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코도모 고등래퍼

니트 풀오버 오프화이트(Off-White™), 셔츠 세션스(Sessions), 팬츠 리암 호지스 바이 아이코스(Liam Hodges by Ikoes), 신발 아디다스(Adidas), 목걸이 베르사체(Versace), 터틀넥 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소코도모 고등래퍼

티셔츠 메종 마르지엘라(Maison Margiela), 후디 프롬마크(Frommark), 안경 펜디×젠틀몬스터
(Fendi×Gentle Monster).

프로펠러가 달린 모자와 물안경 같은 선글라스를 쓰고 <고등래퍼3> 무대에서 지구 멸망을 외치던, 지구를 벗어나고 싶어 하는 ‘지구 반항아’. 그게 소코도모의 첫인상이었다. 방송이 끝나고 6개월 뒤 만난 ‘고등 래퍼’는 차분하고 생각 많은 스무 살이 되어 있었다.

<고등래퍼> 이후 첫 정규 앨범이에요. 발매를 앞두고 소감이 어떤가요? 앨범이 나오기까지 이렇게 많은 공이 드는 줄 몰랐어요. 작업하다가 괜찮은 곡 나오면 모아놓았다가 앨범으로 발매하면 되는 건 줄 알았는데 미리 계획을 세우고 판을 짜고 진행해야 하는 거더라고요. 음악적인 것보다는 진행적인 면에 있어서 좀 시간이 걸렸어요. 그래도 재밌게 한 것 같아요.

이번 앨범 컨셉트는요? 사실 아무거나 다 넣어봤어요. 힙합에서 친숙하게 들어보셨을 법한 사운드도 넣고, 시도해보지 않은 것들도, 못 들어보셨을 것 같은 것도 넣었어요. 다양한 음악을 보여드리려고 했어요. 앨범에는 시티 팝도 있고, 지금 촬영장에 흐르는 레트로 느낌의 곡도 있고, OST스러운 곡도 있어요. 아, 사운드 클라우드에 예전에 올린 곡들도 넣었어요. 여러 장르를 선보였습니다.

지난 곡들을 들어보면 스토리텔링을 하는 방법이 독특한데 곡의 콘셉트를 정하는 방법이 있나요? 주로 그때그때 드는 감정으로 컨셉트를 잡아요. ‘Freedom’은 당시 자유로워지고 싶어서, ‘지구 멸망’은 자유로워지고 싶어도 바쁜 스케줄 때문에 그럴 수 없어서 이럴 거면 그냥 다 망해버려라 하는 마음에 만들었죠. 그때의 감정들을 곡 안에 녹여내려고 했어요. ‘Go home’도 “그냥 집 가라. 그만하고 이제 집 가도 된다” 이런 심정이었어요.

그럼 곡의 영감을 일상에서 하는 생각에서 받는 거네요. 모든 곳에서 다 받아요. 길을 걷다가도, 사람들을 만나서 대화하다가도, 이렇게 앞에 놓여 있는 펜에서도요. 그때 그때 영감받은 것들로 노래를 만들어요. 이제까지 나온 곡들도 그런 식으로 만들었어요.

음악 작업 방식은 어떤가요? 저는 뮤지션이니까 음악이 직업인 거잖아요. 회사원이 출근해서 일하는 것처럼 매일 음악 작업을 해요. 오늘도 이 촬영 끝나고 다른 스케줄 갔다가 끝나면 곡 작업할 거예요. 작업 능력도 근육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운동을 쉬면 근육이 퇴화하는 것처럼 자주 사용하지 않으면 퇴화돼요. 끊임없이 사용해줘야 하죠.

최근 곡인 ‘GO HOME’ 뮤직비디오도 상당히 파격적이에요. 흰색 속옷 한 장 입고 우주를 떠돌아다니던데요. 사실은 다 벗고 싶었는데, 그렇게 되면 19금 딱지가 붙잖아요. 아마 한국이 아니었으면 다 벗어버렸을 수도 있어요. 다 벗어던지고 모든 걸 내려놓는다는 마음으로 속옷만 입은 거였어요. ‘Go home’ 곡의 전개도 초반에는 불평불만을 하는 가사들로 시작해서 후반에는 다 내려놓고 초월한 듯한 식으로 구성했거든요. “그럴 거면 집 가라, 그냥 가.” 이렇게 시작해서 마지막엔 “집 가든 말든 나는 신경 안 쓴다.” 이런 식으로 다 내려놓는 거죠.

‘GO HOME’의 피처링을 맡은 ‘LÁPAMASAKA’가 또 소코도모의 다른 자아라고 들었어요. 소코도모와는 어떻게 다른 모습인지 궁금해요. 피처링 할 만한 아티스트를 찾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여기저기 부탁했는데 마음대로 안되고, 연락을 안 받는 곳도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 살짝 화도 나더라고요. ‘LáPamasaka’는 저의 화난 자아에게 붙여준 이름이에요. 이름 자체에 특별한 뜻이 있진 않아요. 소코도모는 모든 음절이 모음 ‘ㅗ’로 끝나고 라파마사카는 모두 ‘ㅏ’로 끝나죠.

앞으로 다른 곡에서도 만날 수 있는 분인 거죠? 네. 화가 나면요. 화나는 상황이 생긴다면 또 나올 거예요.

유년 시절을 외국에서 보냈다고 들었어요. 다양한 나라에서 보낸 시간, 그때 경험한 자유분방한 문화가 현재 음악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큰 영향을 미쳤어요. 생각의 폭도 넓어졌고요. 어렸을 때는 미국과 브라질에서 살았어요. 미국에 있을 때는 한인들이 많지 않은 서부 앨라배마에서 살았어요. 사계절 내내 별이 유독 잘 보이고 경치도 아름다운 곳이죠. 그러다가 브라질로 갔는데 거기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어요. 위험한 지역이긴 했지만 사람들도 친절하고 유대감이 끈끈했죠. 서울도 저에겐 외국 같아요. 여행하는 외국인의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어요.

소코도모 고등래퍼

후드 재킷 티슈클럽밴드(Tissuclubband), 안경 젠틀몬스터(Gentle Monster), 셔츠와 넥타이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어린 나이에 혼란스러울 법도 한데. 잦은 이동 때문에 불안하거나 위태롭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런 경험들이 지금의 제 아이덴티티를 만들었고 또 저의 자유분방함을 만들었거든요.

방송에서 선보인 고글이나 모자 등 독특한 소품들이 눈길을 끌었어요. 아이템들은 직접 선택한 건가요? 네, 맞아요. 직접 고른 거예요. 패션에 관심은 많지만 자신 있게 패션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까진 아닌 것 같아요. 아직 더 배워야 하기도 하고 어딘가 어설프기도 하죠. 패션에 있어서는 아마추어라고 생각해요. 저를 스타일링해주는 형이 있는데 그 형이 제 아마추어적인 면모들을 많이 잡아주고 있어요.

김하온(HAON)이나 강현준(릴타치) 등 <고등래퍼> 출신들은 방송에서 본인의 멘토였던 뮤지션을 따라 소속사를 정하는 케이스가 많았어요. 그런 점에서 소코도모의 소니뮤직행은 의외였어요. 멘토였던 그루비룸과도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나요? 방송하면서 여러 곳에서 연락을 받았어요. 소속사 선택을 앞두고 그루비룸 형들에게 조언을 많이 구했죠. 근데 안타깝게도 하이어뮤직(그루비룸 소속)에서는 연락이 없더라고요(웃음). 그래도 그루비룸 형들과는 작업도 같이하고, 재미있는 노래들을 같이 만들려고 해요.

소니 뮤직은 어떤 이유로 선택하게 된 건가요? 같은 소속사 보이콜드 형 때문예요. 형이 소니뮤직에 있거든요.

그럼 지금 가장 친하게 지내는 뮤지션은 누구인가요? 보이콜드? 네, 같은 회사 소속이니까요.

보이콜드와는 회사를 떠나서도 친분이 두터운 거죠? 소니뮤직에서 연락왔을 때 형에게 물어봤어요. 작업도 종종 같이하거든요. 지금도 많이 의지하고 있죠.

생각보다 훨씬 어른스러운 것 같아요. 방송에서 보여주는 모습과 실제 모습의 차이가 있나요? 차이라고 하기보다는 상황에 맞는 행동을 하는 거죠. 방송이나 무대에서는 창의성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통통 튀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는 것이고, 인터뷰를 할 때는 창의력이 필요하지는 않잖아요. 그럴 땐 이렇게 차분하기도 하죠. 크리에이티브 하려고 할 때와 평소 이야기할 때 좀 달라지는 것 같아요.

그럴 때 ‘하이 텐션’이 되는 건가요? 그렇다고 할 수 있죠. 평소 차분하고 조용하던 사람도 친구들을 만날 때면 신이 나고 흥이 나듯 저는 음악을 할 때 그래요. 특별한 에너지가 나오는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지금 스스로의 모습을 보면서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그냥… 파이팅. 사람들과 이야기도 많이하고 어울리면서 지금처럼 지냈으면 좋겠어요.

소코도모 고등래퍼

티셔츠 메종 마르지엘라(Maison Margiela), 후디 프롬마크(Frommark), 신발 오프화이트(Off-White™), 안경 펜디×젠틀몬스터(Fendi×Gentle Monster), 팔찌 모두 아티펙스(Artifex), 반지 모두 포세뜨(Fossette),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