가 붐비지는 않지만 럭셔리 브랜드, 소위 백화점 브랜드들은 요즘 정말 ‘잘’된다. 한동안 우리는 새로운 브랜드, 난생처음 본 아이템에 한눈을 팔았다. 셀럽 못지않은 인플루언서가 만든 브랜드나 감성 디자인을 내세운 브랜드, SNS에서 시끌벅적한 브랜드에 관심을 빼앗겼다. 솔직히 에디터 역시 일방적이지만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며 내 마음에 성큼 들어온 인플루언서가 화장품까지 만든다니 궁금한 맘에 사들인 게 사실이다. 어림잡아 1년 정도 이렇게 화장품 유목민 생활을 마치고, 다시 예전에 쓰던 백화점 화장품들로 화장대를 채우는 중이다. ‘명불허전’이라는 말의 의미를 새삼 깨달으며.

각설하고 럭셔리 뷰티가 부활한 가장 큰 이유는 온라인 채널의 확장이다. 원래 럭셔리 브랜드들은 전통적 유통처인 뷰티 카운터를 벗어나는 데 대해 보수적이었다. 매장의 인테리어와 카운슬러 서비스 모두 브랜드를 표현하는 수단이었으니까. 하지만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춰 고집을 꺾고 소비자들을 좇아 온라인 세상에 매대를 펼쳤다. 대형 온라인 몰에 입점했고, 몇몇은 직영 몰을 오픈해 운영 중이다. 소비 패턴이 온라인 채널로 이동하면서 초기엔 온라인 기반 브랜드가 강세를 보였지만 럭셔리 브랜드가 합류하자 따라 잡는 건 시간문제였다. “총매출 중 온라인 매출이 계속 상승하고 있어요. 지금처럼 온라인 구매 채널이 활성화돼 있지 않던 2017년과 비교하면 21%나 성장한 수치예요. 직영 몰의 매출도 놀라울 정도로 성장했어요.” 랑콤 홍보팀의 이야기다. 브랜드마다 다르지만 조사한 10여 개 브랜드 모두 온라인 매출 상승세에 접어들었다. 중년층을 타깃으로 하는 값비싼 안티에이징 라인의 온라인 매출이 늘었다니 의아하지 않은가? 해답은 간편 결제 시스템의 확장에 있다. 삼성페이, 네이버페이, 페이코 등은 한 번의 터치 또는 안면 인식 시스템으로 손가락 하나도 까딱할 필요 없는 편리를 제공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간편 결제 시스템의 규모는 2016년 대비 3배 정도 성장했다.

대들보처럼 매출선을 탄탄하게 지켜주는 시그니처 아이템도 한몫한다. 세대를 초월해 사랑받고, 시즌에 관계없이 판매되는 라 메르의 크렘 드라 메르나 에스티 로더의 갈색병 세럼, 라프레리의 캐비아 라인이 대표적인 예다. “시그니처 제품이 있더라도 이를 지속적이고 일관되게 유지하는 것은 브랜드의 힘이죠. 트렌드를 따르기보다 최상의 제품을 만들기 위한 노력과 투자를 끈기 있게 이어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묵묵하게 자신의 길을 걷는 것처럼요.” 라프레리 홍보 담당자의 말에 고개를 절로 끄덕이게 된다. 크렘 드 라 메르의 경우, 충성도 높은 고객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다섯 가지 텍스처를 출시하는 섬세한 전략이 대성공을 거뒀으며, 에스티 로더 역시 갈색병 라인의 스펙트럼을 넓히며 고객 충성도를 높이고 있다.

마케팅 방식도 한결 친근해졌다. “샘플링과 소통에 집중하고 있어요. 안 써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써본 사람은 없다는 말이 있을 만큼 제품력에 반한 고객은 반드시 돌아오는 법이니까요.” 겔랑 홍보팀의 말처럼 품질에 자신이 있다면 경험을 유도하는 것만큼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은 없을 터. 기존 충성 고객을 위한 서비스도 꾸준히 제공하고 있다. “샤넬 스킨케어의 정수라 할 수 있는 수블리마지 라인이 높은 가격대에도 불구하고 크게 성장하고 있어요. VIP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고객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고 있습니다.” 샤넬 뷰티 홍보부의 설명이다. 충성도 높은 기존 고객과 함께 새로운 고객이 디지털 콘텐츠 마케팅으로 더 확대, 견고해지고 있다. 특히 SNS의 주 사용자인 20~30대들은 디지털 플랫폼의 아이디어 넘치고 공감 가는 디지털 마케팅 덕에 럭셔리 브랜드에 새롭게 입문하고 있다. 경기 불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탄탄한 브랜드 스토리와 제품력을 갖춘 럭셔리 뷰티 브랜드들의 인기 고공 행진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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