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자 쇼미더머니8

프린트 티셔츠 스펠에디트(Spelledit), 레이어드한 티셔츠 마크 곤잘레스(Mark Gonzales), 데님 팬츠 리바이스(Levi’s), 슈즈 렉켄(Rekken), 보디 백 이스트팩(Eastpak), 네크리스 모두 스칼렛또(Scaletto), 반지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짧은 머리를 노랗게 탈색한 소녀가 들어오자 분주히 움직이던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쏠렸다. 그리고 스튜디오 안에 기분 좋은 에너지가 감돌기 시작했다. 실제로 만난 빠른 2001년생 여성 래퍼 유자는 <쇼미더머니 8>을 통해 선보인 음악처럼 순수하고 해맑았다. 2차 예선 ‘60초 비트 랩 심사’에서 모기를 향해 “네가 싫어, 내게 집적대지마”라고 귀엽게 경고하는 ‘모기송’으로 가능성을 인정받았지만, 이후 유자는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3차 예선 ‘절반 탈락 심사’에서는 랩을 끝까지 이어가지 못했는데도 탈락자를 부활시키는 ‘크루 패스’로 합격했고, 결국 4차 예선 ‘1:1 크루 배틀’에서 최종 탈락했다. 그리고 ‘유자의 싱잉 랩은 힙합인가?’라는 논쟁을 낳았다. 여러 의미의 관심을 받고 있는 유자에게 <쇼미더머니 8>에 출연한 소감을 물었다. “개성을 드러내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지원하길 잘한 것 같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유자는 이제 실력을 더 견고히 쌓고 자신만의 색깔을 보여줄 준비를 하고 있다.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노란색을 좋아하는 래퍼 유자다. 노란색은 보고 있으면 제일 정이 간다. 본명은 곽유진인데, 초등학교 때 친구들이 ‘유자니, 유자니’ 부르다가 ‘유자’가 됐고 지금 랩 네임으로 사용 중이다.

언제부터 음악을 하기 시작했나? <쇼미더머니 3>를 통해 힙합을 처음 접했다. 우승자인 바비가 랩을 하는 모습이 멋있어 보여 관심이 생겼다. 고2 겨울부터 레슨을 받으며 본격적으로 랩을 시작했다. 초반에는 트랩이랑 붐뱁 등 정통적인 랩을 했다. 그러다 당시 부산에서 랩 대회를 휩쓰는 래퍼를 봤는데, ‘저 사람을 랩으로는 이길 수 없겠다’ 싶어 그때부터 나만의 색깔을 찾으려 노력했다.

그 래퍼의 이름을 기억하나? 케이드(CaiD). <고등래퍼 1>에 부산 경상 지역 대표로 참가한 김재연이다. 지금은 나와 함께 크루 ‘왈로키즈’에 소속돼있다.

왈로키즈는 어떻게 결성됐나? 나, 케이드, 봄(BOM), 김석준 네 명으로 구성된 크루다. 모두 부산에 살고 나이도 2000년생, 빠른 2001년생이라 동네 친구처럼 지낸다. 서로 피처링을 해주는 등 음악 작업을 함께하고, 언더그라운드 공연 무대에도 종종 오른다.

<쇼미더머니 8>에 참가하며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는데, ‘유자 성별 논란’이 있다. 알고 있다.(웃음) 짧은 헤어스타일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사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머리가 긴 편이었다. 머리 자르는 걸 싫어해 숱이 많은데도 늘 묶고 다녔다. 중학교 1학년 때 친구가 장난으로 자꾸 머리를 풀기에 “한 번만 더 풀면 짧게 자르겠다”라고 말했는데, 이후 그 친구가 또 머리를 풀자 ‘말한 건 지켜야지’ 하며 잘라버렸다.

좋아하는 여성 래퍼가 있나? 재키와이를 좋아하고, <쇼미더머니 8>에 참가한 윤훼이와 브린도 예전부터 멋있다고 느꼈는데 실제로 만나니 꿈 같았다. 힙합 신에서 멋지게 활동하는 여성 래퍼들을 ‘리스펙’한다.

성별, 국적을 막론하고 유자에게 가장 영향을 끼친 래퍼는 누구인가? 여러 래퍼가 있는데, 페노메코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은 것 같다. ‘PNM(Plus And Minus)’은 처음 들었을 때 충격받았다. ‘멜로디를 어떻게 이렇게 할 수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해외 아티스트 중에는 트로이 시반을 제일 좋아한다. 지금 내 카카오톡 프로필 음악도 트로이 시반의 ‘Talk Me Down’이다. 올해 4월 그의 내한 공연에서 느낀 감동은 말로 표현조차 할 수 없다.

<쇼미더머니 8>에 지원한 이유는 무엇인가? 작년 말 수능을 치른 후 굉장히 나태해졌고 음악에 집중이 안 됐다. ‘이러면 안 되겠다’ 싶었고 내가 얼마나 인정받을 수 있을지 확인할 겸 지원했다.

2차 예선에서 ‘모기송’으로 올 패스를 받았을 때 기분이 어땠나? 솔직히 2차 예선은 합격할 거라고 예상했다. 비트를 직접 고르고, 랩도 내가 준비한 것을 보여줄 수 있어 자신 있었다. 여덟 명의 프로듀서도 모두 좋은 말씀을 해주셨고, 그중 스윙스의 “진짜 예술가다”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내 색깔을 인정 받아 기뻤다.

방송 이후 ‘모기송’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얼마 전 한 모기 스프레이 브랜드에서 제품을 보내주겠다며 연락이 왔다. 감사히 받았고, 지인들에게도 선물했다. 9월 16일에는 ‘모기송’의 리믹스 버전을 음원 사이트에 공개했다. 사실 ‘모기송’은 우연히 만든 노래다. 작년 초여름쯤 침대에 엎드려 가사를 쓰고 있는데, 모기가 자꾸 날아다니기에 간지러워서 긁다가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상에서 문득 음악적 영감이 떠오르는 경우가 많다.

4차 예선 당시 다른 스타일의 랩을 보여줄 기회가 있었는데도 싱잉 랩을 이어갔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평소 왈로키즈 멤버들이 내게 ‘랩 못한다’는 말을 하곤 한다. 말 그대로 ‘못 한다’라기보다는 내가 주력하고 있는 싱잉 랩과 비교하면 너무 개성이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싱잉 랩이 아니면 자존감이 낮아진다. 2차 예선이 끝나고 생각해보니 내가 당시 프로듀서들에게 인정받은 건 랩이 아닌 나의 색깔 덕분이었다. 그래서 이후 무대에서도 싱잉 랩으로 내 색깔을 드러내고 싶었다. 랩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건 정말 아쉽다. 앞으로 다른 스타일의 음악도 공개하려고 준비중이다.

<쇼미더머니 8>에서 탈락한 가장 큰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능력이 부족했고, 준비도 잘 안 돼 있었고, 멘탈도 약해진 상태였다. 그냥 다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쇼미더머니>에 다시 지원할 마음이 있나? 전혀 없다. 경연 프로그램이 나와 맞지 않는다는 건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하지만 <쇼미더머니 8>에 지원한 건 잘한 선택이었다. 많이 배웠고, 무엇보다 큰 확신을 얻었다.

‘유자의 음악이 힙합인가?’라는 질문에 뭐라고 대답하고 싶은가? “나만큼 힙합인 사람은 없다.” 힙합은 나를 자유롭게 표현하는 장르이고, 나의 줏대와 신념을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계속 이 길을 간다면 지금의 과정이 오히려 나를 더 힙합으로 만들어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앞으로 어떤 아티스트로 성장하고 싶나? 다른 사람이 아닌 유자여야만 하는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고 항상 생각한다. 나만의 색깔로 대중이 내 음악을 찾아 듣게 만들 수 있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 오늘 함께해준 분들에게 감사하다. 이 인터뷰를 읽는 모든 분이 행복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