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DJ 디제잉

빠져드는 사운드

다미(DAMIE)

다미 본명이 김예담이라 자연스럽게 예담, 담이에서 ‘다미’가 됐다.

숨겨진 보석 아직 아시아권에서 세계적으로 알려진 테크노 신의 여자 DJ가 없다. 그 최초의 인물이 되는 것이 목표다. 그래서 스스로 나를 숨겨진 보석이라고 말한다. 아직 수면 위로 올라온 건 아니지만 해외 투어를 다니면서 적극적으로 나를 알리는 중이다.

여자라서 DJ를 시작한 지 6년이 지났다.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강남 쪽 EDM 신을 제외하고는 여자 DJ가 거의 없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희소성이 있으니까, 흔치 않은 여자 DJ니까’라는 이유로 뭔가를 기대하긴 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아무 것도 없더라.(웃음) 오히려 내가 있는 클럽과 신에서는 굉장히 동등한 대우를 받았다. 여자라서 기계를 못 다룰 것 같다며 도움을 주려는 사람들은 조금 있었는데, 대부분은 내가 더 잘 다뤘다.

테크노 “테크노 장르를 틀어요”라고 말하는 건 너무 광범위한 말이다. 나는 그때그때 무대 상황이나 컨셉트에 따라서 다르고, 또 어떤 사람과 어떤 파티를 기획하느냐에 따라서도 믹스 스타일이 달라지는 편이다. 그렇지만 대외적으로 나를 알리는 장르는 테크노고 가장 좋아하는 장르도 테크노다. 사실 테크노는 처음 듣는 사람에겐 엄청 생소하고 지루한 장르다. 같은 소리만 계속 반복되니까 이게 도대체 뭐가 재밌는 거지 싶을 것이다. 그런데 반복해 듣다 보면 묘하게 다음 곡이 기다려지고, 그다음 소리가 기대되면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그게 내가 생각하는 테크노의 매력이다.

희열을 느끼는 순간 음악에 심취해 눈을 감고 있거나 아니면 어떤 춤을 춰도 상관없다. 점프를 하건 박수를 치건 일단 내가 스테이지를 바라봤을 때 사람들이 음악에 온전히 취해 있는 모습을 볼 때 DJ가 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직업병 카페나 레스토랑을 가도 음악을 가장 많이 신경 쓴다. 친구들이랑 얘기를 하고 밥을 먹으면서도 여긴 볼륨이 너무 크다거나 스피커 음질이 좋지 않다거나 하는 식의 생각을 계속 하게된다. 가는 곳마다 사운드를 진단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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쎈 언니 사운드 클라우드에 올리는 음악도 그렇고, 프로필 사진도 어둡고 세서 그런지 나를 ‘쎈 언니’로 보는 사람들이 있다. 음악만 들었을 때는 엄청 세거나 싸가지 없고 드셀 거라고 예상하는 반응이 많다. 그래서 막상 무대를 마치고 내려와 인사를 하면 다들 놀란다. 이렇게 밝은 사람인지 몰랐다며.

이미지 메이킹 사실 세 보인다는 오해가 좋을 때도 있다. 기본적으로 테크노가 가진 이미지가 어둡고 퇴폐적인 느낌이 있는데, 나도 거기서 크게 벗어나고 싶지 않다. 그런데 그런 이미지를 만들기에는 체구가 작은 편이라 좀 아쉬울 때가 있다. 세거나 중성적인 느낌을 가장 세련된 형태로 표현하고 싶고, 나 자신도 그렇게 보였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걸 어떤 식으로 만들어나가야 할지 고민 중이다.

궁극의 경험 2년 전에 베를린의 ‘파노라마 바(Panorama Bar)’에서 음악을 튼 적이 있는데, 다음에는 아래층에 있는 ‘베르크하인(Berghain)’에서 음악을 한번 틀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 그게 내가 바라는 궁극의 경험은 아니다. 도장 깨기처럼 세계의 클럽을 다니고 싶다는 꿈을 꾸던 시기는 이제 지났다. 지금은 크고 유명한 무대보다 더 넓은 경험을 해보고 싶다. 새로운 사람, 새로운 곳을 만나는 것이 지금 바라는 최고의 경험이다.

12월의 음악과 술과 사람 내 새 음반이 나왔다. 겨울을 생각하면서 만든 곡이라 12월의 음악으로 꼽고 싶다. 겨울에 나온 음악이니까 술은 보드카가 좋겠다. 같이 듣고 싶은 사람은 남편. 결혼은 아직 안 했는데 언젠가 생길 남편과 듣고 싶다.(웃음)

 

다미가 추천하는 12월의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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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ARFRONT <VOYAGE>

자극적인 테크노 사운드와 상반되는 부드럽고 몽환적인 분위기가 매력적인 음반. 개인적으로 지난 아시아 투어에서 손이 자주 간 음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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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US L <292513=STORM(REMIX)>

지금 가장 뜨거운 유럽 각국의 테크노 아티스트들이 리믹서로 대거 참여한 음반. 언제 어디서 틀어도 폭발할 듯한 에너지를 발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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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MIE <GLACIER’S LULLABY>

추운 나라의 빙하와 눈 덮인 자연을 떠올리며 작곡한 나의 새로운 음반. 리믹스는 Marcus L이, 음반 아트워크는 아티스트 겸 에디터 장우철이 참여했다.